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한길만 걸어온 정직한 맛 ‘단골식당’

경주신문 기자 / 2012년 07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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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경주신문사
“장사를 그만 할까 생각도 했는데, 어찌 하겠어 갈치 맛보러 저렇게 많이들 오는데 힘들어도 해야지” 최금숙(57) 단골식당 사장의 말투엔 세월의 향기가 묻어난다.

경주처럼 역사가 깊고 전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도시도 그리 많지 않다. 경주 전체가 노상 박물관이라 할 만큼 볼거리도 많다. 하지만 경주에 오는 사람들은 이것 저것 불평을 늘어놓는다. 먹을 게 변변찮다는 하소연도 자주 들린다. 주위를 둘러보면 한집 건너 한집이 식당이고 먹을거리로 가득한데 왜 그럴까? 관광도시란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천년의 역사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 전통이 잘 보존된 곳, 음식 문화도 그 흔한 프랜차이즈 전문점이 아닌 전통 있는 식당이 으레 여럿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주 노서동에 위치한 ‘칼치전문점 단골식당’은 경주를 대표하는 맛집으로 정평이 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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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갈치
한 식당이 같은 업종으로 10년을 넘기기 참으로 어려운 세상이다. 사람들의 입맛이 변함에 따라 식당도 덩달아 이런 트렌드를 받아들이고 있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경주 대표 ‘칼치전문점인 단골식당’은 어쩌면 시대에 역행하는 음식점이 아닌지 헷갈리게 할 때가 있다.
25년간 갈치 하나로만 손님을 대하고 있으니 무례하기 짝이 없다. 어쩌면 망해도 서너 번은 더 망해야 하는데 아직도 기자의 입맛을 돋우니 참 아이러니하다.
“잔재주로 속이지 않고 국내산 갈치를 내놓는데 안 먹으면 손해지” 최 사장의 이 한마디에 모든 궁금증이 풀리는 듯 하다.
식당의 메뉴는 너무나 간결하다. 갈치찌개와 구이 단 두 가지뿐이다. 주문하려고 괜히 이것저것 고민할 필요가 없다.
‘단골식당’ 갈치는 제주도와 남해에서 잡히는 살이 튼실한 국내산만 사용한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살이 오른 고등어만하다. 기자와 동행한 식객이 “일부러 큰 놈을 네 놓은 거 같다”고 농담 삼아 묻자 주인은 “처음 오셨지요”라고 반문하며 “가을, 겨울에는 더 큽니다”라며 웃음꽃을 보였다. 메인 메뉴인 갈치찌개와 곁들여지는 반찬 또한 군더더기가 없다. 백김치, 고추잎, 울릉도 취나물, 도라지일미, 김치 등 밑반찬이 하나같이 정갈하게 담겨져 나온다. “가을, 겨울철에는 갈치 김치와 제철 무를 넣은 갈치찌개로 맛을 더해내고 있다”고 최 사장은 귀띔했다.


#소금 간으로 시원한 맛이나와
갈치찌개는 일반 찌개 조리법과 사뭇 다르지 않다고 한다. 겨울에는 제철 무를 여름에는 감자, 호박에다 갈치를 넣고 대파 풋고추, 마늘, 고춧가루, 된장, 고추장 등을 넣고 15분간 끊인다. 특이한 점이라면 간을 맞추기 위해 간장을 사용하지 않고 소금을 넣는다. “갈치찌개에 소금을 넣을 때에 국물에 시원한 맛이 우러 나온다”며 “좋은 갈치에 간을 잘 맞추는 게 비법이라면 비법”이라고 주인장은 자랑했다.


#“내가 손님 입맛을 버려났지”
단골식당은 갈치찌개 맛도 좋지만, 밥맛 좋기로 소문 나 있다. 기자들이 모여 식사를 할 때 밥이 맛없을 땐 으레 “밥맛은 단골식당이 최고”라고 치켜세울 정도다. 항상 먹는 밥이 특별할게 없을 것 같지만, 단골식당 밥은 항상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지역 쌀을 이용해 밥을 짓는다는 최 사장은 한꺼번에 많은 양을 하지 않고 조금씩 자주 밥을 짓는다. “갓 지은 밥이 제일 맛있다”며 “밥을 맛있게 드시니 좋긴한데 이젠 나이가 들어 매번 밥하기 힘들어”라고 애교 섞인 하소연을 한다. “아침에 한 솥 해놓으면 편하지만 그럴 수 없어. 금방 지은 밥이 아니면 맛없어하거든. 내가 손님들 입맛을 버려났지!”


#단골식당의 단골
요즘 국내산 갈치는 금값보다 비싸다고 해 속칭 ‘다이아몬드 갈치’로 불린다. 단골식당의 갈치는 국내산 갈치만을 사용하는데 맛도 맛이지만 두툼한 두께부터 일반 갈치와 확연히 차이가 난다. 갈치가격이 오르다 보니 자연히 판매가격도 많이 올랐다고 한다. 최 사장은 “진짜 제주도 갈치가 맞느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적지않다면서 “한번 맛보면 단골식당 상호처럼 단골이 될 거야”라며 다시 한번 치켜세웠다.


글_이필혁 기자 / 사진_최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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