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다수의 보통 사람들

경주신문 기자 / 2024년 10월 03일
공유 / URL복사
↑↑ 이승미 경주아줌마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저출생 국가, 대한민국.
각종 현금성 지원부터 장기적인 안목을 통한 지원 방법들이 여기저기서 싹을 움트고 있다. 50년 후에는 중간 나이가 60대가 된다니, 정말 큰 문제다. 그래서 아이와 부모를 배려하는 문화가 곳곳에 자리 잡았으면 싶지만, 오히려 곳곳에 노키즈존이 생기고 있다. 그러나 노키즈존을 하게 된 주인장 입장을 들어보면, 아줌마는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민망하다.

식당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소스를 아이가 매워서 못 먹으니 안 맵게 따로 제공해달라고 한다던가, 내 집 안마당인 듯 마구잡이로 테이블 사이를 뛰어다니는 아이를 제지하지 않는 부모에게 아이를 챙겨달라고 하면, 내가 누군 줄 아느냐, 인터넷에 올리겠다, 맘카페에 올리겠다 등 갑질을 넘어 협박성 멘트가 돌아온단다.

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아줌마가 면목이 없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어찌 클까 걱정도 되고, 자기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모르는 안하무인의 엄마도 안타깝다.
배려도 없고 공감 능력도 없고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모른다.
세상은 나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니다.

이런 류의 사람은 강약약강의 전형적인 사람이다. 강한 사람 앞에서는 약하고, 약한 사람 앞에서는 강한. 강한 사람 앞에서 비굴하게 사느라 스트레스받는 것을 약한 사람에게 쏟아붓는 케이스다. 평소에 비굴한 적이 없다고 자부하는가, 돈이든 권력이든 학벌이든 아킬레스건이 되는 분야의 강자가 나타나면 백 퍼센트 약자의 모습이 될 것이다. 자존감도 바닥이기 때문이다.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말도 안 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은 갑질이고, 내가 강약약강의 사람임을 고백하는 것이며, 자존감이 없는 찌질한 족속임을 만천하에 자랑스럽게 공표하는 것이다.
물론 급하게 어린아이가 마실 따뜻한 물이나 우유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근처에 커피숍에 있다면 보통 사람은 서비스를 요구하지 않고 부탁한다. 때로는 판매가 따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판매해주시면 안 되냐고 부탁한다. 식당에서 아이가 마땅히 먹을 것이 없다면 애초에 식당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캐치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고, 바로 이동할 상황이 안 된다면 계란후라이나 계란찜 등 그 가게에서 가능한 것을 추가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있는지, 판매를 부탁할 수도 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제공이 안 된다면 화를 낼 것이 아니라 다른 계획을 얼른 세워야 한다. 그리고 대다수의 보통 엄마와 아빠들은 이렇게 행동한다. 그리고 이게 상식이다.
그런데 몰상식한 일들이 제법 뉴스에 올라온다. 세상에 찌질하고 자존감이 바닥인데다 강약약강의 사람들이 늘었구나 싶다.

비싼 외제차를 타고 무료 점심을 제공하는 곳에 나타난 모녀.
비행기에서 장거리 여행 중 빈 옆좌석에 아이가 누웠다고 항의하고(아이의 머리가 넘어오지도 않았다),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인터넷에 누가 잘못한 것이냐고 글을 올렸다고 호되게 당한 미지의 사람.
경비원 아저씨들을 향한 많은 강약약강의 찌질이들.
...
서당 훈장 선생님의 긴 곰방대로 정수리를 ‘탁’하고 맞을 위인들이다.

아줌마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엄마가 되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는 어른의 모습으로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강한 자에게는 강하고 약한 자에게는 약한 사람(강강약약)이 되자는 마음가짐으로, 위보다는 아래를 내려보며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잘 안 될 때도 있다.

아줌마는 자신한다.
그래도 몰상식한 놈보다는 상식적인 대다수가 있고, 강약약강인 사람보다는 강강약약인 사람이 더 많다고.

X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