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가 없는 미술

이재건의 미술칼럼 <33> 그림감상의 기초 ②

경주신문 기자 / 2008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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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러 사인 앤디워홀
ⓒ 경주신문
오늘의 미술계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미술작품으로서의 경계를 허물고 대중사회로 침투되고 있다.

회화인지 포스터인지, 상품광고인지 포장지인지도 알 수 없이 그림은 그 영역을 벗어나 자유롭게 존재하며 우리생활속에 가까워져 왔다. 이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며 더 쉽게 미술을 이해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우리의 전통적인 미술에 대한 관념은 반드시 액자속의 그림, 독립적으로 놓여진 조각품만이 예술작품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지난 시대의 권위주의적이고 비 대중적인 어떤 영역으로 취급되어 일부계층만이 예술을 향유 할 수 있는 특권의식과도 같았다.

그러나 오늘의 미술은 그러한 영역을 벗어나 모든 시각적 대상은 어떤 것이든지 미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의 주거생활공간과 그 속의 기물, 의상, 도서, 장난감까지도 미술의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팝아티스트 앤디워홀(Andy Warhol)은 아이들의 장난감을 그림으로 제작하여 누구에게나 쉽게 알 수 있는 이미지로 회화화(繪畵化)하였으며, 오늘날 전 인류의 우상처럼 되어온 달러를 그림으로 그렸다.

달러는 단지 미국 화폐로서만의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 자본이 전부인 현대사회와 소비문화를 대변한다. 이시대는 ‘생각하는 것(thinking)’보다 ‘사는 것(buying)’이 더 익숙한 사회다.

워홀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그 소비문화를 있는 그대로 옮겨놓고, 그것을 맞닥뜨리게 한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의 냉엄함이 더 호소력을 갖는다. 이 냉엄함은 가식뒤에 숨겨져 있는 시대의 욕망을 벌거벗긴다.

모든 그림은 보이는 그대로다.

달러 표시로 된 이 작품은 캔버스 위에 실크스크린으로 제작 되었으며 50cm×40cm의 크기로 지난 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미술 경매회사인 서울 옥션에 5억 5천만원 내지 6억원의 예상가로 출품되었다.

박수근의 ‘빨래터’가 45억원에 낙찰된 것과 비교하면 무언가 이상한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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