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함산 3곳, 산사태보다 위력 큰 ‘땅밀림’ 현상 확인

녹색연합, 경주국립공원사무소 등 공동조사 결과

이상욱 기자 / 2024년 07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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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함산 황용동 지구의 땅밀림 현상이 진행 중인 현장. <사진=녹색연합>

산사태 흔적이 발견됐던 경주국립공원 토함산 일대 3곳에서 ‘땅밀림’ 현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땅밀림은 일반 산사태보다 위력이 강해 한 번 발생하면 일반 산사태보다 훨씬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다. 평소에는 서서히 진행되지만 폭우나 지진 등으로 충격이 가해지면 지반 전체가 한꺼번에 무너져내릴 수 있다.

녹색연합은 지난 16일 공개한 ‘경주 대형 산사태 대책보고서’에서 “무장산·함월산·토함산 일대 산사태가 확인된 73곳 중 황용동 2곳과 문무대왕면 1곳에 ‘땅밀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녹색연합이 토함산 여러 곳에 산사태 발생 사실을 밝힌 후, 6월 말부터 7월에 걸쳐 녹색연합, 경주국립공원사무소, 국립산림과학원이 산림청과 경주시 협조 아래 합동조사를 벌였고, 이번에 보고서가 나왔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황용동 2곳에 발생한 땅밀림 현상은 1만2231㎡(약 3700평)와 2701㎡(약 820평)로 지방도 제945호선이 피해 영향권에 들어있다.

문무대왕면은 4561㎡(약 1380평) 규모로 범곡리 마을이 영향권에 든 상황이다. 녹색연합은 황용동 1만2231㎡ 규모의 땅밀림 현상이 확인된 곳은 35도를 넘는 급경사지로 현재도 붕괴와 붕락 등 흙이 쓸려 내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곳은 하나의 계곡에 두 곳의 대형 산사태 땅밀림이 진행 중이어서 신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문무대왕면에는 산림 속 등고선을 따라 가로 약 30m 길이로 1m 이상 지층이 내려앉았고, 측면에는 세로 30~40m 길이로 틈이 벌어져 있는 등 전형적인 땅밀림 현상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녹색연합은 “문무대왕면 범곡리 인근 장항리에서 지난 2018년 10월 16일 땅밀림으로 국도 4호선 노반이 붕괴된 일이 있었다”면서 “당시 지나가는 차량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고 밝혔다. 또 토함산·무장산·함월산은 지질이 불안정한 데다가 2016년 9월, 2017년 11월 경주와 포항에서 강진이 발생했던 터라 땅밀림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로 국지성 집중호우가 수시로 내리고 있다”면서 “땅밀림에 대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예상 피해 범위를 정확히 파악하는 등 본격적이고 입체적으로 대비해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주시와 경북도는 땅밀림 현상에 대해 대응을 긴급하게 해야 한다”면서 “과도한 대응만이 산사태로 인한 피해를 막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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