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면 국당마을 구사재를 찾아서

경주신문 기자 / 2024년 10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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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상욱 시민전문기자
경북고전번역연구원장
경주시 강동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천북방면 운곡서원으로 가다보면 좌측에 소담한 국당마마을이 자리하고, 마을 안쪽으로 안동권씨 구사재(九思齋) 권복시(權復始,1556~1636)를 모신 공간이 바로 보인다. 안동권씨 국당문중은 판관공(判官公) 권철순(權哲孫)이 향일재(向日齋) 권수해(權壽海,1410~1466)가 세조의 왕위찬탈 사육신 일과 연루되어 연일로 유배될 때 함께하면서 경주 국당에 세거하게 되었다.

권복시는 천사부장(天使部將)을 지낸 권녕(權寧)의 아들로 강동에서 태어났고, 고조 권철손 - 증조 권민(權敏) - 조부 권순경(權舜卿)의 가계를 이룬다. 그는 단종의 이모부인 죽림(竹林) 권산해(權山海,1403~1456)의 5세손으로 경주에 세거하며 가학을 계승하였고, 학행으로 추천되어 봉직랑 사재감첨정에 제수되었으나 나가지 않았다. 옥산장씨 장시업(張時業)의 따님과 혼인해 4남(必昌,鎣,鑰,鑒) 2녀를 두었다.

그는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단구리에 사는 종형인 오모재(五慕齋) 권복흥(權復興,1555~1592) 등과 함께 사람을 모아 의병을 일으켰고, 영천성 탈환전과 경주읍성 탈환전 등에 참전하였으며, 망우당 곽재우를 따라 팔공산과 화왕산 회맹 등에 참가해 많은 공을 세웠다. 특히 월암(月菴) 김호(金虎) 장군은 1592년 7월 27일 영천성 탈환전에서 여러 경주의병장 그리고 권복시와 함께 참전해 승리하였다.

단종의 이모부인 권산해의 충심은 후손의 의병활동까지 이어지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계승되었고, 선조의 유지(遺志)에 따라 왜란 이후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형산강 가에 구사재를 짓고 수신을 행하며 여생을 보냈다.

사후에 후손들이 추원보본의 정성으로 1638년(인조 16)에 서당과 사당을 건립하였으나, 안타깝게도 1862년(철종 13) 화재로 묘우와 고서가 소실되었다. 이후 세월에 퇴락한 구사재정사(九思齋精舍)를 1923년 국포(菊圃) 권숙영(權肅永) 등을 중심으로 재건해 후손들 강학공간으로 활용하였다. 지금의 구사재는 1959년 사라호 태풍에 무너진 건물을 이듬해 망운재(望雲齋) 권의일(權宜一), 보은(補隱) 권영재(權永載), 모첨당(茅檐堂) 권영태(權永泰) 등 여러 후손이 힘써 안마을로 이건한 것이다.

‘구사재’의 의미는 ‘구용구사(九容九思)’에서 취하였다.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지신(持身)」편에서 ‘구용(九容)’은 우리 몸에 대한 태도를 바르게 행하라는 9가지 가르침이고, ‘구사(九思)’는 학문을 닦고 지혜를 더하기 위한 지표로서 생각을 함에 있어서 신중을 기하라는 9가지 가르침을 말한다. 이는 군자의 생활신조이면서 누구나가 이에 힘써 노력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필자는 ‘구사’의 덕목 가운데 ‘분사난(忿思難)’에 마음이 간다. 분함이 있을 때는 반드시 자신을 징계하고 이치로서 자신을 이겨야 한다. 만일 앞뒤 사정을 살피지 않고 쉽게 화만 내다보면 필시 어려운 일이 생기게 마련이니, 오히려 참고 견디며 일을 치밀하고 정밀하여 실수가 없어야 할 것이다. 거듭 생각하라는 ‘九思’의 의미도 있으니, 신중하게 일을 살핀 구사재 권복시 선비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특히 1598년 안동권씨 국당문중, 아산장씨 유금문중, 월성최씨 국당문중, 서산류씨 중명문중, 신광진씨, 오천정씨 빈암문중 등 6문중이 상동서사(上洞書社)를 지어 상동계(上洞契)를 조직해 마을의 규약인 향약을 만들어 풍습의 교화에 힘썼으며, 이에 옥산서원에서 『정속언해(正俗諺解)』와 『향약(鄕約)』 2책을 보내와 장려하였다고 한다.

권복시는 학행으로 뛰어났고, 국난을 당해 의병을 일으켜 위태로움을 막았으며, 경주부 국당마을에 세거하며 선조의 유지를 받들고, 지역의 유림과 교유하며 혼반의 인연을 이었다. 벼슬을 멀리하고 고향마을 서당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여생을 살다간 선비 권복시. 아쉽게도 그가 남긴 시문과 유고가 적어서 학문을 궁구하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권복시의 후손들은 그의 강인한 절개와 상동계를 통한 지역민의 화합을 이룬 공동화합의 마음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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