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정문화유산 훼손 심각, ‘보존방안 마련’ 촉구

이경희 의원, 행정사무감사서 관리 소홀 지적
경주시, 예산과 인력 부족 탓 “대책 찾겠다”

이상욱 기자 / 2024년 0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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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희 의원.

경주지역 비지정문화유산이 관리 소홀로 유실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주시의회 이경희 의원은 지난 18일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역 내 비지정문화유산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가치 있는 일부 문화유산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면서 예산 확보를 통한 관리 강화를 경주시에 주문했다.

국가나 시도 지정문화재는 아니라도 문화유산으로서 보존가치가 인정되는 문화유산에 대해 관리 체계를 탄탄히 해야 한다는 것.

이 의원은 이 같은 사례로 불국동 소재 효부손씨·효부최씨 양세정려각과 내남면 소재 효자 최치백 정려비 등을 들었다. 이들 정려비는 본지 연중기획 ‘다시 돌아보는 효자, 열녀비(1618호, 2024년 1월 11일자 등)’에서 그 심각성을 전하기도 했다.

↑↑ 불국동 소재 효부손씨·효부최씨 양세정려각이 훼손된채 방치되고 있다.

효부손씨·효부최씨 양세정려각은 고부간인 손씨와 최씨가 남편과 시부모님을 극진히 모신 효행이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 순조 2년(1802년) 암행어사에 의해 조정에 알려져 후세에 알리기 위해 정려비를 세웠다.

또 효자 최치백 정려비는 인조 때 그의 효행을 백성들의 귀감으로 삼기 위해 세워졌다. 비문의 글씨는 당시 명필가인 이광사 선생의 친필로 서예연구에도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정려각은 지붕 기와가 떨어져 나가거나 나무 살대 파손, 담장이 기울어지는 등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채 수년째 방치되고 있으며, 현재도 훼손이 진행되고 있다. 국가 또는 도로부터 지정받지 못한 문화유산들이 관리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

↑↑ 내남면 효자 최치백 정려비가 훼손된채 방치되고 있다.

이경희 의원은 이날 문화재과를 상대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이곳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자료를 근거로 비지정문화유산에 대한 관리 강화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이들 정려비는 지금부터 관리가 들어가지 않으면 바로 유실된다”고 지적한 뒤 “관리가 되지 않아 사라져가는 문화적 가치가 있는 유산을 찾아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경주시에는 국가 또는 도 지정 문화유산이 368개로 많고, 예산이 수반되는 만큼 비지정문화유산을 관리하기까지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일정 부분은 공감한다”면서도 “유실될 위기에 있는 문화유산을 지금처럼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 70여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향토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해 향토문화유산 보호관리 조례를 제정해 비지정문화유산 관리에도 행정력을 쏟고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경주시가 비지정문화유산의 실태를 확인하고 관리 방안에 대해 대책을 강구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수많은 국가 및 도지정 문화유산에 대해 체계적으로 관리 중이지만 비지정문화유산까지 관리하기에는 인력적으로 여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또 예산상의 문제도 있어 보수를 못하는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 내 비지정문화유산에 대한 조사를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보존조치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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