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주부

권민수 기자 / 2009년 0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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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신문


황성공원의 오후는 연두색 여린 잎사귀들이 짙푸른 치장을 하고 고목은 건재함을 뽐내듯 큰 덩치에 맞지 않게 잎사귀를 두른 모습이 앙증맞기까지 하다. 그늘로 하늘을 두르고 엉성 엉성한 그늘이 햇살까지 보듬고 있는 오후.

그 속에 사람들에게 길들여진 비둘기들이 옹기종기 않은 주부들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 왠지 그 모습이 닮아 보인다.

이 시대의 어머니들은 참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사회인으로서, 다양한 모임의 일원으로서 바쁘게 살고 있다.

모이를 찾아 사람들의 주변을 서성이는 비둘기의 모습이 어느 모임의 부름에 모여든 주부들과 닮아 있다.

현 시대는 친목을 가장한 모임들이 많다. 모임활동이 자신의 취미생활이나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목적으로 하지만 속 내용은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 모임에 들지 않으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도태 되고 마는 현실이 안타깝다.

한 마리의 비둘기가 날아 앉으면 무조건 따라 날아드는 비둘기처럼 주위의 사람들에게 소외되지 않기 위해 주위의 사람들을 따라 그 속도 모르고 날아올라 오늘은 황성공원에 앉았나 보다.

경주는 모임의 천국이다. 너무 많다. 좋은 점도 있지만 이 또한 꼭 필요한 부분에서의 발전일까 싶다.

몸에 두르는 악세사리 같은 모임의 닉네임들이 이제는 무형의 치장이 되고 있다. 건강하고 사회에 봉사하며 스스로 만족하고 보람을 찾아야 할 모임 활동이 또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을 구속하고 있다.

본래의 자유로운 비둘기의 영혼이 필요해 보인다. 산에도 비둘기는 산다. 더 이상 맹목적인 날개 짖을 하는 비둘기 주부들이 생겨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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