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하나 밝혀지는 천마총의 신비

천마도의 ‘천마’는 ‘기린’이라는 주장 거론될 듯

이성주 기자 / 2009년 12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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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밝혀지는 천마총의 신비
국립중앙박물관, 서조도·기마인물도 첫 공개
천마도의 ‘천마’는 ‘기린’이라는 주장 거론될 듯

1973년 경주 황남동 155호분 천마총에서 출토된 것은 천마도뿐만 아니라 새의 형상(서조)과 말을 탄 사람(기마인물)의 생생한 그림도 있었다.

▶모습 드러낸 그림은=국립중앙박물관은 1973년 천마총에서 천마도가 그려진 장니(障泥ㆍ흙받이)와 함께 출토된 유물 ‘채화판(彩畵板ㆍ나무로 만들어 그림을 그린 판)’에서 말을 탄 사람을 그린 ‘기마인물도’ 7점과 상상 속의 새를 그린 ‘서조도(瑞鳥圖)’ 5점을 공개했다.

천마도 아래에서 발견된 두 장의 채화판은 천마도와 함께 남아있는 유일한 신라의 회화자료로 알려져 있으나 손상 위험 때문에 발굴 후 36년 지나도록 실물이 공개되지 않았다.

▶채화판은=채화판은 발굴 당시 천마도(국보 제207호) 아래에서 두 장이 겹쳐진 상태로 나왔다. 모자 차양(바깥지름 40㎝, 안지름 16㎝)처럼 생긴 채화판은 자작나무 껍질로 된 부채 모양의 작은 판 8개를 이어 붙여 만들었다.

발굴 당시부터 대략적인 모습을 통해 서조(상서로운 새)와 기마인물이 그려져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구체적인 도상(圖像)은 확인하지 못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은 지난 9월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을 앞두고 천마도와 채화판을 적외선 촬영을 통해 도상을 밝혀냈다.

▶서조도와 기마인물도=적외선 촬영을 통해 확인한 도상은 서조도 7점과 기마인물도 7점. 서조는 가는 묵선으로 형상을 그린 후 머리와 날개·몸통·꼬리를 붉은색 안료로 채색했다.

서조도의 머리는 모두 4종류로 토끼 얼굴을 한 것과 전형적인 봉황 머리 형태, 새 머리 위에 불꽃무늬가 표시된 것, 사람 얼굴에 새의 몸통을 가진 인면조 등이다.

기마인물도는 달리는 말에 인물이 앉아 있는 모습을 그렸다. 말의 등에 올라탄 인물은 오른쪽 어깨에 짧은 활을 걸쳐 메고 있으며 사냥터로 서둘러 달려가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고구려 영향=4일 오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11회 동원학술전국대회에서 유병하 국립공주박물관장과 성재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가 공동으로 ‘천마총 출토 채화판에 대한 기초적 검토’ 결과를 발표됐다.

유 관장은 이날 서조의 날개·다리·꼬리의 기본 형상이나 기마인물도의 머리 형태와 얼굴 묘사, 활과 화살의 착장 방법, 말꼬리나 말굽의 형태 등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볼 수 있는 도상과 매우 유사하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당시 삼국간의 문화적 교류를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물 자료가 턱없이 부족한 신라 미술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유 관장은 채화판의 용도를 마구 일종이거나 관모 부속품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천마도의 천마는 기린이라는 주장=천마도에 그려진 ‘천마’에 대해 ‘기린’이라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되어 왔다. 2000년도에 미술사연구자 이재중씨가 대구카톨릭대에 제출한 박사학위논문 ‘기린도상연구’에서 중국 능묘에 부장된 화상석에 그려진 동물인 ‘기린’도상을 근거로 천마도 동물의 도상은 기린이라는 주장을 제기한바 있다.

그리고 지난 9월29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한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특별전을 통해 천마도가 일반인들에게 공개될 때도 기린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기린의 뿔이 1개냐, 2개냐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 강우방 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말의 몸에 두 개의 뿔을 가진 기린이 확실하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뿔로 판독한 부분은 ‘갈기’이며 가운데 봉곳하게 솟은 것은 한 개라는 주장을 했었다.

이번에 밝힌 채화판의 기마인물도에 등장하는 말은 천마총 같은 장소에서 출토된 천마도에 그려진 천마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확인돼 천마도가 말 그림이 아니라 상상속의 동물인 기린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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