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사람 향기, 음식 향기가 백 리에 퍼지는‘백리향’

시각<세심한 인테리어>·미각<전통의 맛>·후각<사람 향기> 3가지 모두 만족하는 백리향

이필혁 기자 / 2012년 09월 03일
공유 / URL복사
ⓒ (주)경주신문사

누구나 자장면에 대한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최고의 외식으로 손꼽혔던 자장면.

졸업식이나 특별한 날에 먹을 수 있던 자장면이 세월이 흘러 가장 간단하면서도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다.

전화 한 통이면 어디든 달려오는 자장면은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음식을 직접 가서 먹기 꺼려지는 곳도 자장면 집일 것이다.

어딘가 모르게 조금은 영세한 가게와 저렴한 이미지로 우리의 일상에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여기 고록재(46) 대표가 운영하는 ‘백리향’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변함없는 맛, 착한 가격으로 중화요리 이미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고 평가되는 곳이다.

고 대표는 자장면 한 그릇을 먹더라도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한다.

“자장면이 예전처럼 귀한 음식은 아닐지라도 손님들이 귀한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편안한 분위기와 저렴한 가격으로 경주 시민에게 정통 중화요리와 함께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요리로 대접하겠습니다”
ⓒ (주)경주신문사

●중국집 분위기? 중국을 연출하다.
백리향은 외관에서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웅장하면서도 세심하게 신경 쓴 인테리어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획일적인 건물이 들어찬 도심 사이로 백리향의 외관은 마치 작은 갤러리를 연상시킨다. 중국 화베이(華北), 베이징 지역의 전통적 건축양식인 ‘사합원’ 양식을 채택해 중국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합원은 ‘ㅁ’자 형태의 건축물로 사방이 막힌 방식을 백리향에 적용했다. 막힌 공간 외부에 작은 담을 설치해 외부와 내부 공간을 완충해 주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 인상적이다. 완충 공간 앞은 진시황 병마총에서 출토된 것과 같은 크기의 병마용을 서안에서 직접 수입해 중국의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다.

백리향의 내부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무채색에 연한 노란색을 사용해 편안함 느낌을 준다. 보통 중국집 내부 색감을 빨간색과 노란색을 많이 사용해 조금은 긴장된 느끼게 되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넓은 홀과 함께 많은 개별 공간이 마련돼 편안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중국요리와 함께 중국의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게 세심하게 신경 썼습니다. 편하게 식사하고 가시는 손님을 볼 때면 정말 기분 좋습니다” 백리향은 고 대표의 세심함이 맛에 배어있는 그런 기분 좋은 곳이다.

ⓒ (주)경주신문사
●중화요리만!
백리향은 중국요리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화교인 할아버지가 처음 중국요리를 시작했고 아버지 역시 중국 식당을 운영했다고 한다.

그 피를 이어받아 고 대표와 함께 형제들도 역시 중국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저희 집안 전체가 중국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백리향을 현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중화요리점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고 대표는 호텔에서 중식당에서 근무하다 93년 테이블이 4개인 작은 규모의 가계로 중국집을 시작했다. 규모는 작았지만 고 사장의 자장면은 금세 소문나 자장면 한 그릇을 먹으려면 한 두시간을 기다리는 게 기본일 정도로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고 대표의 자장면은 일반 자장이 아닌 유니 자장으로 승부를 냈다. 고기와 야채를 듬뿍 넣고 잘게 다진 유니 자장은 다른 자장에 비해 부드럽다.

또 자장면에 일반 춘장이 아닌 중국 간장으로 맛을 낸다. 춘장으로 맛을 낸 일반 자장면처럼 면과 소스가 따로 놀지 않고 간장이 면에 스며들어 진한 맛을 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즐겨 찾는다.

“요즘엔 유니 자장을 하는 곳이 많지만 당시엔 거의 없었죠. 자장면에 재료를 많이 넣는 것이 특징인데 지금도 저희 집처럼 재료를 많이 넣는 곳은 없을 겁니다”라며 자장면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백리향은 백리향 특유의 맛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 대표는 “중화요리 경력 20년, 30년의 베테랑 요리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백리향에 오면 처음부터 다시 요리를 배웁니다. 한결같은 맛을 내기 위해서지요” 가게가 커지고 직원들도 많아졌음에도 고 대표가 여전히 주방을 지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백리향의 단골이라는 손용락(55·하선건축디자인) 씨는 “개업 초기 자장면 가격이 1500원 시절부터 단골이었다”며 “가격은 변해도 맛은 변하지 않는 백리향만의 맛이 있어 자주 찾는 곳”이라 말했다.

●1등 백리향
고 대표는 2가지 큰 목표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백리향을 경주를 대표하는 중화요리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 목표를 위해 전통의 맛은 지키면서 변화하는 손님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한 달에 두 번씩 서울을 방문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봉사활동, 장학금 전달 등을 통해 사회환원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고 대표는 평생학습센터 강사와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재능 기부를 펼치고 있고 지역 대학과 단체에 장학금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는 것도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다.

“저희 자장면을 먹기 위해 한 두 시간 이상 기다리시던 모습에 너무 감사했습니다. 이젠 그 감사함을 사회 환원으로 돌려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중화요리도, 사회환원도 1등 하는 백리향이 되고 싶습니다”.




글=이필혁 기자 사진=최병구 기자
X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