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에 대한 발견, 밝고 투명한 생명에 대한 경이감..
김성춘 시인 시집 「물소리 천사」펴내
손익영 기자 / 2011년 03월 07일
|
공유 / URL복사 |
↑↑ 김성춘 시인 | |
ⓒ (주)경주신문사 |
4부로 나눠 총 52편의 시가 수록돼있는 제11집의 시들은 생의 원숙기에 들어선 시인이 평화롭고 정결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순수성과 순결성을 보여주고 있다.
새벽과 아침 사이의 고요한 명상의 틈, 선명한 풍경과 어스름한 잔상 사이의 미묘한 틈에서 시인은 존재에 대한 기쁨과 사랑을 발견한다. 밝고 투명하며 생명에 대한 경이감으로 세상을 ‘이쁘게’ 바라보는 선한 시선은 시인의 천진한 아름다움에서 비롯된다.
“그의 언어가 빚는 언어풍경의 단정한 아름다움은 그의 내면세계의 깊이에서 우러나는 역사적인 소산이며 세계를 바라보는 그의 눈은 지(知)적일 뿐 아니라 다분히 감각적”이라고 스승 허만하 시인은 말하고 있다.
하느님 어찌 좀 해 주세요?
폰메시지도 없이
하늘 로터리 돌아 걸어온 저 달
귀뚜리 낭랑한 밤
붉은 접시꽃잎에 붙은 저 달
달과 나
짐짓 딴청도 피우며
툇마루에 흰 궁둥이 걸치고 새우깡에 소주도 함께 마셔요
뜻밖의 행운처럼 녹아드는 저 달
그냥 즐겨도 되죠
가을 밤 삼매경에 빠져도 삼매경 되죠?
하느님 저 달 좀 잡아주세요
불쑥, 은빛 마당에 굴러온
-‘달콤한 달’ 전문-
이처럼 그의 시에는 정감적인 자연이 호응한다. 그의 생활세계도 자연의 한 부분이다. 사물의 정감이나 정서의 맥락에서 형상화되는 감성을 독자들에게 더 깊은 통찰의 세계로 몰입시킨다. 하나의 소재로 사고의 폭을 넓혀가는 시어의 짙은 호소력이 인상 깊다.
시인은 경주가 좋아서 정년퇴직하기 바쁘게 배반동 고원재로 옮겨왔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피아노를 치는 시인. 명상이 끝나는 시간이면 대금이나 가야금을 연주하고 트럼펫을 부는 시인. 그의 시 ‘틈’에서처럼 틈만 나면 시간을 쪼개고도 여유를 누리는 멋과 기품의 시인.
1942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사범학교와 부산대 교육대학원을 졸업. 43년간 교직 생활을 하다 울산 무룡고 교장으로 정년퇴직 한 후 울산대 사회교육원 시창작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동리목월문학관 교육국장으로 있다. 1974년 「심상」첫 신인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제2회 월간문학 동리상, 경상남도 문화상, 제1회 울산문학상을 수상했다. 본지에 ‘김성춘의 시 읽는 즐거움’을 연재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방어진 시편」, 「섬, 비망록」, 「수평선에 전화 걸다」, 「비발디풍으로 오는 달」 등 10권의 시집이 있다. 서정시학 114쪽∥9000원.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