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감상의 기초 ①

● 이재건의 미술칼럼 <32>

경주신문 기자 / 2008년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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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산 - 이재건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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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몇 해를 교직에 몸담아 있다가 큰 마음먹고 전업 작가로 전향한지가 40년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그림을 팔아 생활해야 하는 전업 작가로서의 현실의 절박한 상황을 겪지 않고도 생활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따라서 내 그림이 대중의 인기를 얻어 팔기 쉬운 그림으로 분장할 필요도 없었으며 대중들의 안목에 맞추는 사실적 경향의 작품을 추구하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자연 나만의 독자적 세계의 구축에 전념하게 되었고, 그것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으리라 자부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작업태도는 늘 실험과 탐구의 자세로 이어지게 되므로 작품의 수가 많을 리 없었다. 또한 시간을 두고 다듬고 고치는 과정에서 작품의 경향이 상당히 다르게 흐르는 경우도 허다하였다.

이것은 나의 천성이었으며 앞으로도 이 버릇은 잘 고쳐지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림을 완성하는데는 비교적 한계가 있는 그림 즉 사진과 닮은 극히 사실적으로 표현되는 그림과 현실의 대상을 작가의 의도대로 재구성하여 새로운 자연으로 탄생시키는 한계가 없이 계속 그려지게 되는 그림이 있다. 전자의 경우는 완성도가 비교적 용이하나 후자는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아주 단축될 수도 있으나 때로는 오랜 시간이 걸려도 완성도에 잘 이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나의 작업 태도는 주로 후자에 속하는데 이것은 대학원 때 비구상회화를 다뤄 온 기조가 지금의 구상회화 속에 항상 깔리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추상의 세계가 사실화 속에 흐르고 있음으로 하여 어느 한정된 이미지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림 속에서 각자의 생각을 부여해 볼 수 있는 여유를 주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묘사와 표현이라는 두 개념의 회화적 범주를 생각해 보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묘사로서의 그림에서 일단 친근감을 갖게 마련이다.

그것은 이미 ‘알고 있는 것’에 자연스러움이며 ‘낯설지 않음’에 대한 안도감이라고도 하겠다. 따라서 꽃은 자연의 꽃 닮게, 산은 산 같이 그려졌을 때를 더 선호하게 되는 것이 대중의 심리이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 본다면 왜 그림에 이끌리는가는 사물의 묘사된 개념 설명이 아니라 그것이 갖고 있는 시각적 충격의 요소들이다. 즉 형태적인 특징, 색채적인 충격, 구성적인 묘미가 바로 그것이며, 이것은 곧 그림의 생명이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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