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밥상에 철학을 담아가는 '홍시 한정식'

이필혁 기자 / 2012년 0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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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시한정식 - 16가지의 찬으로 구성된 불고기 정식. 맛은 물론 가격까지 정직해 귀한 손님 접대에도 부족하지 않다.
ⓒ (주)경주신문사
경주에는 신라 전통 음식이 없다고들 말한다. 음식에 대한 사료가 적어 전통 음식을 고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홍시’ 한정식 최홍배(54) 사장은 신라 전통 음식은 고증이 아닌 손맛에 있다고 한다.

“신라 전통음식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대를 이어 현재까지 내려오는 손맛에 전승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손맛을 지키기 위해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고 자연 친화적인 요리를 만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성으로 만들어가는 홍시

‘홍시’는 외관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편안한 가정집 분위기를 자아낸다. 외부 넓은 마당엔 900그루가 넘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고 한다.

최 사장은 “정확하진 않지만 직접 심은 것들이 700그루가 넘습니다. 다 합치면 900그루 정도 되지요”라며 나무 이야기에 웃음꽃을 피운다.

여러 종류의 나무들과 돌 하나까지 최 사장이 직접 꾸몄다고 한다. 잘 꾸며진 정원을 지나 식당 내부에 들어서면 옛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소품들로 가득하다.
손수 수집한 민속공예품과 소품들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림과 사진 등 여러 소품들도 눈에 띄지만 가장 시선을 모으는 것이 식당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화초들이다.

언뜻 보아도 100여개가 넘는 화초의 개수도 개수지만 어느 것 하나 시들지 않고 곱게 자라고 있었다.

“130여개의 화초를 키우고 있습니다. 제가 심고 키운 나무와 화초를 손님들이 좋아해 주시니 화초들이 더 잘 자라는 것 같아요”

‘홍시’는 최 사장의 정성과 세심함이 먹는 즐거움과 함께 보는 즐거움을 함께 만족하게 해주는 곳이다.

●정성이 담긴 한 상
한정식은 최 사장의 정성과 꼼꼼함이 그대로 음식에서 드러난다. 한상을 주문하면 전식(에피타이저)으로 7가지 음식이 나온다.

호두, 단호박에 꿀로 맛을 낸 샐러드, 싱싱한 야채에 딸기 드레싱을 곁들인 야채 샐러드, 여름철에 맞춘 냉채 족발, 예쁜 꽃이 얻어진 찹쌀 화전, 파래로 부친 파래 전, 마지막으로 닭고기로 만든 죽까지 한 상이 차려진다.

인공 조미료의 강한 맛이 아닌 싱거운 듯 맛있는 삼삼한 맛으로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하다. 삼삼한 맛에 끌려 먹다 보면 어느새 전식이 모두 비워진다.

전식이지만 하나의 메뉴로도 손색이 없다. 전식을 먹고 나면 메인 정식이 한 상 차려진다. 영양밥에 버섯, 산나물, 동해안에서 잡은 신선한 두치, 가자미회와 울릉도 명이나물 등 16가지가 넘는 찬들로 소박하면서 담백하게 차려진다.

특히 돔배기로 불리는 상어고기의 맛이 인상적이다. 도톰한 고기에 간이 적당히 돼있어 밥 없이도 먹기 좋을 정도다.

● ‘홍시’의 별미 홍시

음식을 말끔히 비우고 나면 후식으로 시원한 쌍화차와 함께 얼린 홍시가 나온다. 홍시는 청도에서 가족이 직접 생산한 청도 반시를 저장고에 저장해 사용하고 있다.

잘 익은 홍시는 살얼음이 살짝 맺혀있어 입에 넣으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린다. 요리의 맛도 좋고 홍시의 맛에 끌려 다시 생각나는 기분 좋은 식당이다.

홍시 식당은 간판 그대로 홍시를 주제로 음식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홍시 샐러드, 홍시 식초 등 홍시를 이용한 음식과 인공조미료를 배제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한정식집이다. ‘홍시’는 요리의 아이덴티티가 명확한 곳이다.

지역의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식당의 불친절함이다. 식당은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우선 손님이 편안하게 식사를 해야 한다.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면 다시 그 식당을 가기 꺼려진다.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함이 불친절로 비치는 식당들이 많이 있다.

최 사장이 운영하는 ‘홍시’는 음식의 맛은 물론 편한 분위기와 함께 정성스런 서비스로 소문난 곳이다.

↑↑ 전식으로 나오는 7가지 음식들. 식사 전 속을 편하게 해준다.
ⓒ (주)경주신문사

●음식에 ‘홍시’의 철학을 담아내다.
최 사장은 “음식의 맛은 현재의 문화를 반영하는 한 부분”이라고 한다.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듯 다양한 맛을 음식에 담아내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서 꼭 지키는 ‘홍시’만의 철학이 있다고 한다. 바로 천연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 최고의 음식이라는 것. “음식에 천연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담아내려 합니다.

천연재료 자체의 맛이 최고의 맛이라 생각합니다” 최 사장의 철학으로 담아낸 음식은 한 마디로 ‘담백, 깔끔한 맛’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료의 본연에 맛을 살리다 보면 자칫 간이 덜 된 싱거운 맛이 나는데 ‘홍시’의 음식은 싱거운 듯 맛있는 ‘삼삼한’ 맛을 자아내는 곳이다.

글=이필혁 기자 / 사진=최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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