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의 하늘 경주의 스카이웨이…

경주신문 기자 / 2024년 0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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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임관
경주문화원 부원장
“별기에 따르면 이 왕의 치세에 돌을 다듬어 첨성대를 쌓았다고 전한다”

『삼국유사(1281년)』의 ‘선덕왕지기삼사(善德王知幾三事)’에 나오는 기록이다. 이로부터 173년 뒤엔 “첨성대는 부성(府城)의 남쪽 모퉁이에 있다. 당 태종 정관 7년 계사(633년)에 신라 선덕여왕이 쌓은 것이다”라고 『세종실록지리지(1454년)』 ‘경상도 경주부’에 기록하여 연도까지 밝히고 있다. 선덕여왕의 업적을 하나 더 보면 황룡사 창건(553년)으로부터 93년 뒤 645년 9층목탑을 완공하였다. 높이 80m에 이르는 신라삼보의 하나로 1층 일본[倭]으로부터 9층 예맥(穢貊)에 이르기까지 신라 주변의 9개국[九韓]을 제압한다는 의미를 가졌다. 선덕여왕이 꿈꾸던 하늘, 오늘날 경주도 스카이웨이로 실현하면 얼마나 좋을까.

선덕여왕은 왜 첨성대를 쌓고 황룡사9층목탑을 세웠을까? 신라 초기의 궁궐이 있던 곳은 초승달 모양의 월성(月城)이다. 단순히 천문대의 기능을 넘어 밤을 모티브로 하는 달과 별에 연결고리를 만들고자 축조한 것은 아니었을까. 별별 생각은 급기야 신라인들은 황룡사9층목탑의 찌를 듯한 높이에 올라서서 하늘을 향유하고자 하였다는데 이른다. 하늘과 교감하고 하늘에 이르고자 한 신라 사람들의 염원을 선덕여왕이 풀었다고 본다. 이는 비록 우리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은 동서양을 통틀어 달과 별로 총칭되는 밤하늘의 이미지를 국가의 상징인 국기에 담은 나라가 40개국이 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현재진행형으로 돌아와 경주는 하늘에 얼마나 다가가고 있는가? 어쩌면 앞으로 경주가 살 길을 하늘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경주의 핫플(hot place)’은 당연 황리단길이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하루에 무려 8~9만명이 북적댄다. 이는 한옥에서 오는 뿌리의식과 정겨움이다. 경주시는 역사도시 경주에 걸맞게 특정 지역엔 집을 지을 때 한옥형 골기와 지붕을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 지역 건물에서도 건축허가시에 지붕의 모양이 아름답도록 설계에 반영하는 시책을 수년 전부터 하고 있다. 이러한 계기는 경주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더불어 건물 지붕이 주는 이미지 때문이다. 어느 시장님이 유럽 출장지의 하늘에서 내려다 본 지붕 모양과 색깔에 반해서 도입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경주는 철저히 소비자인 관광객의 구미에 맞는 수요자 중심의 관광자원 개발이 필요하다. 무수한 관람형 문화유산의 상대적, 차별적 우위는 이미 오래전에 퇴색되고 새로운 즐길거리, 먹거리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한 번쯤 다녀가고는 계속적인 재방문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의 경리단길이 옛 명성을 잃어가고 있고 전주한옥마을의 선호도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에서 볼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경주의 황리단길도 정점으로 치닫고 있어 그 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즈음에 역사를 품고 힐링을 하며 즐길 수 있는 오감 만족의 스카이웨이를 제안한다. 토목용어사전에 의하면 스카이웨이(sky-way)란 도심부나 역 주변의 건축물 상호를 도로 상공에서 연결하는 입체 보도교를 말하며, 일반적으로는 지붕·유리벽 등으로 전체면이 차폐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그냥 높은 지대의 도로에서 조망하기 좋은 예는 서울의 북악스카이웨이가 있고 둥글게 지붕을 덮고 LED로 영상물을 방영하여 올려다볼 수 있도록 한 것은 대전 스카이로드가 있다. 조금 다른 형태이긴 하지만 높은 기둥을 세우고 구불구불, 오르락내리락 원형의 도보다리로는 포항 스페이스워크가 있다. 관객이 하나의 풍경이 되는 국내 최대 규모 체험형 조형물이란 설명에 걸맞게 포항 환호공원에 위치하여 해발 81m, 333m 길이에서 내려다보는 360도 전경은 가히 일품이다.

경주시는 구도심 재생사업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단길’의 시너지를 위해 구도심지역을 금리단길로 명명하고 대대적인 시설 확충과 도시디자인 개선에 힘쓰고 있다. 황오동으로 편제되는 옛 시가지는 그동안 고도제한 등으로 높은 층의 건물이 비교적 적다. 또 옥상도 평면형이 대다수이다. 이들 건물들을 연결하여 스카이웨이를 만들면 경주의 하늘이 되는 것이다. 큰 건물의 옥상에는 카페나 쉼터를 조성하고 군데군데 구름다리나 흔들다리를 만들어 재미를 더하면 좋겠다. 중심 포인트에는 포항 스페이스워크처럼 아치와 원형을 접목한 트렉다리를 만들면 경주 시가지의 조망과 문화유산의 분포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으리라. 스카이웨이 아래의 상가로 내려가는 계단도 요소요소에 만들면 상권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꿈같은 아이디어가 현실에 이르기까지에는 넘어야 할 산이 참 많을 것이다. 건축 법규도 문제거니와 건물주와의 협의, 주거지역의 시민 사생활 보호, 필요한 재원 확보 등등. 그러나 인구소멸도시로 가는 경주의 앞날과 역사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 하락, 구도심의 황폐화를 대비하는 준비와 황리단길 방문객의 도심 유인이라는 큰 그림을 그렸으면 한다. 신라시대 황룡사 탑을 짓기까지 창건 후 100년 가까이 걸렸다면 경주는 10년, 20년 앞을 내다보며 하늘로 다가가는 스카이웨이를 만들어 보자. 외래어를 피하자면 하늘다리, 별빛다리처럼 우리말 이름을 붙여도 좋을 것이다. 아예 시민 공모로 이름부터 지어 놓고 연년이 머리를 맞대면 좋은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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