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연합학생생활관에 투자해야 지역대학이 살아난다
경주신문 기자 / 2023년 03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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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이 지원하는 연합기숙사를 서울시 용산구에 올 5월 착공해 2024년 9월 개관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연합기숙사가 문을 열면 경주를 포함한 원전 소재 4개 지역 출신 학생들 가운데 수도권 대학에 재학하는 대학생들이 우선 입사할 수 있게 된다.
↑↑ 김신재
동국대 교수
경주발전협의회
수석부회장
사실 재경 연합기숙사 신축 얘기가 나온 지는 오래됐다. 연합기숙사가 곧 착공된다니 경주시민으로서 반가운 소식이다. 경주에서 타지로 대학 진학하는 경우에 대학이나 지자체 등이 마련한 기숙사는 큰 도움이 된다. 재경 연합기숙사의 운영은 우선 서울 소재 대학으로 자녀를 진학시키는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켜 주며 기숙사에서 학생을 관리해 준다는 사실이 자녀 안전에 대한 염려를 덜어줄 것이다. 고향을 떠나 국내 유학을 떠나는 경우 걱정거리가 숙식 문제와 경제적 부담인데, 이것을 동시에 해결해 주는 곳이 바로 ‘기숙사’다. 저렴한 비용으로 타지에서 양질의 기숙사 생활이 가능하다면 경주 소재 고교 출신의 타지 유학 생활에서의 애로는 크게 줄어든다.
기숙사 생활이 만족스러우면 고향에서 대학을 다니는 경우와 타지에서 유학하는 차이가 좁혀지기 마련이다. 기숙사의 만족도에는 시설 환경, 자연 환경, 식당의 음식 질, 기숙사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대학 당국 역시 대학 신입생 선발에서 기숙사의 수용 규모와 기숙사 환경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기숙사를 확충하고 기숙사의 복지시설을 향상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대학 기숙사만으로 입사를 원하는 학생을 모두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자체 등이 기숙사를 운영해 시민과 대학을 돕고 있다. 이런 예로서 서울 소재의 남도학숙·여수학숙, 전남 출신 대학생을 위한 광주의 도립 전남학숙, 경북장학회의 경북학숙 등이 있다. 한수원 지원의 재경 연합기숙사도 같은 성격의 기숙사이다.
그런데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경주 출신의 학생만 기숙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기숙사가 절실한 것은 타지에서 경주로 대학 진학한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많은 지방대학이 신입생 모집이 어려울 정도로 위기에 처해있지만 경주 소재 대학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때 지역 대학이 기숙사 생활을 원하는 타지 출신의 대학생들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나아가 기숙사 생활의 만족도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지역대학의 위기는 심화될 것이다. 지역 대표 대학인 동국대의 생활관 수용률은 20% 남짓이다.
그마저도 신입생을 우선 선발하게 되면 재학생에게는 생활관 입소 기회가 더욱 적어진다. 이에 경주시 지자체는 경주로 유학을 오는 대학생을 위해 연합학생생활관의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생활관이 지역대학의 생존과 경쟁력에 매우 중요함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운영은 서라벌대가 맡고 있다.
연합학생생활관의 취지를 잘 살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이 필요하다. 대학 캠퍼스 내의 기숙사가 인기 있는 이유는 강의실과 가깝고 식사도 제공하고 관비도 비교적 저렴하다는 것에 있다. 물론 연합학생생활관의 관비는 저렴하고 시설도 양호하다.
하지만 동국대와 연합학생생활관의 거리는 꽤 떨어져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생활관과 각 대학 간에 셔틀버스도 운행하고 있으나 연합학생생활관의 선호도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경주시의 보다 대폭적인 관심과 지원이 요망된다. 예를 들어, 현재 경주시 연합학생생활관은 식당 운영의 수지를 맞추기 어려워 식당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생활관에서 식사를 제공하지 않으면 그게 자취방이지 생활관인가”하는 의문이 든다. 식사 제공이 되지 않은 생활관에 자녀를 보낸 부모 마음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지역 대학의 교수이자 자녀를 기숙사에 보내본 적이 있는 부모로서 연합생활관 운영 개선을 위한 제안을 하고 싶다. 경주시장학회가 연합생활관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이다. 가정 형편이 어렵고 학업 성적이 우수한 원거리 학생을 관생으로 우선 선발해 관생은 모두 장학생이라는 성격을 부여하고 저렴한 관비로 아침·저녁 식사를 제공한다면 연합학생생활관의 선호도는 크게 올라갈 것이다. 조식 제공을 소수 관생만이 원한다면 석식만 제공하고 조식은 식당에서 관생 스스로 밀키트 등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면 차선책은 된다. 경주시 연합학생생활관을 활성화하는 사안은 단순히 기숙사를 개선해 거주 학생의 삶의 질을 올리는 것 이상의 사안으로 다뤄져야 한다.
연합학생생활관의 위상 제고는 청년정책, 인구정책, 경제정책, 지역대학지원정책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경주시 연합학생생활관이 활성화되면 통학생의 생활관 입소로 경주시 인구의 증가는 물론, 충효동 상권도 살아나고 지역대학의 경쟁력도 크게 올라갈 것이다. 따라서 경주시는 연합학생생활관에 더 관심을 가지고 대폭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경주시 연합학생생활관을 살려야 지역대학도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