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동리목월문학상 수상자 발표
시-허만하 시인, 소설-박상우 소설가 수상
황명강 기자 / 2009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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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와 동리목월기념사업회(회장 장윤익)는 11월 21일 제12회 동리문학상 수상자로 소설가 박상우(48)씨, 제2회 목월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허만하(76)씨를 각각 선정했다.
동리문학상 수상 작품집 <인형의 마을>에서 작가는 “개인의 삶과 그 존재의 문제가 제도의 틀과 그 힘에 의해 얼마나 무참하게 파괴될 수 있는가를 새롭게 질문하고 있으며, 여기에 실린 작품들을 통해 보여주는 허무에의 도전이야말로 그가 추구해온 소설 미학의 절정에 해당한다.”는 평을 받았다.
또 목월문학상 수상시집 <바다의 성분>은 “관념적인 성향이 짙게 내포되어 있기는 하지만 시적 밀도나 언어적 긴장에 있어 남다른 강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부패성 없는 무기질 세계의 순수성을 지향하는 시세계가 다이아몬드 칼날처럼 투명하고 예리하다.”는 평을 받았다.
경주 출신으로 우리나라 문학계의 거대한 발자취를 남긴 소설가 김동리 선생과 시인 박목월 선생의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제정된 동리목월문학상은 2008년부터 과거 김동리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시행되던 소설문학상인 김동리 문학상을 흡수해 동리문학상으로 변경 계승하고, 시 문학상인 목월문학상을 신설해 동리목월문학상으로 통합하였으며, 우리나라 문학상 중 최대 액수인 1억 원(시, 소설 각 5천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동리목월문학상은 경주시가 주최하고 (사)동리목월기념사업회가 주관하며, 한수원(주) 월성원자력본부에서 협찬하고 동아일보사가 후원한다. 특히 월성원자력본부가 지역 출신인 동리목월 선생의 문학정신을 계승하고 지역사회의 문화적 자긍심 고취와 기업의 메세나 활동에 공감해 시상금과 기타 소요경비 약 1억 3천만 원을 흔쾌히 지원함으로써, 이 상은 동리목월 선생의 문단적 위상과 상금의 무게만큼 한국 최고의 문학상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동리목월문학상 수상자는 등단 10년 이상의 시인과 소설가가 2007년도 7월부터 당해 연도 8월말까지 사이에 출간한 시집과 단행본 및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하여, 10월말까지 예심을 거쳐 11월 21일 최종 수상자를 발표한다. 올해 두 번째로 실시하는 시상식은 12월 4일 오후 6시 경주 보문단지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다.
∎동리문학상 수상자
박상우
1957년 경기 광주에서 태어났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마쳤다.
1988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스러지지 않는 빛’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대와 개인의 아픔을 감싸 안은 작품세계를 일관된 궤적을 이루며 심화시켜 왔다.
소설집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독산동 천사의 詩>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인형의 마을>, 장편소설 <호텔 캘리포니아> <청춘의 동쪽> <까마귀떼그림자> <가시면류관 초상>, 산문집 <내 영혼은 길 위에 있다>, 작가수첩 <반짝이는 것은 모두 혼자다> 등이 있다.
1999년 중편소설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제23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동리문학상 심사평
삶의 아이러니와 그 허무에의 도전
심사위원 : 이어령, 최일남, 김주영, 윤후명, 권영민
2009년도 동리문학상 최종심에서는 예심과정을 거친 9권의 소설집 가운데, 이승우 씨의 <오래된 일기>, 박상우 씨의 <인형의 마을>, 김원우 씨의 <모서리에서 인생독법>, 현기영 씨의 <누란>, 유익서 씨의 <소리꽃>, 백시종 씨의 <오주팔이 간다> 등이 심사위원들에 의해 주목받았다. 이 가운데 대상 후보작으로 <인형의 마을>, <모서리에서 인생독법>, <소리꽃> 등이 거론되었다. 그리고 최종 후보작을 두 편으로 정하는 과정에서 <모서리에서 인생독법>이 먼저 제외되었다. 이 작가가 발표한 바 있는 기왕의 작품에 비해 작가 의식이나 소설적 기법이 심화된 경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종 후보작으로 남은 두 권의 소설집은 각각 이들 작품을 쓴 작가들이 일련의 소설적 작업에 대한 결말에 해당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유익서 씨의 <소리꽃>은 우리의 ‘소리’에 얽힌 삶의 내면 풍경을 소설적으로 형상화하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 이 작품은 소리의 참된 경지를 찾아 떠돌며 생애를 마친 기구한 소리꾼의 일생을 그린 소설 <새남소리>에서부터 <민꽃소리>를 거치면서 작가가 자신의 문학적 본령으로 삼아온 ‘소리’ 찾기의 궁극점에 서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판소리의 출현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리를 담는 항아리’, ‘구곡산의 대나무’, ‘시공을 넘어 이야기를 전하는 목판’ 등 허구적 요소들을 등장시켜 새롭게 해석하고 있는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이야기에 속도감이 부족한데다가 에피소드의 구성에서 지나치게 작위적인 요소가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박상우 씨의 <인형의 마을>은 개인의 삶과 그 존재의 문제가 제도의 틀과 그 힘에 의해 얼마나 무참하게 파괴될 수 있는가를 새롭게 질문하고 있다. 이러한 소설적 주제는 이미 인간이 상실하고 있는 낭만적 열정과 꿈을 감각적 언어로 묘파했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사랑보다 낯선> 등과 서로 이어진다. <인형의 마을>에서 작가가 발견한 것은 삶 자체의 허구성과 그 아이러니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결국 삶의 주체가 되는 인간 존재 자체가 하나의 ‘인형’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라는 것이 하나의 ‘아바타’에 불과하다는 인식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허무 의식을 바탕으로 할 경우 인간이 추구하는 완전한 삶은 가짜일 뿐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참된 가치를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인간은 그 불가능의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이 소설을 통해 보여주는 허무에의 도전이야말로 작가가 추구해온 소설 미학의 절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소설집 <인형의 마을>에 담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은 삶의 현실이 진짜가 아닌 가상의 허구적 공간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그러므로 ‘아바타’에 자아의 욕망을 실어 놓은 채 자기 만족의 쾌락을 좇는 왜곡된 인간의 모습이 오히려 진짜 인간의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동리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인간의 삶의 아이러니를 특유의 감각적 문체로 형상화하고 있는 <인형의 마을>의 소설적 성취를 높이 평가하여 2009년도 동리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한다.
∎목월문학상 수상자
허만하
1932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부산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1957년 문학예술에 시를 추천받아 등단했다.
시집 <해조>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 <바다의 성분>, 산문집 <낙타는 십리 밖 물 냄새를 맡는다> <청마풍경> <길과 풍경과 시> <길 위에서 쓴 편지>, 시선집 <허만하 시선집>이 있다.
∎목월문학상 심사평
부패성 없는 무기질 세계의 순수성을 지향
심사위원 김종길, 허영자, 문정희, 이동순, 최동호
심사과정은 팽팽한 긴장이 감돌만큼 쉽지 않았다. 단숨에 결론이 나지 않아 세 번에 걸친 투표 과정을 통해 최종 수상자가 결정되었다. 김종길 선생을 심사위원장으로 모시고 심사위원들은 우선 각자가 읽은 소감을 피력하면서 심사를 시작하였다. 최종심에 올려진 14편의 시집 중에서 금년도 다른 문학상 수상자들을 제외하고 8권의 시집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의견을 개진했다. 그리고 가장 우수하다고 여겨지는 시집을 각자 세 권씩 추천하여 4권의 시집으로 범위를 좁힌 다음 다시 2권의 시집을 올리기로 한 결과 3권의 시집으로 압축되었다. 허만하의 『바다의 성분』, 오세영의 『바람의 그림자』, 홍신선의 『우연을 점찍다』 등 세 권이 마지막 수상 후보자가 된 것이다.
이 세권의 시집이 지닌 장단점에 대해 개괄적으로 논의한 다음 각자 2권의 시집을 추천하기로 하고 선정에 들어간 결과 최종적으로 허만하의 시집 『바다의 성분』이 금년도 목월 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심사위원들은 허만하 시인의 독특한 개성에 주목하였다. 그의 시에는 관념적인 성향이 짙게 내포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시적 밀도나 언어적 긴장에 있어서 남다른 강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부패성 없는 무기질 세계의 순수성을 지향하는 그의 시세계는 다이아몬드 칼날처럼 투명하고 예리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의 시에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반복적인 부분들이나 일상적인 비유들은 극복되어야 할 점으로 지적되었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그의 시가 지니고 있는 강력한 개성은 한국시단에서는 매우 예외적인 것이며 이 부분에 강조점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에 심사위원들은 모두 동의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의 시가 나이에 비해 매우 젊게 느껴진다는 것도 하나의 장점으로 지적되었다. 최종 후보였던 오세영 시인이나 홍신선 시인의 시적 성취 또한 중진시인으로서 독자적인 개성을 보여주어 주목할 만한 것이었으나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되었다.
심사위원들은 어려운 과정을 거쳐 결정된 허만하 시인의 목월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앞으로 더욱 한국문학을 빛내는 시인으로 대성하실 것을 기원하는 바이다.
∎문학상 심사 경과
예심 심사 기간 : 2009. 9. 1.부터 9. 30까지 완료하였다.
본심 심사위원은 문단 경력과 문학적 업적 및 지명도를 감안하여 운영위원회에서 각 분야 별로 10여명을 추천하여 주최, 주관, 협찬, 후원기관이 충분한 토의를 거쳐 결정하였고, 본심 심사회의 내용을 기록 정리하기 위해 본심 심사 간사를 각 분야별 1인씩 두었다.
본심 심사 기간 : 2009. 10. 1.부터 11. 21까지로 본심 심사회의는 모두 2회를 거쳤으며,
본심 심사 위원은 : 동리문학상
심사위원장 이어령, 위원 김주영 권영민 최일남 윤후명
: 목월문학상
심사위원장 김종길, 위원 최동호 이동순 허영자 문정희 등 이다.
동리문학상 수상 작품집 <인형의 마을>에서 작가는 “개인의 삶과 그 존재의 문제가 제도의 틀과 그 힘에 의해 얼마나 무참하게 파괴될 수 있는가를 새롭게 질문하고 있으며, 여기에 실린 작품들을 통해 보여주는 허무에의 도전이야말로 그가 추구해온 소설 미학의 절정에 해당한다.”는 평을 받았다.
또 목월문학상 수상시집 <바다의 성분>은 “관념적인 성향이 짙게 내포되어 있기는 하지만 시적 밀도나 언어적 긴장에 있어 남다른 강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부패성 없는 무기질 세계의 순수성을 지향하는 시세계가 다이아몬드 칼날처럼 투명하고 예리하다.”는 평을 받았다.
경주 출신으로 우리나라 문학계의 거대한 발자취를 남긴 소설가 김동리 선생과 시인 박목월 선생의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제정된 동리목월문학상은 2008년부터 과거 김동리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시행되던 소설문학상인 김동리 문학상을 흡수해 동리문학상으로 변경 계승하고, 시 문학상인 목월문학상을 신설해 동리목월문학상으로 통합하였으며, 우리나라 문학상 중 최대 액수인 1억 원(시, 소설 각 5천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동리목월문학상은 경주시가 주최하고 (사)동리목월기념사업회가 주관하며, 한수원(주) 월성원자력본부에서 협찬하고 동아일보사가 후원한다. 특히 월성원자력본부가 지역 출신인 동리목월 선생의 문학정신을 계승하고 지역사회의 문화적 자긍심 고취와 기업의 메세나 활동에 공감해 시상금과 기타 소요경비 약 1억 3천만 원을 흔쾌히 지원함으로써, 이 상은 동리목월 선생의 문단적 위상과 상금의 무게만큼 한국 최고의 문학상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동리목월문학상 수상자는 등단 10년 이상의 시인과 소설가가 2007년도 7월부터 당해 연도 8월말까지 사이에 출간한 시집과 단행본 및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하여, 10월말까지 예심을 거쳐 11월 21일 최종 수상자를 발표한다. 올해 두 번째로 실시하는 시상식은 12월 4일 오후 6시 경주 보문단지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다.
∎동리문학상 수상자
박상우
1957년 경기 광주에서 태어났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마쳤다.
1988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스러지지 않는 빛’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대와 개인의 아픔을 감싸 안은 작품세계를 일관된 궤적을 이루며 심화시켜 왔다.
소설집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독산동 천사의 詩>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인형의 마을>, 장편소설 <호텔 캘리포니아> <청춘의 동쪽> <까마귀떼그림자> <가시면류관 초상>, 산문집 <내 영혼은 길 위에 있다>, 작가수첩 <반짝이는 것은 모두 혼자다> 등이 있다.
1999년 중편소설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제23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 박상우 소설가 |
ⓒ 경주신문 |
∎동리문학상 심사평
삶의 아이러니와 그 허무에의 도전
심사위원 : 이어령, 최일남, 김주영, 윤후명, 권영민
2009년도 동리문학상 최종심에서는 예심과정을 거친 9권의 소설집 가운데, 이승우 씨의 <오래된 일기>, 박상우 씨의 <인형의 마을>, 김원우 씨의 <모서리에서 인생독법>, 현기영 씨의 <누란>, 유익서 씨의 <소리꽃>, 백시종 씨의 <오주팔이 간다> 등이 심사위원들에 의해 주목받았다. 이 가운데 대상 후보작으로 <인형의 마을>, <모서리에서 인생독법>, <소리꽃> 등이 거론되었다. 그리고 최종 후보작을 두 편으로 정하는 과정에서 <모서리에서 인생독법>이 먼저 제외되었다. 이 작가가 발표한 바 있는 기왕의 작품에 비해 작가 의식이나 소설적 기법이 심화된 경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종 후보작으로 남은 두 권의 소설집은 각각 이들 작품을 쓴 작가들이 일련의 소설적 작업에 대한 결말에 해당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유익서 씨의 <소리꽃>은 우리의 ‘소리’에 얽힌 삶의 내면 풍경을 소설적으로 형상화하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 이 작품은 소리의 참된 경지를 찾아 떠돌며 생애를 마친 기구한 소리꾼의 일생을 그린 소설 <새남소리>에서부터 <민꽃소리>를 거치면서 작가가 자신의 문학적 본령으로 삼아온 ‘소리’ 찾기의 궁극점에 서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판소리의 출현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리를 담는 항아리’, ‘구곡산의 대나무’, ‘시공을 넘어 이야기를 전하는 목판’ 등 허구적 요소들을 등장시켜 새롭게 해석하고 있는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이야기에 속도감이 부족한데다가 에피소드의 구성에서 지나치게 작위적인 요소가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박상우 씨의 <인형의 마을>은 개인의 삶과 그 존재의 문제가 제도의 틀과 그 힘에 의해 얼마나 무참하게 파괴될 수 있는가를 새롭게 질문하고 있다. 이러한 소설적 주제는 이미 인간이 상실하고 있는 낭만적 열정과 꿈을 감각적 언어로 묘파했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사랑보다 낯선> 등과 서로 이어진다. <인형의 마을>에서 작가가 발견한 것은 삶 자체의 허구성과 그 아이러니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결국 삶의 주체가 되는 인간 존재 자체가 하나의 ‘인형’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라는 것이 하나의 ‘아바타’에 불과하다는 인식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허무 의식을 바탕으로 할 경우 인간이 추구하는 완전한 삶은 가짜일 뿐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참된 가치를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인간은 그 불가능의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이 소설을 통해 보여주는 허무에의 도전이야말로 작가가 추구해온 소설 미학의 절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소설집 <인형의 마을>에 담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은 삶의 현실이 진짜가 아닌 가상의 허구적 공간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그러므로 ‘아바타’에 자아의 욕망을 실어 놓은 채 자기 만족의 쾌락을 좇는 왜곡된 인간의 모습이 오히려 진짜 인간의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동리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인간의 삶의 아이러니를 특유의 감각적 문체로 형상화하고 있는 <인형의 마을>의 소설적 성취를 높이 평가하여 2009년도 동리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한다.
∎목월문학상 수상자
허만하
1932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부산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1957년 문학예술에 시를 추천받아 등단했다.
시집 <해조>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 <바다의 성분>, 산문집 <낙타는 십리 밖 물 냄새를 맡는다> <청마풍경> <길과 풍경과 시> <길 위에서 쓴 편지>, 시선집 <허만하 시선집>이 있다.
↑↑ 허만하 시인 |
ⓒ 경주신문 |
∎목월문학상 심사평
부패성 없는 무기질 세계의 순수성을 지향
심사위원 김종길, 허영자, 문정희, 이동순, 최동호
심사과정은 팽팽한 긴장이 감돌만큼 쉽지 않았다. 단숨에 결론이 나지 않아 세 번에 걸친 투표 과정을 통해 최종 수상자가 결정되었다. 김종길 선생을 심사위원장으로 모시고 심사위원들은 우선 각자가 읽은 소감을 피력하면서 심사를 시작하였다. 최종심에 올려진 14편의 시집 중에서 금년도 다른 문학상 수상자들을 제외하고 8권의 시집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의견을 개진했다. 그리고 가장 우수하다고 여겨지는 시집을 각자 세 권씩 추천하여 4권의 시집으로 범위를 좁힌 다음 다시 2권의 시집을 올리기로 한 결과 3권의 시집으로 압축되었다. 허만하의 『바다의 성분』, 오세영의 『바람의 그림자』, 홍신선의 『우연을 점찍다』 등 세 권이 마지막 수상 후보자가 된 것이다.
이 세권의 시집이 지닌 장단점에 대해 개괄적으로 논의한 다음 각자 2권의 시집을 추천하기로 하고 선정에 들어간 결과 최종적으로 허만하의 시집 『바다의 성분』이 금년도 목월 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심사위원들은 허만하 시인의 독특한 개성에 주목하였다. 그의 시에는 관념적인 성향이 짙게 내포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시적 밀도나 언어적 긴장에 있어서 남다른 강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부패성 없는 무기질 세계의 순수성을 지향하는 그의 시세계는 다이아몬드 칼날처럼 투명하고 예리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의 시에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반복적인 부분들이나 일상적인 비유들은 극복되어야 할 점으로 지적되었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그의 시가 지니고 있는 강력한 개성은 한국시단에서는 매우 예외적인 것이며 이 부분에 강조점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에 심사위원들은 모두 동의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의 시가 나이에 비해 매우 젊게 느껴진다는 것도 하나의 장점으로 지적되었다. 최종 후보였던 오세영 시인이나 홍신선 시인의 시적 성취 또한 중진시인으로서 독자적인 개성을 보여주어 주목할 만한 것이었으나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되었다.
심사위원들은 어려운 과정을 거쳐 결정된 허만하 시인의 목월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앞으로 더욱 한국문학을 빛내는 시인으로 대성하실 것을 기원하는 바이다.
∎문학상 심사 경과
예심 심사 기간 : 2009. 9. 1.부터 9. 30까지 완료하였다.
본심 심사위원은 문단 경력과 문학적 업적 및 지명도를 감안하여 운영위원회에서 각 분야 별로 10여명을 추천하여 주최, 주관, 협찬, 후원기관이 충분한 토의를 거쳐 결정하였고, 본심 심사회의 내용을 기록 정리하기 위해 본심 심사 간사를 각 분야별 1인씩 두었다.
본심 심사 기간 : 2009. 10. 1.부터 11. 21까지로 본심 심사회의는 모두 2회를 거쳤으며,
본심 심사 위원은 : 동리문학상
심사위원장 이어령, 위원 김주영 권영민 최일남 윤후명
: 목월문학상
심사위원장 김종길, 위원 최동호 이동순 허영자 문정희 등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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