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포착의 현상이 순환으로 이어지는 예술”

「‘화쟁(和爭)’으로서의 한국화 허만욱」전

손익영 기자 / 2010년 09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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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경주신문사 
가을의 문턱에서 갤러리 라우는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며 스케치를 통해 현실감 넘치는 현장 작업을 펼쳐오고 있는 한국화가 허만욱의 「‘화쟁(和爭)’으로서의 한국화 허만욱」전을 개최한다.

동국대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인 허만욱 교수의 예술 세계는 삶의 과정으로서 재흔적을 이루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고풍스러움에만 심취되지 않고, 그가 체험했던 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가 직접 걸어가면서 노닐던 그림은 멈춰선 특정 장면이지만, 순간순간 스쳐지나가는 ‘무상’의 장면으로 재흔적화 되고 있다.

작가는 원효의 ‘화쟁’사상을 그림 제작에 전개시키고 있다. 주체가 일방으로 개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정된 중심이 사라지며, 대중이 작가가 될 수 있는 여백을 남기게 된다. 즉 대중과 작가는 구분지어 말할 수 없는 상생관계로 작용한다.

그런 맥락에서 자신만의 독자성이나 주체성 강요는 원효가 말한 ‘체상’으로서의 소통관계를 저버리고 있다.

작가의 근작에서는 파노라마 형식의 구성이 돋보인다. 최근의 기행에서 얻은 체험이 기존의 작품 성향과 맞물리면서 자연스러운 상생에 따른 ‘화쟁’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이른바 시선은 자유분방하며, 풍경은 정지하지 않고 유유히 흘러간다.

허만욱의 예술은 이질성으로 다가오면서 또 다시 접속해버리는 ‘리좀’ 현상을 ‘화쟁’으로 일부분 받아들이고 있다. 이달 7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 가을의 향기와 허만욱의 철학이 담긴 작품을 대입해 음미해 보기에 충분한 여유를 누려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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