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화의 진면목
이재건의 미술칼럼 <27>
경주신문 기자 / 2008년 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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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월오봉도 부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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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회화는 학문을 하면서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사대부들의 아마추어 그림인 문인화와 중인(中人)출신으로서 그림으로 생계를 유지했던 화원(畵員)화가들의 초상화, 기록화, 의궤도(義軌圖) 또는 장식성이 강한 궁중화 같은 전문적인 회화가 있다.
화원은 숙련된 기술을 바탕으로 풍부한 채색재료와 계획된 미적 조형성을 강하게 표현하여 독특한 양식의 회화를 탄생케 하였다.
궁중화가들은 궁중이나 관청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거나 특별한 행사 때에 쓰이는 각종 그림을 그렸다. 그 중에서도 특히 궁중 행사를 거행한 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그리는 일종의 기록화인 의궤도는 그 기법이 정교, 정확하여 후에 역사적인 기록물로 귀중한 자료가 된다.
궁중화가의 임무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명예스러운 것은 임금의 초상화 즉 어진(御眞)을 그리는 일로서, 어진을 그리는 화가로 뽑히면 어용화사(御容畵師)로 불리며 능력을 인정받아 큰 출세의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화원은 궁중의 각종 회사(繪事)를 담당했던 예조 산하의 도화서(圖畵書)에 소속되어있는 관직으로 높아야 종6품에 그치는 하급 기술직이었다.
물론 이들도 회화시험을 거치고 기본적인 교양을 습득하여 시서화에 능했으며 궁중의 회사외에 별도로 사대부가문의 주문을 받아 각종 장식화와 문인화류들을 제작하였다.
우리가 잘 아는 김홍도, 정선, 심사정, 신윤복, 장승업 등은 모두 당대를 휩쓸었던 걸출한 화원이었다.
그런데 요즈음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고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많이 배우고 있는 민화 가운데 채색이 강한 화조도나 책걸이 그림, 산수화, 장생도등은 그 기법이 정교하고 사생력이 뛰어나 일반 민중이 그린 민화는 아니며 거의 모두가 화원 출신의 프로화가들이 그린 것이다. 정확히 말해서 이러한 그림들은 궁중화 내지는 사대부 가문의 장식화들이다.
특히 궁중화 가운데서 일월오봉도나 십장생도는 박진감 넘치는 구성과 데생력을 보여주고 있어 조선조 채색회화의 뛰어난 조형감각과 신선한 예술성을 보여주는 태표작들이다. 이들 작품은 수묵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채색기법, 과감한 구성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훈련된 완벽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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