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 만족합니까?

경주신문 기자 / 2024년 0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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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임관 경주문화원장
경주신문
독자위원회 위원
신라의 역사는 진한에 알천양산촌(閼川楊山村), 돌산고허촌(突山高墟村), 무산대수촌(茂山大樹村), 취산진지촌(觜山珍支村), 금산가리촌(金山加利村), 명활산고야촌(明活山高耶村)의 촌장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사로 6촌 진한을 이루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들 촌에는 각각 이알평(李謁平), 최소벌도리(蘇伐道理), 손구례마(孫俱禮馬), 정지백호(鄭智伯虎), 배지타(裵祗沱), 설호진(薛虎珍)의 성씨와 이름을 가진 촌장이 다스렸다. 이 󰡔삼국사기(三國史記)󰡕(1145), 󰡔삼국유사(三國遺事)󰡕(1281)의 기록을 토대로 우리는 6성씨의 시조가 탄강한 산의 이름이나 촌의 이름은 물론 그 시조의 성명을 알 수 있다. 물론 실제로 성을 사용한 시기는 기록보다 훨씬 늦다.

개명신고 통계는 법원에서 개명허가 결정문을 받은 후 관할 시·군·구의 읍·면·동 행정주민센터에 개명신고를 하여 실제로 이름을 변경한 경우로, 이 통계를 보면 2013년 15만2721명(남자 5만683명, 여자 10만2038명)에서 완만한 감소를 이루어 2023년에는 9만1379명(남자 2만9187명, 여자 6만2192명)이었다.

이를 통해 사람이 태어나서 평생을 쓸 이름을 지을 때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으로 작명을 했지만 정작 그 이름이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아 바꾸는 이들이 꾸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지자체별로 지역 명칭을 바꾸는 사례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통계는 없지만 지자체는 일제강점기에 붙여진 왜곡된 지명이나 한자의 뜻 또는 듣기에 거북한 지명을 바꾸거나 아예 역사적인 사건이나 인물, 특색을 연상하게 하는 이름으로 바꾸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몇가지 사례를 보면 2009년에 충북 충주시는 가금면을 중앙탑면으로 바꾸었고 강원도 영월의 하동면은 김삿갓면으로, 평창군 도암면은 대관령면으로, 경기도 여주군 산북면 하품리(下品里)는 명품리(名品里)로 변경하였다. 경주시 양북면의 경우 삼국 통일을 이룬 문무대왕을 기려 2021년 4월 문무대왕면으로 변경하였으며, 같은 시기 울진군은 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서면을 금강송면으로, 매화나무가 많은 원남면을 매화면으로 명칭을 바꿨다. 포항시도 대보면을 일출 명소인 호미곶 이름을 따 호미곶면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밖에도 부르기 좋고 의미가 좋으며, 역사성까지 내포한 지역 이름 바꾸기는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문무대왕면의 명칭변경은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한층 높였으며, 경주를 찾는 방문객에게는 면의 명칭과 관계된 왕의 유적은 물론 업적까지 생각하게 하는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명칭 변경이 다 호응을 받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를 남북으로 나누는 논의가 한창이고 경기북도에 해당하는 지역을 평화누리특별자치도라는 새이름으로 하고자 발표까지 했지만 약칭이 평누도라거나 특정 종교를 연상하게 한다는 등 반대 의견이 팽팽하다. 천당 밑에 분당이라고 경기도 분당도 명칭 변경을 몇 년째 시도하고 있지만 번번이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경주시는 미래 먹거리 창출과 도시 이미지 제고를 위해 뉴브랜드 구축에 발 벗고 나섰다. 이즈음에 경주 전체의 지명을 해당 지역 거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변경할 수 있는 지명은 과감히 바꾸었으면 한다. 건천읍(乾川邑)은 항상 마른 동네를 연상하게 하고 산내면(山內面)은 첩첩산골을 의미하지 않는가. 자연부락 명칭도 한자 표기화 하면서 많은 수가 한자명으로 변경되었다. 이에 경주가 신라시대 세계 4대 국제도시의 면모를 자랑한 이래 이제 2025 APEC 경주를 통해 다시 글로벌 무대로 도약하는 만큼 고유 지명을 과감하게 바꾸는 사업이 필요하다.

도로명도 경감로(경주-감포), 보불로(보문-불국), 안현로(안강-현곡), 충현로(충효-현곡), 외남로(외동-양남)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양쪽 지역명 앞글자를 따 작명하여 우리 시민들도 겨우 알 듯한 데 외지인들이 알아볼 리 만무하다. 이 길을 따라가면 어떤 역사적 연관성이나 특징과 마주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이름을 변경하였으면 한다. 용담로를 동학대로(동학발상로)로 바꾼다거나 아예 처용로 또는 실크로드로도 하나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의 이름도 쉽게 바꿀 수 있는 오늘날, 지역이나 마을의 이름이 구태하여 어색하거나 상징성이 떨어지는 등 현실과 먼 이름을 거주민과 충분히 논의하여 바꾸는 것이 시의적절하다. 다시 한번 질문해 보자. “이름에 만족합니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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