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의 복합지구 선정과 APEC 정상회의 유치

경주신문 기자 / 2024년 11월 21일
공유 / URL복사
↑↑ 정병웅
순천향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경주시가 국제 마이스(MICE) 관광도시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2015년 화백컨벤션센터를 개관한 이래, 2022년 연말엔 이 화백컨벤션센터와 보문관광단지 일원이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선정되었다. 이어 올해는 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로 선정되었다.

 빠른 세월에 10년이면 비교적 짧은 시기라 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회의산업의 메카로 자리잡는데 이 10년의 기간 동안 집약적인 노력이 있었다. 그간 마이스 산업의 인프라 확충뿐만 아니라 세계 물 포럼, UN NGO 컨퍼런스, 세계원자력국제대회 등의 국제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국제회의 도시로서 위상을 정립해 왔다. 더불어 지난해 12월 공공기관 2곳, 집적시설 12곳과 함께 ‘경주 국제회의복합지구협의체’ 구성을 시작으로 지역 내 호텔은 물론 박물관, 미술관 등과 지속적으로 교류해 왔다.

이렇듯 회의도시의 위상을 정립하려는 치열한 최근의 노력과는 별개로 천년고도이자 오랜 관광도시인 경주가 회의산업도시로 거듭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하겠다. 바로 마이스 도시의 첫걸음을 뗀 컨벤션센터의 이름이 ‘화백’이라는 점에서도 그 역사적 연유를 살펴볼 수 있다. 영어의 약칭으로 HICO라고도 불리지만, 이 화백이라는 명칭이 회의산업과 제도를 가리킬 만큼 우리의 전통과 국가의식을 대변해 준다고 하겠다. 명칭을 보면 화(和)는 조화시킨다는 뜻이며, 이는 회의 참석자인 귀족들의 의견을 수렴 조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백(白)은 아뢴다는 뜻이다. 화백회의는 신라의 정치제도로 만장일치제 귀족회의였었다.

요컨대, 화백회의란 주요 귀족세력의 뜻을 조율하여 이를 왕에게 아뢰기 위한 회의를 의미한다. 귀족들의 회의 기구로, 상대등이 귀족 세력의 대표자로서 수상 역할을 하며 회의를 진행했다. 이 회의에서는 여러 명의 귀족 대표가 한 자리에 모여 국가의 중대사를 의논했다. 화백회의의 의장인 상대등은 귀족 세력과 왕권 사이에서 권력을 조절하는 기능을 했다. 화백회의는 만장일치제도로 1215년 마크나 카르타(권리장전) 이후의 영국의회와 유사한 점이 있다고도 한다. 만장일치제를 채택한 국정을 논하는 회의제도는 세계적으로 유사한 제도를 찾아봐도 매우 드물게 일찌기 시행되었음을 알 수가 있다.

이렇듯 무엇보다 한국 고유의 전통을 이은 경주시가 회의도시로 거듭나는데 시비를 논할 수 없는 역사적 명분이 확보된 데다 더구나 MICE는 관광을 함축적으로 포함하는 하나의 산업으로 오랜 관광도시를 재건하고자 하는 시대적 당위성도 있다. 회의산업을 포함하는 MICE는 이 ‘관광의 시대’에 꼭 필요한 ‘산업’이기도 하다. 바야흐로 국민 누구나가 관광에 참여하고 이제 관광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익숙하다. 그만큼 관광이 일상화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관광은 경험치가 강하여 개별성이 짙다. 따라서 관광에 참여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저마다의 의견을 낼 수가 있다. 그만큼 일반 관광은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고 개별성이 짙어 전문성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상화된 관광을 포함하면서 또한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산업이 MICE이다. 또한 온 국민에게 일반화된 관광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전시회의 산업(MICE : Meeting, Incentive, Convention, Exhibition)이다. 이 관광의 시대에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다 전문적이고 특히 관광을 포함한 산업적 영역이 확보된, MICE야말로 미래 관광도시에 최적인 까닭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MICE는 전문성이 확보된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작금의 관광의 시대에 관광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관광의 긍정적 효과라 할 수 있는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지역사회의 발전이라는 결실도 얻을 수 있다.

당면한 2025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무난하게 개최한다면 경주시는 MICE를 포함한 국제관광도시로서의 위상을 확고하게 정립할 것으로 기대한다. 화백컨벤션센터가 개장하면서 전시회의산업도시의 위상을 정립하려는 10년의 노력이 더해져, 2022년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선정되면서 그간 MICE도시로서 인프라 확보에 중점을 뒀다고 하겠다. 2025년 APEC회의는 회의개최에 따른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기회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 세월의 노력에 몇 배의 노력이 더하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쪼록 2025년 APEC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하길 바라면서, 경주시가 장차 MICE하면 화백(和白)이 동시에 떠오르는, 천년고도 관광과 관광산업도시로 거듭나길 바라마지 않는다.


X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