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1) 영화·드라마 주름잡은 경주출신 감독과 PD

이현세, 강우석, 엄기백, 박수동···1980년대~2000년대 풍미한 절대강자들, 경주·경주사람 가치 드높여

박근영 기자 / 2019년 08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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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면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경주인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연극·영화·탤런트 세계에서도 이름을 떨치는 연예인들이 있다. 이번 호에는 연예계에서 별들로 불리운 경주 사람들을 간략히 소개한다.

가장 유명한 사람은 단연 이현세 화백이다. 이 화백은 세상이 다 아는 만화가이고 세종대 애니메이션 학과 교수이지만 그가 만든 작품이 수없이 영화와 연극으로 만들어졌고 수많은 광고에 모델로 참여했기에 연예인이라 칭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다. 이 화백의 만화는 대표적으로 ‘공포의 외인구단’ ‘폴리스’ ‘지옥의 링’ ‘며느리 밥꽃 풀에 대한 보고서’ '테러리스트(원작 카론의 새벽)' ‘아마겟돈(애니메이션)’ ‘2009외인구단’ 등 고전과도 같은 작품이 있고 2010년 이후 작품으로는 ‘두목’, 골프 드라마 ‘버디’도 영화 또는 드라마로 제작됐다.

이 화백 만화는 웅대한 스케일과 판타지적 요소로 인해 제작비 소요가 많아 영화화 되기 힘들다는 우려 속에서도 이 화백의 또 다른 인생작 ‘남벌’ ‘천국의 신화’ 등에 꾸준히 제작설이 잇따르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아마겟돈’을 직접 감독한 이 화백은 다수의 작품을 직접 감독하거나 연출하지는 않았지만 만화 자체가 완전한 영화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볼 때 경주출신 감독과 연출의 첫장을 장식하기에 걸림이 없다.

우리나라 최초로 천만관객 영화의 장을 연 강우석 감독 역시 경주가 낳은 불세출의 영화인이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유명한 ‘투캅스 시리즈’와 ‘마누라 죽이기’ ‘공공의 적 시리즈’는 물론 최초의 천만관객 영화인 ‘실미도’를 만든 장본인이다. 1995년 이후 강우석 프로덕션에서 시네마서비스로 이름을 바꾼 강우석 사단은 취화선, 퀴즈왕, 김씨 표류기, 한반도, 신기전, 주유소습격사건 2, 등의 영화를 제작했고 2012 웹툰을 영화한 한 ‘전설의 주먹’을 끝으로 더 이상의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외에 강 감독의 후원으로 제작되거나 성공한 영화들도 다수인데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는 대표적인 예이다.

TV 연출 쪽에서는 엄기백 PD와 박수동PD가 대표적이다. 엄기백PD는 방송계의 돈키호테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방송가의 이슈메이커로 활약했다. 사극 ‘조광조’에 언체인더 멜로디를 썼고 30% 시청률을 넘기는 드라마 ‘욕망의 바다’를 연출하기도 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면서도 회사의 종용으로 드라마 ‘무당’을 연출, 종교계를 발칵 뒤집어 놓으면서 방송에서 도중하차 한 이력도 있다. KBS수원 드라마 센터장과 경주문화재단 사무처장 겸 예술의 전당 관장으로 활동하다 지금은 연극제작과 광주시립극단 객원연출가와 ㈜임창정 고문으로 활동중이다. 엄기백 PD의 아들 엄상용씨 역시 영화감독으로 입신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박수동PD는 그가 연출한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하나만으로 그의 방송경력을 장식하고도 남는다. 1990년 9월 9일 첫 회 방송 이래 17년 동안 무려 852부작 방송한 KBS의 최장수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를 만들면서 원로 배우들이 노년을 마감했는가 하면 고현정 같은 배우가 입문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최지우 출연작 유정, 6·25이후 남한 귀착민의 삶을 그린 ‘살다보면’ 등을 연출했다. 박수동 PD의 아들인 초신성의 박건일 씨는 가수 겸 영화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시트콤의 대명사 김병욱 PD, 경주 문화재 알린 송창수 PD, 그것만이 내 세상 최성현 감독, 연극계의 손기호 감독은 현재 진행형, 또 다른 천년 삼국유사의 주인공들!!

우리나라 ‘시트콤의 대명사’로 통하는 이도 있다. 바로 김병욱 PD다. ‘LA아리랑’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서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등 화제작들을 꾸준히 만들었고 2006년에 ‘거침없이 하이킥’, 2009년 지붕뚫고 하이킥<사진>이 국민적인 열광을 얻으며 대한민국을 시트콤 천국으로 이끌었다. 송혜교, 정일우, 서민정, 정준하, 황정음, 진지희, 서신애, 신세경, 유인나, 쥴리엔 강, 최다니엘, 윤시윤, 이기광, 이광수 등이 주연급으로 성장했고 이순재, 정보석, 김자옥, 오현경, 박영규 씨 등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제작을 맡은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도 인기를 얻어 안내상, 윤유선, 안계상, 윤지석 등을 스타덤에 올렸다.

2009년 MBC에서 제작한 이현세 원작 공포의 외인구단을 각색한 ‘2009 외인구단’ 연출을 맡은 송창수 PD도 경주 출신 감독이다. 그는 특히 2006년 정재영 출연 ‘마이캡틴 김대출’의 대본을 쓰고 감독까지 한 영화감독 출신이다. 안타깝게도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이 영화는 경주 문화재 발굴을 중심으로 경주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번째 영화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송창수 감독은 제작자로 활동하며 우리나라 최초의 VR영화인 ‘오랜지캔들’을 제작, 한국신문방송인클럽과 한국SNS기자연합회에서 주관한 ‘2017자랑스런한국인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현세 화백의 골프 만화 ‘버디버디’와 무협수사극 ‘창천수호위’의 스토리 작가이자 그래픽 노블 ‘아이리스’의 작가인 최성현 작가는 2014년 개봉한 화제작 ‘역린’의 원작자이자 각본까지 맡아 이 영화를 380만 관객으로 이끄는 저력을 발휘했다. 영화적 재능을 겸비한 최승현 작가는 마침내 2018년 자신이 대본과 감독까지 맡은 ‘그것만이 내 세상’으로 영화계의 새로운 히어로로 떠올랐다. 이병헌, 윤여정, 박정민, 한지민, 문숙 등 배우들이 열연한 이 영화 역시 34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동시 개봉된 블록버스트들을 누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이 영화는 한국 영화에서 소화하기 힘들었던 음악 장르를 감동적으로 표현해낸 수작이다.

연극계의 손기호 감독은 대학로에서 정평 난 제작자이자 감독이다. 극단 이루의 대표이기도 한 김기호 감독은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감포 출신 덕이 분이 열수’ 등 연극으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극단 연우무대에서 배우를 거쳐 무대감독, 제작PD를 경험한 후 ‘부부 쿨하게 살기’ ‘사람과 사람’ ‘내 마음의 옥탑방’ ‘다시 서는 남자 이야기’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사랑을 묻다’ 등 작품이 손기호 대표가 쓰고 연출한 작품들이다.

이들 모두는 경주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언제나 경주가 고향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고 있으며 경주라는 소재를 영화나 드라마에 넣기 위해 무던히도 기회를 노리는 연예인들이다. 실제로 이들의 작품 속에 등장한 경주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이현세 화백의 만화 소재는 상당부분 경주와 신라의 왕성을 배경으로 삼았고 강우석 감독은 경주에 영화센터를 만들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엄기백 감독은 숫제 경주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다년간 머물기도 했다. 송창수 감독은 경주 이야기로 자신의 영화인생을 열었고 최성현 감독의 스토리 ‘버디’도 경주에서 출발하는 만화다. 손기호 감독의 ‘눈 먼 아비~’와 ‘감포출신 덕이~’ 역시 내놓고 경주를 배경으로 한 연극이다.

앞으로도 이들은 경주를 영상에 담기 위한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의 창작열기를 경주가 녹일 수 있게 조금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드라마 선덕여왕, 대왕의 꿈, 참 좋은 시절 등의 작품들이 경주를 얼마나 부양했는지는 굳이 따질 필요조차 없다. 스토리 제작에서 영화를 위한 세트장 설치나 제작비 지원에 이르기까지 다각도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 한 예로 경주의 살아있는 신화 이현세 화백을 활용하기 위한 경주시의 노력도 다시 불 붙여 볼 만하다. 현대적 콘텐츠의 힘이야말로 또 더 기막힌 전설과 신화를 만들 또 다른 ‘삼국유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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