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논란에 대한 유감(遺憾)

경주신문 기자 / 2024년 11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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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영 작가
두두리출판기획 대표
몇 주 전 필자가 사는 동네 근린 공원에서 가을을 맞아 아주 기분 좋은 힐링 콘서트가 열렸다. 이름도 힐링 콘서트, 가을을 맞아 우리 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국악 무용가와 에어로빅 공연단의 열띤 공연에 이어 그날의 메인공연으로 걸그룹 출신의 4인 보컬의 아름다운 공연이 이어졌다.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좋은 기분이 한순간에 엉망이 되어버렸다. 공연 막바지에 우리 지역 시장이 갑자기 무대에 나타나 인사하는 추태를 보인 것이다. 갑작스런 진행용지를 받은 가수들이 무대에서 공연하다말고 당혹스럽게 시장을 소개하는 촌극이 벌어지며 달아오르던 분위기가 확 가라앉았다.

이렇게 공연을 방해하면 가수들 입장에서는 맥이 끓어져 다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힘들고 관객들 역시 흥취가 사라지므로 공연 도중에 이런 인사를 하는 것은 매우 무례하고 몰상식한 일이다. 더구나 시장은 마이크를 잡고는 “이렇게 공연 도중에 인사하면 인기가 떨어지는데 말입니다”하고서는 “그래도 인사 좀 드리겠다”며 배짱 좋게 설레발쳤다.

무례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시장이 내려가고 나니 이번에는 ‘평통위원장’이란 사람이 올라와 시장의 그간 업적을 찬양하고 시정을 홍보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벌였다. 그러면서 끝무렵에 ‘이 공연이 모두 지금의 시장 덕분’이라며 치켜올렸다. 한심함을 넘어 분노가 일어나는 망발이자 작태였다.

지금 외교부의 수장인 박진 장관도 이런 일로 곤욕을 치른 적 있다. 십여년 전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유명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큰 공연이 있었다. 그 마지막 순서가 당시 세계적인 인기를 끌던 빅뱅이었다. 빅뱅을 환호하는 열기가 그 넓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그렇게 공연이 무르익을 즈음 갑자기 사회자가 올라와 공연을 끊고 당시 한나라당 중진이든 박진 의원이 도착해 인사말을 하겠다고 소개했다. 운동잘을 매운 청중들이 야유를 쏟아냈지만 박진 의원은 인사를 강행했다. 그러나 daum의 한 블로거에 의해 이 일이 알려지며 의원실 홈페이지가 다운되도록 욕을 먹었다.

하물며 그 일은 한나라당 정치인들이 안하무인이던 2000년대의 일이다. 지금은 정치인들보다 연예인들의 위상이 훨씬 높아지고 귀한 대접을 받는 시대다. 그런 마당에 한 도시의 종복이라는 시장이 시민들의 공연장에 난입해 이런 몰염치한 짓을 벌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그 공연은 시장이 선심 써서 만든 공연이 아니고 시민들이 내는 세금을 보상받는 일이다.

그 시장은 자신의 잘못을 보상하려는 듯 가수들에게 ‘세 곡의 앵콜을 하고 가라’며 더더욱 무례한 요구를 날렸다. 공연자들을 존중하기는커녕 자신의 도구쯤으로 보는 매우 뻔뻔한 구시대적 발상이다. 우리 도시가 문화 콘텐츠를 강화해 나간다는 그럴싸한 캐치프레이즈를 걸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시장의 문화의식이 고작 이 정도라면 그 뒤는 더 이상 보지 않아도 알 만하다. 알고 보니 그 시장은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것이 밝혀졌다. 이것은 시장이 기본적으로 공연과 문화를 우습게 보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다. 문화가 대세인 시대에 이런 시장을 둔 시민은 불행하다.

오래전 경주에서 음악회를 유치한 적 있다. 그때 내 의도와 상관없이 이 행사와 관련한 인사가 경주의 정치인들을 초대하느라 앞자리 한 줄을 거의 비워두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왜 이렇게 했느냐고 따졌지만 이미 버스가 지나간 뒤였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그 자리들이 모두 텅 비었다.

이런 일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행사에 참석한 정치인들이 사전 양해도 구하지 않고 인사만 하고 썰물 빠지듯 하는 현장은 보기에도 지칠 정도로 만연되어 있다. 이걸 뻔히 알면서도 기를 쓰고 정치인을 초대하는 주최측도 한심하고 그런 행사에 와서 인사만 하고 모습을 감추는 정치인도 수준 미달이다. 더구나 중간에 끼어들어 인사치레하는 무례한 정치인은 그 즉시 정치를 그만두게 해야 한다. 그것이 시민이 주인 되는 세상이고 문화시민으로서 자격을 찾은 일이다. 한편 우리 시의 시장은 시의원들에 의해 강력한 항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땅한 일이고 제대로 사과하고 조심해야 할 일이다. 경주에서는 그럴 일이 없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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