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광도시 도약’ 천년고도 경주만의 매력 살려야

일본, 고부가가치 관광객 유치 전략 ‘주목’
문화유산 활용한 관광프로그램 개발 집중

이상욱 기자 / 2024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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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진행한 기획취재를 통해 일본의 문화유산 복원과 다양한 관광요소를 살펴볼 수 있었다. 또 일본 각 마을의 전통문화와 지역 축제에서 그들만의 장인 문화를 알 수 있었다. 한국 관광이 서울 등 대도시에 한정돼있는 현실에서 지방, 특히 경주의 관광 발전을 위한 정책들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번 기획취재의 마지막으로 일본 오사카 소재 간사이국제대학 이용숙 관광학과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의 관광전략과 경주 관광의 나아갈 길을 살펴봤다. 이 교수를 비롯해 관광학과 교수진들과의 간담회는 지난 9월 23일 간사이국제대학에서 진행됐다./편집자주

↑↑ 이용숙 간사이국제대학 관광학과장.


[인터뷰] 이용숙 간사이국제대학 관광학과장


코로나 엔데믹 이후 일본의 관광정책은?

코로나 엔데믹 이후 일본은 관광정책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했다.

일본 정부는 관광객 유치 전략으로는 크게 ‘지속 가능한 관광’, ‘소비 확대’, ‘지방유치 촉진’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단순 소비형 쇼핑보다는 일본에서 경험과 체험형 관광객을 늘여 나가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관광지역 조성을 위해서는 관광지와 관광산업의 재생, 고부가가치화, 관광 인재 육성 등에 주력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방일 외국인 관광객 회복을 위해서는 관광 콘텐츠 정비 및 신설, 부유층을 대상으로 고부가가치 관광 상품 개발 및 매력 발신, 국제 상호교류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일본의 다양한 관광요소를 정비하고, 관광지역 조성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 외국인 관광객의 단위 소비액을 올리고, 지방에서의 숙박 기간을 늘여 나간다는 목표다.



일본 관광전략의 구체적인 목표와 현황은?

국토교통성이 지난 2023년 2월 일본 관광정책의 큰 틀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30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6000만명 유치, 방일 외국인 소비 5조엔, 1인당 소비액은 20만엔, 숙박 기간 2박 이상 등의 내용이다.

소비 확대를 위해 전 세계의 고부가가치 외국인을 대상으로 관광 매력을 발신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비자심사 요건 완화, 전자결제시스템 보급 등을 통해 방문 시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매력적인 관광 콘텐츠 개발과 함께 일본 전역의 역사자원 활용 프로그램도 활성화시키고 있다. 각 도시의 복원된 성을 고가의 숙박 시설로 개조해 운영하는 등의 다양한 관광 정책들이 하나씩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실제 사례로 본다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방문객 수는 2506만여명(2023년 한국 입국자수 약 1100만명/편집자주)이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2500만명 선을 넘었다. 또 엔저 현상으로 인해 체류 일수가 증가하면서 1인당 평균 소비는 21만2000엔을 기록했다. 당초 세운 목표액을 넘어섰다.

또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대도시가 아닌 지방 소도시를 찾는 관광객들도 늘고 있어 일본의 관광은 코로나 펜데믹 이후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고부가가치 외국인 관광객 유치 전략은?

지난 2019년 기준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100만엔 이상 소비한 고부가가치 여행자의 수는 전체의 약 1%(32만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전체 소비액에 약 14%(6700억엔)를 차지했다.

다만 이들 부유층 여행객들은 주로 도쿄 등 대도시권에서의 쇼핑 등의 소비가 많았다.

이에 일본 관광청은 부유층 관광객들을 지방으로 유객해 소비로 이어지게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2023년 3월 ‘지방의 고부가가치 인바운드 관광지 조성사업’으로 11개 지역을 선정했고, 올해 3곳을 추가해 총 14개 지역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

이들 시범관광지에는 고부가가치 여행자의 체류 욕구를 충족시키는 가치를 제고하고, 양질의 숙박시설, 지방으로 이동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가이드 등 인적자원을 확충했다.

또 편리성과 쾌적성 높은 이동수단과 해외 부유층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관광 매력을 발신하는데 집중 지원하고 있다. 또 이들 지역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지원과 함께 그 성과와 노하우를 타 지역에도 전파시킴으로써 관광을 통한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일본 관광청이 선정한 곳은 세계에서 인정받은 대자연의 희귀동물과 인간의 공생을 체험할 수 있는 아키타현 하치만타이를 비롯해 야마가타, 마쓰모토·다카야마, 이세시마 등 14곳이다.

일본 정부는 이들 지역에 대해 고부가가치 관광객을 유치해 경제적 효과를 높이고, 활발한 여행 소비를 통해 지역 관광산업 발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시켜나가는 모델로 육성하고 있다.


↑↑ 100m 높이의 니덱교토타워 전망대에서 바라 본 교토시 전경. 교토시가지를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이 타워는 교토의 상징이 되고 있다.


일본의 문화유산을 활용한 관광정책은?

일본 정부의 핵심 관광정책으로 전국의 문화유산을 활용한 체험형 관광을 들 수 있다.

일본 전역에 소재한 성, 신사, 사원, 고택과 문화자원 등을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면서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일본 문화청은 지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제1기 역사조성계획을 추진해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주요 사례들을 보면 나고야시의 나고야성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실된 건물을 전체적으로 정비·보수하고, 혼마루어전을 복원하는 등 복원·정비사업을 완료했다. 화려한 모습으로 복원된 나고야성에는 한 해 250만명이 찾아 나고야시 전체 관광객 증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 호류사가 있는 나라현 이코마군 이카루카초 역시 역사적 경관 형성, 건조물과 안내판 등 정비, 호류사 주변 특별용도지구 지정 등을 통해 관광객들의 필수 여행 코스로 떠올랐다.

특히 바다를 끼고 있는 오사카현 사카이시의 경우 구항구나 도심, 고분군과 그 주변의 전통적인 거리와 근대 개발된 시가지, 뉴타운 등 교외 주택지와 농촌 취락지 등 다양한 모습이 공존하고 있다. 시가지에서 고분을 둘러보는 산책, 다도나 칼, 향 등 전통산업, 해변의 유원지 등 각각의 특색있는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일본 최대의 고분 다이센은 물론이고, 칼이나 향 등 전통산업은 세계에서 자랑하는 장인의 기술을 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이처럼 일본의 전통·문화·역사를 소중히 하는 도시들은 역사적 사실을 지역 고유의 자산으로 삼고 있고, 또 정부는 지역 활성화와 역사·전통문화의 보존·계승을 지원하고 있다.



국제관광도시 교토의 성장 배경은?

한 해 국내외 관광객 5000만명이 찾고 있는 교토의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다. 교토는 일본의 천년 수도로서 역사·문화를 자랑하고 있고, 관광과 교육, 그리고 경제도시이기도 하다.

교토 시민들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타 지역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배타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교토 시민들은 천년고도에서 살고 있다는 자긍심이 대단히 높다. 문화유산으로 인해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고, 교통난에도 도로를 넓히지 못해 불편한데도 인내해왔다. 천년 수도라는 프라이드 때문이다.

더워도 기모노 차림으로 다니는 등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 덕분에 오버투어리즘 현상이 발생하고, 호텔과 숙박비가 타 도시에 비해 비싼데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넘치고 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변모한데는 교토 시민들의 자긍심이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

교토가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부상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교토시가 지켜온 전통의 미를 외국인들이 스스로 전파하면서다.

외국 여행의 묘미는 자신의 나라와 다른 삶을 체험할 수 있다는데 있다. 그런 점에서 덩치 큰 서양인들은 교토 기온거리 내 폰토초라는 좁은 골목길과 전통 가옥, 그리고 비좁은 음식점에 대해 상당한 매력을 느낀다. 자신들의 나라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토를 찾은 외국인들이 느낀 매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떠오를 수 있었다.

경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과연 어떤 점에서 이국적인 매력을 느끼고 있는지 만족도 등을 조사해 볼 것을 권유한다.



세계 속의 관광도시 경주를 위해 한 말씀?

경주의 매력은 신라 천년 수도였다는 점이다. 천년고도로서 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일본의 사례에 비춰 보면 경주의 문화유산 복원·정비는 나라시를, 관광정책은 교토시를 벤치마킹하면 좋을듯하다. 나라시의 평성궁 등의 복원은 50여년이 걸렸고, 지금도 계속 복원 중에 있다.

문화유산의 복원이 단기적인 사업이 아니어서 당장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천년고도의 문화유산을 연계해 전통과 역사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교토와 경주는 과거 각국의 천년 수도였다. 역사를 지켜 온 도시의 사람들로서 자긍심을 갖고 그 전통을 유지해나간다면 후손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서울이나 대도시로 집중된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그들 나라에 없는 체험형 관광도시로 만들어 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경주의 역사와 전통이다. 경주만의 매력을 발굴하고 발산시켜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교토의 사례는 충분히 검토해 볼만하다.

또 보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국제적인 교류도 넓혀나가야 한다. 공공의 영역은 물론이고, 민간 교류까지 확대해야 한다.

내년 열리는 2025 APEC 정상회의는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신라 천년고도의 화려했던 문화유산과 멋을 알려 세계 속의 경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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