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왕경 핵심유적 ‘디지털재현에 초점’… 실물복원은 ‘아득’

문화재청, 복원·정비 5개년 종합계획 수립·공고
유적 골격회복 위해 원화로 지하화 검토 ‘주목’

이상욱 기자 / 2021년 04월 29일
공유 / URL복사
↑↑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종합계획에는 원화로 지하화를 검토하기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월성에서 본 원화로와 동궁과월지.

문화재청이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신라왕경특별법)에 따라 첫 5개년 종합계획을 내놓으면서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번 5개년 및 중·장기 계획에 주요 핵심유적에 대한 실물복원 계획은 빠져 있어 단기간 내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때문에 신라왕경 핵심유적이 복원될 때까지 국비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정해놓은 신라왕경특별법이 재차 부각되고 있다. 특별법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종합계획(2021~2025)을 수립하고 지난달 말 이를 공고했다.
신라왕경 종합계획에는 △월성△황룡사△동궁과월지△월정교(춘영교) △대형고분 재발굴 △신라왕경 중심방 △첨성대 주변 △쪽샘지구를 비롯해, 특별법 시행령 제정으로 추가된 △인왕동 사지 △천관사지 △낭산 일원 △사천왕사지 △분황사지 △구황동 원지 유적 일원 △미탄사지 등 총 15개 유적의 복원·정비 계획을 수립했다.

이번 종합계획은 신라왕경특별법에 따라 문화재청이 신라왕경 핵심유적의 복원·정비를 위해 5년마다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특별법 시행 후 처음으로 수립된 계획이다. 경주시는 이 종합계획에 따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 후 경북도를 거쳐 문화재청의 승인을 받게 돼있다.

-핵심유적 실물복원 대신 디지털재현 계획 수립
이번 종합계획에서 복원이 완료된 월정교처럼 대형 핵심유적의 실물복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을 위한 고증자료 부족으로 원형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반면 계획에는 디지털 재현사업과 XR(확장현실) 등 디지털 복원안이 대거 포함됐다.
이는 첨단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일부 핵심유적을 재현하고, 복원 활용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먼저 신라왕궁의 실물복원은 단기간 내 가시화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종합계획에 따르면 올해부터 중·장기 계획으로 월성복원 연구, 월성 경관 복원 연구, 성벽 축조공법 복원 연구 등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신라왕궁 실물복원은 이 같은 연구가 충분히 진행되고, 원형 고증이 이뤄진 이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첨단과학을 활용한 월성 디지털 재현을 중·장기 과제로 정했다.

월성해자는 올해까지 복원·정비를 마무리하고, 수목과 지형은 2023년까지 복원·정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문지, 주변 성벽은 2025년까지 정비한다는 계획을 담았다.

신라왕경 복원의 핵심사업 중 하나인 황룡사지 9층 목탑 실물복원도 이번 계획에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나 황룡사 중금당 디지털 콘텐츠 제작과 중문 및 남회랑 등 AR(증강현실) 서비스 등 디지털 복원안이 포함됐다.

동궁과월지 역시 서편 건물지를 디지털 재현한다는 계획으로, 실물 복원계획은 이번에 반영하기 않았다. 대릉원 일원도 봉분 복원을 마무리하고, 재발굴한 대형고분은 디지털 재현으로 복원 방향을 잡았다.

↑↑ 문화재청은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종합계획을 수립해 지난달 말 공고했다. 사진은 올해 말 완료 예정인 월성해자 재현 조감도.

-분황사지 등 일부 유적 복원계획은 수립돼

특별법 시행령으로 추가된 7개 유적의 일부는 복원 계획이 수립됐다.
먼저 분황사지는 모전석탑 구조안정과 원형연구를 시작으로 심화 연구를 거쳐 중·장기 계획으로 석축배수로와 담장 복원, 창건금당지, 강당지, 동서회랑지, 문지 등을 순차적으로 복원한다는 계획을 담았다.

인왕동사지는 석탑과 연지·우물을 2025년까지 복원하고, 장기적으로는 금당지, 강당지 등도 복원할 계획이다. 낭산일원은 먼저 황복사지 정비와 중기 계획으로 능지탑소조상 3D 복원, 능지탑 등을 복원할 계획이다. 또 사천왕사지는 올해 서탑지 기단을 복원하고, 2025년까지 금당지 기단 복원에 이어 중·장기 계획으로 귀부 주변과 강당지·회랑지를 복원키로 했다.

-월성~동궁과월지 핵심유적 골격 회복 검토 ‘관심’
문화재청은 이번 종합계획에서 크게 4개 전략 과제를 제시했다.
△신라왕경 핵심유적 골격 회복을 통한 역사성 확립 △첨단과학을 활용한 보존관리 및 서비스 제공 △국민·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신라왕경 △지속가능한 세계유산 정립 및 역사문화자원 브랜드화 등이다.

추가로 포함된 유적은 기초 발굴과 함께 정비·복원계획을 담았고, 이미 상당한 진전이 이뤄진 유적은 발굴·연구와 함께 활용 방안을 찾는데도 무게를 뒀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원화로 정비를 통한 신라왕경 골격 회복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월성과 동궁과월지 중간을 가로지르는 원화로를 지하화하거나 우회도로를 마련해 끊어진 신라왕경 핵심유적의 골격을 회복한다는 내용이다.

원화로는 배반동 배반네거리에서 용강동 용강네거리를 잇는 약 5.3㎞ 길이의 도로다. 이 중 검토 대상 구간은 팔우정삼거리~선덕네거리~박물관 네거리~배반네거리를 잇는 2.3km다.

이 구간에 대해 문화재청은 신라왕경 핵심유적 골격회복을 위해 △원화로 지하화 △원화로 폐쇄, 우회도로 통행 △현행 유지 등 3개 검토방안을 제시했다.

원화로를 지하화하거나 우회도로를 구축해 통행하면 월성과 동궁과월지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신라왕경의 맥을 잇고, 대단위 규모의 역사유적공간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원화로 지하화를 위해서는 주민, 문화재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유구 확인 및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문화재청은 발굴조사 결과에 따라 지하화 구간, 연결도로 높이조절 등 향후 계획수립과 함께 여의치 않으면 백지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또 원화로 폐쇄·우회도로 통행 방안을 위해서는 불편이 예상되는 도로주변 주민과 경주시민을 설득하고, 교통체계 개선안 마련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첨단과학 활용 디지털 복원 서비스 확대
첨단과학을 활용한 신라왕경 역사문화 보존관리 및 서비스 제공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고증 자료 부족으로 핵심유적의 실물복원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리는 만큼 디지털 복원(재현) 활용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신라왕경 핵심유적의 고증 결과를 유연하게 반영해 점 단위의 유적 디지털 복원에서 역사도시 공간 차원으로 단계별 확대해나갈 방안이다.

세부적으로는 △월성운영시설 내 전시관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등 디지털 콘텐츠 개발 △동궁과 월지 홍보영상관 디지털 콘텐츠 개발 △대릉원 일원 고분정보센터 증강현실 서비스 제공 △황룡사 중문 증강현실 체험시설 건립 등이다.

특히 3차원 입체영상 홀로그램을 활용해 핵심유적을 실물처럼 재현하는 콘텐츠 개발도 추진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 콘텐츠 개발의 예시로 황룡사 구층목탑을 들기도 했다.

-국민이 참여하는 활용방안도 제시
이번 종합계획에는 핵심유적의 활용방안도 제시했다. 국민과 지역주민의 참여를 활성화하고, 세계유산 자원 브랜드화 기반을 구축하는 등 핵심유적별 활용방안을 마련한 것.

월성은 올해 말 준공예정인 월성발굴조사 운영시설을 통해 다양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발굴현장 활용프로그램 운영, 현장중심 문화유산 교육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황룡사지는 중문 및 남회랑 등 황룡사 AR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분황사, 구황동 원지, 인왕동사지, 천관사지, 낭산 일원 등은 관련 인물 등을 중심으로 각각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이들 유적을 연계하는 관광코스 개발을 제시했다.

문화재청은 맺음말을 통해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계획은 시행계획과 연동계획으로 매년 추진 사항을 점검·분석하고,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집행계획을 구축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복원·정비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종합계획 추진을 통해 경주 역사문화도시 조성, 핵심유적의 원형 회복·관광자원 확보·문화향유를 제고할 수 있다”고 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신라왕경 핵심유적의 실물복원은 현재 고증이 어려워 빠른 시일 내 추진하기는 어려운 과제”라면서도 “올해 월성해자, 금관총 보존전시공간 및 고분정보센터, 월성발굴조사 운영시설 등이 완료될 예정이고, 발천 복원방안을 마련하는 등 핵심유적 공간 내에서의 유적들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천년고도의 위용을 드러낼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X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