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 공휴일이면 어떨까?

경주신문 기자 / 2024년 05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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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미 경주 아줌마
5월은 가정의 달이다.

1일은 근로자의 날,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까지 공휴일도 기념일도 풍족한 달이다. 그래서 국내든 해외든 여행을 떠나고 동물원, 키즈카페 등 5월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달이다.

그런데, 아는가?

어린이날은 국내에만 존재한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날을 선정한 시절은 우리나라가 못 살던 시절이다. 그 이후로 우리나라가 고도성장을 하면서 아빠는 집에서 아이들과 놀아주기보다는 회사에 뼈를 묻는 시대였다. 그러니 이날 하루만이라도 아이들 중심으로 하루를 보내자는 취지로 어린이날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얼마나 풍족한 시대인가! 또한 저출생으로 집마다 아이들은 한두 명이 고작이다. 그러니 풍족한 세상에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 평소에서 신경을 쓴다. 학교에서도 현장학습, 소풍이 때마다 있고 주말에 아이들과 즐길 거리, 볼거리가 넘친다.

시대가 변했으니 공휴일도 기념일도 시대에 맞춰, 수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아줌마는 생각해본다.

대가족이 모여 함께 살던 문화에서 핵가족으로 변했고, 장성하여 결혼한 자식을 보기가 힘든 세상이다. 자식의 집 비밀번호를 아는 것도 무작정 찾아가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방송에서 떠들어대며, 부모와 자식의 적당한 거리를 권한다. 거기에 이의를 다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것에 아줌마도 동의한다.

그런데 타지에서 사는 자식들을 볼 수 있는 날이 설날, 추석, 생신 정도다. 이것도 매번 온다는 전제하에서다.

직업의 특성상, 이동 수단의 부적절, 경비와 가족 구성원 모두의 상황을 고려하면 한두 번 빠지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1년에 서너 번 보는 것조차 힘들다. 아줌마도 그랬다. 결혼을 하고 첫 친정엄마 생신 때 우리 동네에 구제역이 돌았다. 축산업에 종사하시는 부모님 댁을 방문할 수가 없었다. 임신 초기에 못 갔고, 쌍둥이를 출산하고 백일 동안은 비행기를 못 탔으며, 코로나가 터져서 1년 넘게 또 못 갔다. 세 아이가 모두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는 경비적인 부분이 큰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결혼 전부터 남편과 합의하여 연로한 부모님을 일 년에 네 번은 꼭 찾아보자고 했지만, 이런저런 상황들로 인해 아줌마도 역시 일 년에 네 번 부모님을 뵌 적이 15년 결혼생활 중에서 반도 안 되는 것 같다. 다행히 시댁은 같은 동네에 있어서 자주 찾아뵐 수 있지만 같은 동네에 사는 아들 내외가 어머님과 함께 밥이라도 먹는 것은 특별한 기념일이 아니면 힘들다.

5월 5일은 어린이날이다. 올해는 어린이날이 일요일이라서 6일인 월요일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되었다. 이틀 뒤에 5월 8일은 어버이날이지만 평일이다. 부모님 입장에서 손자, 손녀들과 함께 하는 것 자체가 효도라는 것을 아줌마도 안다. 우리 양가 부모님도 애들이 태어나자, 사위이자 며느리인 우리 부부는 투명 인간이고 손자·손녀만 보이는 눈을 갖게 되셨다. 그런데 그런 부모님이 아이들 체력을 담당할 수도 없다. 아이들과 친정에 가면 제주 동문시장과 지하상가를 자주 이용했다. 지하상가에서 쇼핑도 잠깐 하면서 아이들이 지하상가 끝과 끝을 다녀오면 체력도 소모되고, 다음에 동문시장에서 맛난 저녁거리를 사서 집에 오곤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갈 무렵, 부모님은 지하상가마저 걷기 힘든 몸이 되셨다.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 아줌마도 올해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그리고 시어머님도 친정엄마도 많이 편찮으시다. 이제야 부모 마음을 알아가는 중인데, 벌써 부모님은 떠날 준비를 하신다.
부모님이 편찮으신 후 몇 번의 5월이 지나갔다.

5월 8일 어버이날이 공휴일이면 어떨까?

명절에 바빠 모이지 못한 가족이 5월에라도 부모를 찾아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그사이에 휴가를 써서 오랜 기간 부모를 뵐 수도 있으리라.
‘어린이날은 공휴일인데 어버이날은 평일인 것이,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에서 과연 올바른가?’ 아줌마는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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