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꿈꾸는‘소나무 정원’

소중한 인연 영그는 또 다른 문화공간

이필혁 기자 / 2012년 09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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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경주신문사

남산에 위치한 삼릉은 기이한 형태의 도래솔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무덤가에 둘러선 소나무를 도래솔이라 부르는데 삼릉의 도래솔은 마치 왕릉을 향해 고개 숙인 듯한 모습으로 오랜 세월 동안 삼릉을 지키고 있다.

삼릉 도래솔의 기이한 형태 덕분에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사진작가와 탐방객들이 많이 찾는다. 안개가 끼는 날이면 전국의 사진가들이 도래솔의 전경을 담기에 여념이 없고 주말이면 삼릉 숲 산책로엔 탐방객과 등산객들로 붐빈다.

삼릉 숲 산책로를 따라 조금만 가다 보면 비스듬한 소나무 그늘이 인상적인 음식점이 눈에 띈다. 안정희(55) 대표가 운영하는 ‘소나무 정원’은 삼릉의 솔바람 소리가 고요하게 들려오는 어귀에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다. 음식점을 시작한 지 2년이 조금 넘었지만, ‘소나무 정원’만의 풍경과 분위기, 맛에 이끌린 단골들의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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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정원’을 스케치하다
안 대표는 지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화가로 이름 높다.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지역 여류화가 모임인 WWW(Watercolor Wonderful Works)를 이끌어 가는 경주 화단의 기둥이다.

3년 전 이곳의 분위기가 좋아 자연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갤러리를 꿈꾸며 이곳에 밑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의 이색적인 이력 덕분에 ‘소나무 정원’은 작은 갤러리를 연상시킨다.

‘소나무 정원’에 들어서면 먼저 큰 창 넘어 보이는 도래솔 우거진 전경이 눈을 맑게 해준다. 그리고 벽마다 걸려있는 안 작가의 그림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식당 벽에 걸린 차림표와 달력이 너무 싫었다는 안 대표는 자신이 직접 그린 작품으로 식당 안을 가득 채웠다.

그림뿐 아니라 커튼의 작은 그림부터 서랍의 그림까지 일일이 안 대표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안 대표는 음식점도 하나의 문화 공간이라고 이야기한다. “음식점도 음식도 아트(Art), 예술이라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그림, 영상, 예술을 보고 나면 기억에 남듯 저희 ‘소나무 정원’도 손님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 곳이 되고 싶습니다”

‘소나무 정원’은 저명인사들이 찾는 곳으로 이름나 있다. 요리를 먹고 싶을 때는 호텔이나 유명한 요리 집으로 가지만 밥을 먹을 땐 ‘소나무 정원’으로 향한다고 한다.


삼릉의 풍경과 안 대표의 이색적인 이력에다 천연 재료를 사용한 깔끔하고 질리지 않는 요리 덕분에 한번 온 손님은 단골이 되어 다시 찾아오게 한다. 최근엔 고은 시인이 이곳에 들렀다가 정취에 반해 ‘가을이 되면 꼭 다시 찾아 오겠네’라고 약속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소나무 정원은 스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취재 당일에도 서너 테이블에 스님들이 앉아 음식을 음미하고 있었다.

“스님분들이 오시면 고기가 들어가지 않게 배려해 음식을 내어 드립니다. 건강을 생각한 저염도 식단이 입맛에 잘 맞으신 것 같아요”

까다로운(?) 스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식단을 살펴보면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퓨전 한정식을 표방하고 있다. 이곳 메뉴는 곤드레, 연잎, 전복 밥이 있는데 단연 단골들의 입맛을 돋우는 음식은 단연 곤드레 밥이다.

‘소나무 정원’의 맛 비결은 매실을 이용한 천연조미료를 사용하는 데 있다. 농장에서 직접 수확한 매실 100kg으로 효소를 만들어 재료로 사용한다. 안 대표는 “매실 효소로 맛을 내 인공적인 단맛이 아닌 건강을 생각한 맛을 내려고 했다”고 전했다.

찬으로 나오는 것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백김치다. 고랭지 배추에다 이 집의 트레이드 마크인 매실 효소를 넣어 맛을 낸다. 안 대표는 건강을 위해 조미료는 일절 넣지 않고 좋은 재료를 이용해 저염도식단을 만들고 있다.

“재료를 아끼려고 하지 않습니다. 손님의 건강을 위해 국내산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있죠. 너무 넉넉하게 주다 보니 남는 게 별로 없습니다(웃음)”

안 대표는 ‘소나무 정원’을 운영하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한다.

“식당이야말로 가장 사람 냄새나는 곳입니다. 소나무 정원을 운영하면서 인연의 소중함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소중한 인연을 많이 만나고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게 해준 손님들에게 감사합니다”
↑↑ (좌)연밥 - 전남 무안의 '백연'에다 10가지 곡물을 넣어 쪄낸 연잎 밥엔 건강이 가득 담겨있다.
(우)곤드레 돌솥밥- 버섯,파,멸치,다시마,무 등이 들어간 육수로 밥을 짓고 태백산 곤드레 중에서 어린 곤드레를 사용해 질기지 않고 담백하고 구수한 맛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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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소녀
안 대표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고 했다. 많은 꿈이 있고 그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다.
“전 항상 꿈을 꿉니다. 갤러리를 여는 꿈,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꿈, 특별한 식당으로 기억되는 꿈 등 꿈을 먹고 삽니다”

꿈을 꾸는 그의 얼굴은 꿈 많은 소녀처럼 해맑게 피어올랐다.

“입맛에 끌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끌리는 곳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오시는 분들이 행복을 가져가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안 대표의 말처럼 ‘소나무 정원’은 좋은 느낌과 행복을 한가득 가져갈 수 있고 다시 찾고 싶은 그런 맛집이다. 주소 배동 855번지, 문의 054-746-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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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필혁 기자 / 사진=최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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