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릉원, 안압지를 가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경주역사유적지구’

황명강 기자 / 2009년 0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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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문화·관광 그 빛과 그림자 ③

↑↑ 신라복을 입은 대릉원 안내도우미 모습
ⓒ 경주신문
<대릉원>
연간 150만 이상의 관광객이 찾고 있는 대릉원은 정문 출입구에서 다른 유적지보다는 화려함을 느낀다. 양편에 경주를 상징하는 금관 쓴 마스코트가 서 있고 올해 1월부터 배치된 예쁜 안내도우미둘이 미소를 띠고 맞는다. 신라 의복을 입은 도우미들은 안내 외에 관광객과 사진을 찍기도 하며 경주의 좋은 이미지에 한 몫을 보태고 있다.

23기의 고분이 넌지시 서로 손잡은 듯 어우러져 있는 대릉원에서는 미추왕릉, 천마총(155호 고분), 황남대총(98호 고분)을 가깝게 만날 수 있다.
출입구를 넘는 것과 동시에 솔향이 밀려온다. 앞서 가는 노부부 관광객의 발걸음이 참으로 가볍다는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미추왕릉 천마총’ 안내판이 나오면서 길이 갈라진다.

안내판이 없는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서, 처음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는 ‘산책로, 천마총’이란 안내가 필요할 것이란 생각을 하며 미추왕릉 앞에 서본다. 경주 김씨 최초의 왕인 미추왕릉은 담장에 둘러싸여 쪽문까지 굳게 닫혀있다. 여러 의미를 안고 있는 미추왕릉을 뒤로하고 돌담을 낀 산책로를 걷는다. 휴지 한 조각 떨어져 있지 않은 청결한 환경이다.

이어서 산책로는 천마총을 마주한 작은 호숫가에 닿는다. 나무벤치와 시멘트벤치가 호수 주변에 놓여 있다. 나무그늘이 있는 멋스런 쉼터다. 이런 정경에 잔잔한 대금소리가 흐른다면 어떨까. 그러나 호수 앞 기념품 판매점에 눈길이 머물면 다른 생각은 없어진다. 정비를 하든지 아니면 판매점 장소를 바꿔야 옳겠다는 생각이 든다. 관광지에서의 휴게소나 기념품 판매점은 꼭 필요하지만 장소 선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본다.

천마총 입구 쪽에는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주하고 있다. 영어, 일어, 중국어 해설이 가능하고 매일 5명이 근무하고 있어 해설을 요청하면 항시 가능하다.
최근 일본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인 경주시의 영향으로 이전보다 더 많은 일본 관광객이 찾고 있음을 천마총에서 확인할 수 있다.

후문에 접한 화장실을 돌아본다. 바닥과 벽면 타일의 연갈색 색상이 대릉원 분위기와 잘 맞는다. 실내엔 먼지 한 점 없다. 핸드 드라이기, 물비누, 화장지, 장애인 화장실 등을 완벽하게 갖춘 이곳에서라면 책 한 권쯤 읽어도 좋을듯하다.
↑↑ 안압지 출토유물 '주령구' 벌칙들이 적혀있다..
ⓒ 경주신문

<안압지>
안압지에 드는 순간 고요한 명상 음악이 걸음을 이끈다. 세상의 복잡한 일상에 흐트러졌던 마음도 이곳을 거닐다 돌아가면 평온을 되찾으리라. 유적지와 합당한 음악은 그 곳의 또 다른 멋을 더하며 격을 높이는데 큰 몫을 한다.

평일 안압지는 고즈넉하다. 겨울잔디가 그러하고 안정감을 주는 목조 건물 3동이 무슨 말을 걸어줄 듯 반갑게 맞는다. 들어서면서 첫 건물은 제1복원 건물로 누각 형태이며 출토 유물을 본 따 신라시대의 원형대로 추정 재현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못을 내려다보고 있는 누각 내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최기영 대목장이 제작한 월정교 모형이 관광객의 눈길을 끈다.
↑↑ 안압지 산책로에 깔린 보조물
ⓒ 경주신문

서울에서 관광을 목적으로 경주를 찾았다는 대학생 세 명에게 다가서며 안압지의 느낌을 물었다. “유물을 설명하는 글이 돌에 새겨져 있어서 정감이 갑니다. 서울의 고궁이나 유원지와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입니다. 도시 전체에 멋이 있습니다”라며 학생들은 만족한 얼굴로 월정교 모형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 안압지 누각 내에 설치된 월정교 모형을 관람하는 관광객
ⓒ 경주신문

출입구에서 정면으로 서있는 건물이 제3복원 건물이며 이곳에는 안압지 및 동궁의 모형도와 75년, 76년 발굴시 출토된 유물의 기록과 복제품이 전시돼있다. 복제품이지만 출토 현장에서 접하는 유물은 매우 유익한 시간여행을 선물한다. 글씨가 적혀있는 목간, 각종 문양의 기와, 그들이 길렀던 동물의 뼈, 나무빗, 가위 등의 일상용구, 금속용기, 놀이기구인 주령구를 통해 실존했던 신라인과의 대화가 가능할 듯도 하다.

제3복원 건물인 누각 아래에는 작은 배가 사슬에 묶여있다. 주인 없는 빈 배를 뒤로 하고 산책로를 걷는다. 안압지 연못을 끼고 이어지는 산책로를 걸어보지 않고 경주 관광을 논할 수 있을까.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연못 쪽과 대나무가 서걱거리는 그 사이를 무슨 길이라고 이름붙일까. 안압지를 나서는 마음이 겨울임에도 봄날처럼 따스해진다. 불만이 없다.

여기에다 덤으로 경주시에서 주말이면 공연까지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니 이 한곳만으로도 경주 관광은 성공이다. 넓게 비워진 연꽃단지에는 피어나지 못한 꽃송이들이 중얼거림이 쉼 없이 들려온다.
↑↑ 당시 물놀이를 한 것으로 판단되는 안압지 '수조유구'
ⓒ 경주신문

<빛과 그림자>
대릉원은 최고의 고분 공원이라는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멋쟁이 할아버지 같은 소나무와 잘 정돈된 조경이 어우러진 산책길, 천마총 안에서 느껴보는 시간의 깊이 등이 퍽이나 매력적이다. 화장실 관리 또한 매우 모범적이다. 단지 안내 표지판 2곳 개선과 기념품 판매소의 위치가 문제로 남는다. 또한 산책로 마다 신라시대와 어울리는 명칭을 붙이고 은은한 가야금, 대금 등의 연주가 들린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안압지는 한 사항만 제외하고는 거의 완벽하다. 누각 위에 설치된 월정교, 안압지 및 동궁의 모형도가 빛났고 가지런한 잔디와 어울리는 토기와 누각이 아름답다. 멋스러운 연못을 끼고 걸어보는 산책길은 또 어떠한가. 옥의 티라면 산책로에 깔린 보조물인데, 빗길에 질척이더라도 흙길 그대로가 더 운치 있을 것이란 아쉬움이 크다. 값비싼 보물일지라도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에게는 의미가 없듯이, 경주에서의 관광은 스스로 느껴 귀한 것들을 찾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경주를 찾는 이들에게 그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몫이리라.
황명강 기자



▲당시 물놀이를 한 것으로 판단되는 안압지 '수조유구'
▲안압지 출토유물 '주령구' 벌칙들이 적혀있다
▲안압지 산책로에 깔린 보조물▲안압지 누각 내에 설치된 월정교 모형을 관람하는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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