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자궁이 있고 왕실에서 잔치를 베풀던 동궁과 월지(6)

하성찬 시민전문 기자 / 2024년 0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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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지에서 출토된 각종 건축 부재(좌)와 목선(중), 14면체로 된 주령구(우).

↑↑ 하성찬 시민전문기자
출토 유물 중 목선과 주령구가 특히 주목된다.

출토품 가운데는 목선을 비롯하여 통일신라 건물 양식을 엿볼 수 있게 하는 건축 부재의 파편, 당시의 글이 적힌 목간(木簡), 그 밖에 신앙이나 생활에 관계되었던 유물들이 많아 당시 생활상을 이해하는데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고대 유물 중 목제품은 많지 않은데 이것은 우리나라 토양이 산성인 탓에 땅에 묻혔던 것이 오래 보존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월지에서는 바닥의 갯벌층 속에 많은 목제품들이 출토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외부의 공기가 차단된 뻘층에 묻혀서 부식이 크게 되지 않은 상태였다.

출토품 가운데는 목선을 비롯하여 통일신라 건물 양식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목재 건축 부재의 파편들, 당시의 글이 적힌 목간(木簡)들, 그 밖에 신앙이나 생활에 관계되었던 유물들이 많아 당시 생활상을 이해하는데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주요 유물로는 건축 부재 파편인 난간, 부연(浮椽), 첨차(檐遮), 주두(柱頭), 연목(椽木), 평교대(平交臺), 나무배(木船), 노(櫓), 물마개, 주사위[酒令具], 남근(男根), 인물상(人物像) 등이 있다.

월지에서 출토된 목재 중 가장 주목을 받고있는 것이 주령구이다. 주령구는 정사각형 면 6개와 육각형 면 8개로 이루어진 14면체로 참나무로 만든 일종의 주사위이다. 주사위는 굴렸을 때 각 면이 나올 확률이 같아야 한다. 그러려면 정다면체라야 한다. 수학적으로 정다면체는 6, 8, 12, 16, 20의 다섯 경우만이 가능하다. 그런데 신라인은 각 면의 면적이 거의 같은 14면체 주사위를 창안한 것이다. 이 14면체 주사위는 높이 4.8cm로 정사각형과 육각형의 면적의 차이가 0.01㎠로 거의 같았다. 1987년 단국대 수학교육과 이강섭 교수가 학생들과 이 주사위를 7000번 던져서 각 면이 나오는 통계치를 조사해 보았다. 그런데 각 면이 500번에 수렴하는 것을 확인했다.(7000번 / 14면 =500번)

주령구는 정삼각형의 일부를 잘라내어 육각형으로 만들고 같은 면적의 정사각형으로 14면체를 만들었는데 정다면체가 아니라서 각 면이 나올 확률이 다른데 주령구는 각 면이 나올 확률이 1/14이 나온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하고 이러한 형태의 주사위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한다.

14면체 주령구 각 면에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벌칙이 적혀 있어 신라인들의 풍류를 보여주고 있다.

금성작무 (禁聲作舞)- 소리내지 않고 춤을 추기, 중인정비 (衆人朾鼻)- 다른 사람 코 때리기, 음진대소 (飮盡大笑)- 크게 웃으면서 술잔 비우기, 삼잔일거 (三盞一去)- 술 석 잔 한 번에 마시기, 유범공과 (有犯空過)- 덤비는 사람이 있어도 가만히 있기, 자창자음 (自唱自飮)- 스스로 노래하고 술 마시기, 곡비즉진 (曲臂則盡)- 팔뚝을 구부린 채 다 마시기, 농면공과 (弄面孔過)- 얼굴을 간지럽게 해도 가만히 있기, 임의청가 (任意請歌)- 아무나 노래시키기, 월경일곡 (月鏡一曲)- 달을 보면서 노래 한 곡 부르기, 공영시과 (空詠詩過)- 시 한 수 읊기, 양잔즉방 (兩盞則放)- 두 잔이 되면 즉시 마시기, 추물막방 (醜物莫放)- 더러운 것도 버리지 않기, 자창괴래만 (自唱怪來晩)- 스스로 괴래만이라는 노래하기

또한 이 주령구의 전개도를 그려보면 그 형상이 거북이가 된다. 그런데 ‘용왕신심(龍王辛審)’ 또는 ‘신심용왕(辛審龍王)’ 등의 명문이 새겨진 토기들이 이곳 월지에서 출토된 바 있다. 이 토기들은 용왕전에서 제기로 사용된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 주령구의 전개도와 토기의 명문과의 관계도 흥미를 끌고 있다. 주령구의 전개도인 거북과 명문 토기의 용을 조합해 보면 별주부전이 연상된다. 여기에 무슨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이 주령구 보존처리 과정에서 불에 타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였다. 출토된 주령구 속의 수분을 제거하기 위해서 특수 제작된 전기 오븐에 넣어 건조하는 과정에서 온도조절기 고장으로 과열되면서 하룻밤 사이에 재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현재 국립경주박물관 월지관에 전시되어 있는 주령구는 복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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