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감상의 기초 ④
이재건의 미술칼럼
경주신문 기자 / 2009년 0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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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왈종(제주생활의 중도) 한지에 혼합 / 47X56/ 1999(부분) |
ⓒ 경주신문 |
애초 동양화라고 사용된 것은 일본인들에 의해서였는데 그들이 자국의 그림을 일본화라 칭하고 중국이나 한국의 그림은 동양화로 통칭했다. 특히 한국의 수묵화는 중국그림의 아류로 취급해 그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해방과 전란을 겪은 이후 미술계의 선각적 이론가에 의해 '한국화'에 대한 정립과 화가들의 자의적 전통회화에 대한 맥을 찾고자 하는 노력에서 우리그림의 독자성을 표방했다.
이들은 한국적인 회화정신과 양식을 재정립하려는의지로 다양한 실험을 거치면서 현대회화에 접목하고자 했다.
미술에 있어서 전통을 전통으로만 남게 하는 작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것은 단지 전통의 복제에 그칠 뿐이며 창작세계와는 무관한것이다. 여기에 부딛힌 작가의 고민은 우선 재료의 선택에서부터 그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원래 동양화의 재료는 수용성이라 종이와 결합하기에 가장 적절하나 완성후에는 내구성에 약점을 가지고 있다.
습기에 약할 뿐더러 쉽게 광선에 의해 탈색되는 경향이 있어 보관상에도 문제가 있다. 여기에서 착안한 것이 두꺼운 한지에 아크릴이라는 서양화 물감을 사용하는 것이다. 아크릴물감은 수용성이긴 하지만 건조후에는 접착력이 뛰어나 습기에 강하며 표면이 견고해 종이뿐 아니라 모든 재료에 사용할 수 있는 물감이다.
동서양화를 막론하고 현대회화에 두루 쓰이는 세계적인 회화재료이다. 이 물감은 우선 색채가 선명하고 강해 현대인들의 시간에 선호되는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인기있는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자칫 우리의 관념적 시각에서 보면 이러한 서양재료를 이용해 제작된 그림은 한국화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더러 있다. 이제까지의 익숙했던 먹은 보이지 않고 강한 채색만 보이게 되니 생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그림은 재료에서 우리그림이냐 아니냐를 따질 수 없다. 그림속에 나타난 작가의 정서가 한국적이냐 아니냐에서 그것이 한국그림이 될 수도 있고 서양그림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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