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에서 뽑아낸 수타면의 쫄깃함, 정통 중국 요리의 참맛 - 삼손짜장

국물 맛 일품인 다슬기짬뽕

경주신문 기자 / 2010년 07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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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경주신문사
점심시간, 뭘 먹을까 고민하는 이에게 수타면(手打麵) 잘하는 집을 추천하고 싶다. 보문 경주월드 입구 삼거리에 있는 삼손짜장(대표 이재택)이 바로 그 곳.
차를 세우고 출입문을 들어선다. 눈앞에 긴 회랑이 나타난다. '아차' 잘못 들어왔다는 생각이 앞설 수도 있다. 실내 꾸밈만 보면 요리 전문점이다. '돌아 나가야지' 하는 순간, "어서 오십시오" 소리가 귓전에 닿는다. 매력적인 미소를 머금은 종업원이 어느 새 다가선다. 돌아서기는 계면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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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 맛 일품인 다슬기짬뽕

탁 틘 실내, 어림잡아 990㎡, 300평 넘어 보인다. 족히 300석은 돼 보인다. 한국에 이만한 규모의 중국 음식점이 있을까 싶다. 다섯 손가락 안에는 틀림없이 들 듯하다.
통유리로 칸막이한 주방은 안쪽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유리 너머 보이는 주방 기기와 음식 재료는 깨끗하고 가지런히 정돈돼 있다. 중국집은 너즈분하다는 선입견을 일거에 날려버린다. 뽑고, 볶고, 써는 요리사의 분주한 모습도 즐길 만하다.
메뉴도 다양하다. 다슬기짜장과 다슬기짬뽕은 전국에서 오직 이 집에서만 판다. 씹히는 다슬기 맛도 괜찮고, 자장면 기름 특유의 느낌도 많이 희석된다. 게다가 면발이 쫄깃하게 씹힌다. 손으로 직접 뽑아 그렇기도 하지만, 주문 받고 바로 뽑기 때문인 듯하다.
오룡해삼, 송화단(松花蛋), 해삼갈비, 해삼쥬스 등 흔히 들어보지 못한 메뉴들도 다양하다.

진시황이 즐겨먹은 오룡해삼은 어떨까

불로장생의 묘약으로 꼽혀 진시황을 비롯해 중국 황제들이 즐겨 먹었다는 오룡해삼. 잘 다져 튀겨 넣은 새우 맛도 일품이고, 부드럽고 쫄깃하며 매콤하게 씹히는 해삼이 혀에 닿는 순간 해삼에 대한 고정 관념은 사라진다.
중국 저장성(浙江城) 쑹화(松花)의 유명 요리 송화단도 눈에 띈다. 홍어 삭히듯, 오리알을 진흙에 묻어 삭힌 송화단은 노른자가 엑기스처럼 흘러내리며, 지방간에도 좋다고들 한다. 발효 특유의 향이 있긴 하지만, 취향 따라 즐기면 그만이고. 해삼에 돼지 삼겹살을 오묘하게 배합시킨 해삼쥬스, 소갈비를 넣은 해삼갈비 맛도 일품이다.
가격도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 자장면과 우동, 짬뽕은 대중식당 가격이면 해결된다. 매운맛 좋아하는 이라면 매운 짬뽕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입안이 얼얼하고, 머리에 진땀이 배어난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어울리면 3인 가족 4만 원, 4인 가족 5만 원대로 8가지의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다. 고기집이나 횟집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술을 곁들여도 계산이 그리 많지 않다. 또 1인당 2만원에서 10만원까지 하는 인당(人當) 요리를 즐길 수도 있다.

수웰푼, 마오타이, 우랑예도 입맛 당겨

비록 술은 즐기지 않더라도 진열된 술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38~61도 알콜 함량을 자랑하는 중국 최고의 술, 가격도 17~88만원을 호가한다는 수웰푼(水井坊)을 비롯하여, 이름만 들었던 마오타이(茅臺), 우량예(五狼液) 등 20여종 중국 술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중국 특유의 문양으로 장식한 술병과 포장지에 싸인 채.
술병 사이 사이, 이 집을 다녀간 사람의 흔적도 눈에 띈다. 축구 감독 차범근, 최순호, 천하장사 이태현, 가수 박상민 등 다녀간 사람이 부지기수고, 선덕여왕 촬영 때는 촬영 팀과 탤런트들이 단골식당이 될 정도로 즐겨 찾았단다.
요리사 3명인 시절 붙여서 삼손이라 했는지, 자장면 한 그릇에 삼손처럼 힘이 불끈불끈 솟는다고 이름 지었는지 짐작이 가지 않아 물었지만, 빙긋 웃기만 하는 이 사장에게 더 이상 묻진 않았다.
오늘의 만만찮은 규모 삼손짜장으로 성장한 비결이 뭘까. 이 사장은 재력가도 아니었다. 20년 전 동천동 선주아파트 옆에 처음 중국집을 연 후 용강동으로, 경주문화엑스포 정문 건너편으로 4번이나 가게를 옮겼다. 정식으로 중국 요리를 전공한 것도 아니다.

맛없는 식당 문 닫아야 하고
음식 장난치면 극형에 처해야

오늘의 삼손짜장은 이재택 사장의 경영철학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요체는 맛이다. '맛 없는 식당은 문 닫아야 하고, 음식으로 장난치는 식당은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그가 말하는 맛의 기본은 의외로 간단하다. 맛은 재료에서 나오고, 신선한 재료라야 제 맛을 낸다는 평범한 진리를 외길로 지켜왔다.
다음은 손맛이다. 그는 최고 수준의 요리사를 모셔오는데 인색하지 않다. 최근엔 중국에서 직접 모시고 온 유명 요리사도 있다. 베이찡(北京) 요리가 전공이다. 다른 6명 요리사 모두 수준급이다.
백인백색(百人百色) 입맛이지만, 삼손짜장은 고객의 말 한마디도 흘려듣지 않는다. 손님이 지적한 내용은 꼼꼼히 메모한다. 타당성을 검토한다. 검토 내용은 음식과 서비스에 곧바로 반영한다. 지금의 맛과 서비스는 이런 노력의 결과인지도 모를 일이다.
맛을 향한 일념이 때론 고집처럼 비치기도 한다. 어느 해 여름. 찌는 듯한 무더위에 습도까지 높아 2시간 동안 한 그릇의 면도 뽑지 못한 적이 있었다. 비 오듯 땀 흘리며 면 뽑는 요리사 모습을 유리 너머로 지켜보던 손님이 "기계로 뽑는 게 어떠냐" 제의했지만, "못 팔면 못 팔지 수타면 집에서 기계를 사용할 수는 없다"며 손님을 감동시킨 적도 있었다. 2시간 기다린 그 손님은 삼손짜장의 단골 고객이 됐고, 그 경험 이후 조리대 위엔 냉방시설을 갖추게 됐고, 반죽이 늘어져 면 가락이 나오지 않는 황당한 일은 기억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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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풍 물씬, 인테리어도 눈요기 감

실내 꾸밈도 눈요기 감이다. 중국에서 직접 제작한 인테리어 소품인 듯, 중국 냄새가 물씬 난다. 중국 본토 고급 레스토랑에 온 기분이다.
'재물 넘쳐나 큰 강 이루고, 생기 일어 바다에 이르라'(財源茂盛達三江 生意興隆通四海) '복록 따르고 즐거운 인생이니 만사가 흥하고, 대대손손 금은보화 이어 가소서'(福祿壽禧萬事興 金銀財寶千秋富) 등 축원 내용 적힌 주련 글 하나하나 새겨보는 재미도 적지 않다.
경주문화엑스포 정문에서 경주월드 입구 삼거리로 이전하여 확장 개업한 삼손짜장은 어느 새 보문, 경주를 넘어 한국의 명소로 발돋움하고 있다. 삼손짜장이 있어 경주가 더 즐겁다.
글=편집국 / 사진=최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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