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수주 ‘온 타임 위딘 버짓’ 전략 통했다

‘정해진 예산 내 적기 시공’ 승리 주요 요인

이상욱 기자 / 2024년 0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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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이 24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향후 세부 협상을 거쳐 최종 계약이 이뤄져야 하지만, 업계에서는 한수원이 사실상 신규 원전 2기를 수주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수원이 주도하는 ‘팀코리아’에는 같은 한국전력 그룹사인 한전기술·한전KPS·한전원자력연료와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민간 기업이 함께 참여했다. 한수원은 세계적인 원전업체인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전력공사(EDF)와 치열한 경합을 벌여 유럽 진출 교두보를 처음으로 확보했다. 체고 정부와 발주사가 지난 2022년 3월 신규원전사업 입찰 개시 후 한수원, 웨스팅하우스, EDF 3사가 경쟁에 참여했다.

이후 웨스팅하우스가 탈락해 양자 대결 구도로 압축됐고, 한수원이 다시 유럽 원전시장을 장악해온 EDF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획득했다.

한수원은 EDF 대비 우수한 가격 경쟁력과 계획 기간 안에 원전을 완공하는 우수한 공기 관리 능력을 압축한 ‘온 타임 위딘 버짓(on time within budget)’ 구호를 앞세워 경쟁에서 승리했다. 또 가격경쟁력, 기술력, 인허가성, 안보성, 수용성 등 여러 측면에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1970년대 원전 도입 이래로 지난 50여년 동안 국내외 36기의 원전을 지속 건설해 오며 축적한 기술로 ‘주어진 예산으로 적기에’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건설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적기 원전건설을 원하는 체코가 한수원을 최적 파트너로 평가한 가장 큰 이유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독자 기술로 개발한 최신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을 바탕으로 체코 측 요구에 따라 설비용량을 1.4GW(기가와트)에서 1.0GW로 조정한 APR1000 노형의 원전을 공급할 계획이다. APR1000 노형은 지난 2023년 3월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을 취득해 유럽에서 인허가성과 안전성을 입증받은 바 있다.


향후 테멜린 3·4호기 추가 수주도 기대

한수원에 따르면 체코 신규원전사업은 체코 현대사에서 최대 규모 사업이자, 에너지 안보 및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수적인 사업이다. 체코는 국가에너지·기후정책의 탈탄소화 전략에 따라 원자력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최대 4기의 원전건설을 고려하고 있다.

2022년 개시된 입찰은 두코바니 5호기 1기 건설을 대상으로 했지만, 올해 1월 체코 정부는 추가 원전건설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발주사는 한수원 등 입찰사에 추가 3기 건설을 위한 구속제안서를 포함한 최종 입찰서 제출을 요청했다. 체코 정부는 각 입찰사의 최종 입찰서를 검토 후 두코바니 5·6호기 건설을 우선 진행하고, 이후 테믈린 3·4호기 건설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체코 정부는 향후 테멜린 지역 2기 원전을 추가 건설할 경우 한수원에 우선 협상권을 주는 옵션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은 “체코 정부가 향후 테멜린에 추가 원전 2기 건설을 결정할 경우 한수원은 두코바니 2기에 이어 테멜린 3·4호기에 대해서도 발주사와 협상을 거친 후 추가로 계약
을 체결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범정부 차원 수출 지원으로 다양한 수주 활동

한수원은 이번 체코 원전건설 사업 수주를 위해 지난 2년여 동안 ‘팀코리아’와 협력하며 고품질의 입찰서 작성에 힘을 기울였다. 또 민관이 하나가 돼 체코 정·관계, 산업계, 발주사, 학계 그리고 원전건설 예정지역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수주 활동을 전개했다. 한수원은 한국 정부의 강화된 원전 수출정책과 범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수출 지원에 힘입어 한수원의 역량을 알리고, 한국 원전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다.

한수원은 원전건설 예정지역 주요 인사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아이스하키팀 후원을 통한 스포츠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다. 또 해마다 체코에서 봉사활동과 문화교류 활동 등을 펼치며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고,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 이미지를 굳건히 해왔다. 코로나19 시기에는 마스크 품귀 현상을 겪는 체코 현지에 마스크를 지원하는 등 후원 활동을 지속해 왔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2022년 8월 취임 이후 이달까지 총 7차례 체코를 방문해 체코 산업부 장관 등 주요 의사결정권자와의 면담을 통해 한수원의 원전건설 역량을 홍보했다. 또 ‘한-체 원자력 및 문화교류의 날’, ‘한-체 원자력 기술교류회(R&D)’, ‘두코바니 지역협의회 라운드테이블’, ‘한-체 수소협력 포럼’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 한수원에 대한 현지 우호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황주호 사장은 “향후 발주사와 윈윈할 수 있는 계약 협상을 통해 두코바니 5·6호기 최종 계약이 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체코 정부가 추후 테믈린 3·4호기 건설 추진을 결정할 경우 이에 대한 수주와 건설도 원활히 추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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