수화(樹話) 김환기(金煥基)②

그리움의 색깔-푸른 점

경주신문 기자 / 2008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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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만개의 점(뉴욕(1973년작)
ⓒ 경주신문


김환기와 교우관계가 길었던 시인 조병화가 부산 피난 시절의 어느날 술집에서 김환기에게 무심코 질문을 던졌다.

“수화는 어째서 그렇게 키가 크고, 더구나 유달리 목이 길으오?”
“난 섬 사람이오, 섬에서 나서 어려서 섬에서 자라며 큰 육지가 어떻게나 그리운지. 먼 바다에서 기선이 지나갈 때 ‘부엉~’하고 무거운 그 기적소리가 들리면 가슴이 후끈후끈 달아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목이 솟아 오르며 이렇게 목이 길어졌소 하하하”

이러한 대화에서도 짐작되는 김환기의 어린시절 섬 생활의 알 수 없는 먼 곳에 대한 그리움이 평생을 그와 함께 했는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그의 그림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청색-맑은 하늘 빛의 코발트 블루(cobalt blue)에서 짙은 바다색(ultra marine blue)은 그가 체험했던 어린 시절의 바다와 멀리 그리움이 흐르는 하늘에 대한 색채적 질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김환기의 청색은 일반적인 관념의 짙은 푸른 색이 가지는 우울함이나 슬픈 그리움같은 이미지의 색이 아니고 한국의 가을 하늘같은 명랑하고 청아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천진무구한 동심의 심성을 지녔던 그의 성품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보겠다.

1963년 뉴욕에 도착한 이후 김환기의 회화는 큰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다.
1960년대 후반의 넓은 색면 구성의 양식을 거쳐 1970년대는 자연의 형상물에 대한 묘사를 완전히 떠나서 네모꼴로 테두리진 점을 반복하여 찍어내는 특유의 점그림을 이루게 된다.

‘내가 그리는 선, 하늘 끝에 더 갔을까? 내가 찍은 점, 저 촘촘히 빛나는 별만큼이나 했을까? 눈을 감으면 환히 보이는 무지개보다 더 환해지는 우리 강산.....’
1970년 1월 뉴욕에서.

그의 시에서처럼 온갖 그리움을 푸른 점을 찍으며 화폭에서 토해낸 것이다.
10만개의 점을 찍으며 고국의 하늘, 산, 바다 그리고 끝없이 흐르는 밤하늘의 별을 그리워 했을 것이다.

그림은 그리움을 그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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