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불국사의 문화전령사-구품연지회 최문규 회장

아름다운 집 - 스물둘

박인복 기자 / 2008년 12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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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재 설명을 하고 있다
ⓒ 조현정 기자
부처님처럼 환한 미소와 경쾌한 목소리로 반겨 주는 구품연지회 회장 최문규(58)씨는 경주에 터를 잡은지 30년이나 되어 이제 고향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처음에는 객지사람이라며 마음의 문을 잘 열지 않아 먼저 다가가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문화재 해설’자원봉사로 나서게 됐다.

1996년 불국사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그 가치를 관광객들에게 올바로 알린다는 취지로 10여년전에 시작해 지금까지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

월성원자력 직원 4명이 뜻을 모아 정법스님과 함께 몇 년 동안 자료를 모아 출발해 현재 다양한 직업을 가진 40여명의 자원봉사단체로 자리매김 했고 매주 일요일 순번을 정해 활동하고 있다.
↑↑ 구품연지회 회원들과.
ⓒ 조현정 기자

외국인을 위한 영어, 일어, 중국어 안내도 가능 해야 하고 말을 많이 해야하는 일의 특성상 회원들을 모으는게 힘들었다고 한다.

홈페이지나 안내소에 와서 문의를 하면 모두들 문화 전령사로 최선을 다하지만 처음 찾는 관광객들은 유료인 줄 알고 찾지 않을때가 있어 안타까울때가 많다고.

전라도 남원이 고향인 그는 타고 난 애처가다. 자랑스런 아들하며 공주라고 부르는 아내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그의 얼굴에는 넉넉한 미소가 가득했다. 직장에서는 신입사원 교육과 기성직원들의 보수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님으로 바쁜 중에도 퇴직 준비를 알차게 하고 있었다.

‘남자들은 3개월이상 집에 머무르지 말라’는 말을 염두에 두고 노후대책으로 중개사 자격증을 따 동료들의 축하를 받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아내도 회원이 되었고 함께 전령사로 나서는 발걸음에 신바람이 난다고 했다. 그는 조부님이 생전에 베푸는 일을 하라고 하신 말씀을 뜻있게 실천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구품연지’는 불국사 청운교와 백운교 사이에 있던 큰 연못의 이름으로 그 속에는 극락세계에 핀다는 연꽃이 있었다고 한다. 흔적조차 사라진 이 연못을 항상 기억하며 언젠가는 이 연못이 복원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름짓게 됐다고.

사람들에게 불국사의 역사뿐만 아니라 그 속에 스며있는 내면적인 의미와 문화적 가치를 알려주기 위해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에서 ‘참다운 봉사자’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수박 겉핥기식의 관광 문화에서 올바른 관광이 되도록 불교 교리 및 문화재에 관한 공부도 열심히 한다고 했다.

홈페이지를 방문해 방문객란에 적힌 감사의 글을 보는 것이 큰 보람이라는 그는 안내를 받은 관광객이 주기적으로 금전적인 봉사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는 단호히 거절했다고 한다. 불국사의 지원 또한 거절하고 순수하게 자비로 운영되고 있으며 마음만 감사히 받을 뿐이라는 그에게서 탁월한 추진력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늘 관광객들에게 “여러 곳을 다니지 말고 하루에 한곳, 설명을 제대로 듣고 문화재를 보는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천년이상 꿋꿋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무지개다리처럼 자기것을 귀하게 여기고 휴일도 기꺼이 반납하는 최문규 회장과 회원들로 인해 올 겨울이 춥지만은 않을 것 같다.

책에서 접할 수 없는 불국사의 예술적·종교적 가치를 맛깔스럽게 설명해 주는 그는 진정한 문화 전령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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