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필작가는 어떤 기술이 필요한가? 돈은 되나?

대필은 일반 작가 이상의 순발력과 분석력 필요
특히 감정이입 능력 뛰어나야

박근영 기자 / 2022년 0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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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필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대부분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대필 작가가 될 수 있느냐와 그게 돈이 되느냐에 쏠린다. 대필이란 것이 남의 글을 대신 써준다는 것인데 그렇게 하려면 어떤 글쓰기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또 한편, 자기 글 써서도 밥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 어떻게 남의 이야기를 대신 써서 돈을 벌 수 있겠나 싶은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대필 작가들의 기량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치밀하고 넓고 월등히 높다. 일반 작가들은 자기 머릿속의 글을 꺼내 다듬는 작업을 하지만 대필 작가들은 자기 머릿속이 아닌 남의 머리와 가슴에 든 재료들을 가지고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공감력과 분석력, 재구성 능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대필 작가가 되려면 일반 작가를 뛰어 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전에 내 페이스북에 대필과 출판에 대한 글을 썼더니 어느 선배 한 분이 부쩍 관심을 드러내며 대필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로 자신이 쓴 글을 보내며 출판이 되겠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그 분은 글을 꽤 잘 쓰는 분이고 비록 작가로 데뷔하거나 스스로 책을 낸 적은 없지만 장문의 글쓰기에 익숙한 분이어서 보낸 글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기본적으로 글을 쓰는 힘이 대단히 좋았다. 글 쓰는 힘이 좋다는 말은 남의 글을 어지간한 책 반 권 분량 가깝게 쓴 것으로 증명됐다. 그러나 대필 작품이 갖추어야 할 여러 가지 요소로 미루어 그 자체로 책을 낼 정도는 아니어서 정중하고 솔직하게 더 보강해야 할 부분을 조언해 드렸다. 그 후 그 선배는 더 이상의 작품을 보내는 대신 언젠가부터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의 인생을 담담하게 써내려가기 시작했는데 가끔씩 들어가 보면 회가 거듭될수록 문장이 탄탄해짐을 느낀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문제이지만 대필작가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순발력이다. 언제 어떤 순간에도 글의 재료가 주어지면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정도의 글쓰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대필 작가로 행세할 생각을 애초에 하지 말아야 한다. 대필 작가는 남의 이야기를 듣고 바로 글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남의 말을 글로 옮기는 정도가 아니고 그것을 자신의 것인 양 체화시켜 보다 문학적이고 재미있게 표현해야 한다. 그러려면 고도의 순발력과 분석력, 추리력 같은 기술이 있어야 한다. 또 한 가지, 작은 실마리 하나를 붙들고 늘어져 그것을 완벽한 하나의 스토리를 엮어낼 수 있는 판단력과 확장력도 가져야 한다. 대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화(同化)능력인데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자신의 것처럼 감정이입하는 것이다. 사실 정말 중요한 대필능력은 바로 이 마지막 감정이입이 절대적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대필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능력이 하루아침에 생길 수 없다. 이런 능력은 타고난 것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꾸준한 글쓰기 연습을 통해서 얻어진다. 그런 연습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재는 자신이다. 자기 속에 있는 무수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 글로 표현하는 것만큼 좋은 연습은 없다. 돌이켜 보면 나 역시 대필작가로 활동하기 이전에 내 이야기를 먼저 이야기로 꾸미면서 차츰 대필작가로 확장됐다.

-유명 작가들도 대필 세상 참여 많아, 유명도나 글쓰기 능력에 따라 억대까지 원고료 다양
자, 처음으로 돌아가서 대필작가가 돈을 벌 수 있느냐는 물음을 다시 꺼내 보자. 대답은 너무나 간단하다. 당연히 그렇다. 이처럼 대필 작업이 까다롭고 치밀한데 왜 돈을 벌지 못하겠는가? 당연히 돈을 벌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많은 돈을 벌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필 세상도 엄청난 등급의 차이가 있다. 이 역시 냉정한 경쟁 세상이므로 어지간해서는 돈 벌기 힘들고 실제 이곳도 기존의 유명 작가들이 은근슬쩍 장악하고 있는 세상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우리가 아는 유명 작가들 중 재벌 그룹 총수나 유명한 정치인의 자서전을 대필해 준 작가의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떠돈다. 당연히 그게 나쁜 일도 아니고 흉보거나 비아냥댈 일도 아니다. 서구의 연대기 작가들처럼 자신의 이름을 내걸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겠지만 어지간한 책으로 인세 받는 것보다 경제적으로는 더 이득일 경우가 많으므로 작가에게도 좋은 일이다.

글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응당 도전해볼 만한 시장이 이 자서전 시장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만만하게 보고 접근해서는 절대로 벌 수 없지만 사생결단하고 달려들면 어지간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부럽지 않다.

그렇다면 보다 원초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대필작가 수입은 어느 정도 될까?
대필료는 작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많게는 억대도 되고 유명도에 따라 수천만 원도 된다. 위에서 말한 재벌 총수가 고용한 유명 작가는 1억원 이상을 받았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책을 내본 사람이라면 인세로 1억원 버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 것이다. 탑 클래스의 작가들이 가끔씩 남의 책을 대필해주는데 이 당연한 수익을 포기할 만한 작가가 몇이나 될까?

대필료는 작가의 능력에 따라서도 달라지지만 자서전을 내고자 하는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물론 이 둘은 상관관계가 분명해서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어느 정도의 작가를 투입할지가 결정되고 거기에 맞추어 대필료가 결정된다.

흔히 우리가 아는 책 사이즈, 다시 말해 신국판 250페이지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준의 대필료는 7~800만원이다. 이 경우 수요자가 불러 주는 대로 대충 정리만 해주면 된다. 인터뷰 시간은 대체로 30시간. 하루에 2시간씩 15번 만나서 하고 싶은 이야기 하면 이걸 받아적어서 책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좀 놀랍겠지만 이런 경우 시작하고 한 달 안에 책을 낼 수 있다. 즉 한 달에 800만원의 대필료가 책정된다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 많아 보이지만 전문성이나 작가의 노고에서 볼 때 큰 돈이 결코 아니다.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대의 원고료가 나간다면 보다 전문적인 대필이 요구된다. 보통 국회의원이나 시장 혹은 구청장급 정치인이나 좀 규모가 있는 기업의 대표쯤 되는 분들은 최소한 이 정도는 지불해야 책다운 책을 얻을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들은 자신들이 지나온 일을 단편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반드시 취재가 필요하다. 또 이들이 책 내는 목적도 분명해 정치인의 경우 자신의 업적을 꼼꼼하고 재미있게 구성하기 바라고 기업인의 경우 마케팅까지 고려한 세심한 기술이 필요하다. 투입되는 작가들도 베테랑급이다. 이 경우 일반적인 문과대학 출신보다 취재력이 있는 기자 출신 작가나 경험 많은 대필작가들이 이런 시장을 장악한다.

3000만원 이상의 원고료를 받는 경우는 5~6개월 인터뷰 기간을 설정하고 주도면밀하게 인터뷰하고 취재해서 그 자체로 베스트셀러를 낼 만한 책을 만들 때다. 관록 있는 정치인, 광역지자체 단체장, 중견기업 이상 기업 총수 등에 해당한다. 내 경우 모 업계에서 그 분야 최고로 불린 분의 책을 1년 동안 주 1회 인터뷰하고 주변 지인들까지 전부 취재하고 고향까지 답사하는 등 정성을 들인 적 있는데 12~3년 전에 3000만원의 원고료를 받았다.

대필작가의 수입은 원고료를 얼마나 받느냐에 따라 결정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하느냐의 문제다. 이것이 대필작가의 수명을 연장하는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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