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사람들의 이해로

레미(필리핀)

권민수 기자 / 2009년 03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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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7년 전에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레미입니다. 제가 처음 한국 왔을 때가 생각납니다.

2월에 김포공항에 도착했을 때 나무가 모두 앙상한 가지만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필리핀에는 늘 초록잎 나무만 보았는데 정말 신기했습니다. 필리핀에서 얇은 옷을 입고 와서 너무 추웠는데 남편이 사다준 두꺼운 겨울옷이 너무 고맙고 따뜻했습니다. 남편의 마음처럼요.

저는 태어나서 처음 눈을 보았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눈으로 팥빙수를 만들어 먹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 모든 것들이 낯설고 가족들이 생각나서 늘 눈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저에게 남편이 국제전화 카드를 사주어서 부모님과 통화했지만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랠 수가 없었습니다.

말을 알아듣지 못해 명절에 행주 가져오라는 형님 말에 엉뚱한 것을 갖다 주었던 일도 있었지요. 정말 답답하고 불편해서 친정으로 가고 싶은 생각만 가득했어요.

그러던 중 경주시외국인상담센터에 가게 됐습니다. 자원봉사자와 고국 친구들이 나를 가족처럼 반겨주었고 한글교실에서 모르는 글자를 한자씩 배우고 요리교실에서 요리도 배우고 노래도 배우며 한국의 문화를 조금씩 익혀갔습니다.

그리고 경주시국제친선교류협의회의 도움으로 7년만에 결혼식을 올리게 됐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한국과 필리핀은 문화나 생활방식, 음식, 환경 등의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점도 많아서 생활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주위 분들과 가족과 많은 사람들의 이해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한국과 필리핀을 배우려고 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생활관을 만들어 언어의 매개체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한국 국적도 취득해 박미림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어머니로 살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있기까지 그동안 경주시국제친선교류협의회 관계자분과 자원 봉사자분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배우고 더욱더 노력해 남편(박성용), 딸(현주)과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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