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사찰음식 전문점 ‘향적원’

공양 올리는 정성 화려한 사찰음식의 향연

이필혁 기자 / 2012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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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국사 에 위치한 향적원 전경.
ⓒ (주)경주신문사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먹어라
봄에서 한여름 가을까지
그 여러 날 비바람 땡볕으로 익어온 쌀 아닌가
그렇게 허겁지겁 삼켜버리면
어느 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냐
사람이 고마움을 모르면
그게 사람이 아닌 거야

↑↑ 향적원을 운영하는 혜원 스님이 직접담은 장아찌를 확인하고 있다.
ⓒ (주)경주신문사

사찰음식 전문점 향적원에 들어서면 벽 한편에 걸려있는 글귀가 향적원을 압축적으로 설명해준다. 향적원은 밥을 단순히 한 끼를 때우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생각하고 밥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곳이다.

향적원은 사찰음식이라는 조금은 특별한 음식을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그리고 사찰음식 고유의 맛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혜연(56) 스님이 만들어 가는 향적원은 현대인의 건강을 생각하며 정성으로 담아내고 있다. “사찰음식은 정신과 몸을 다스려주는 음식입니다. 정신과 몸을 함께 살려주는 음식이 바로 사찰음식이라 보시면 될 것입니다” 혜연 스님은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담아 요리를 만들고 있다.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음식에 건강을 담고내고 있다.

흔히들 사찰음식이라 생각하면 채식 위주의 소박하고 정갈한 음식을 떠올리게 된다. 이곳 향적원은 그러한 고정 관념을 뛰어넘는 곳이다. 30여 가지가 넘는 찬과 요리, 빨강, 녹색, 흰색, 검정, 노랑의 다섯 가지 오방색으로 멋을 내고 수행에 방해를 주는 오신채(마늘, 파, 양파, 달래, 부추)와 화학조미료 등을 사용하지 않아 화려한 색감과 채식으로 맛을 낸 다양한 요리로 먹는 즐거움과 건강까지 주는 곳이다.
↑↑ 1. 콩고기로 만든 콩 햄과 스테이크. 2. 야채로 고기를 만들어 맛과 모양을 낸 버섯편육과 콩고기 꼬지. 3. 오방색이 인상적인 구절편. 4. 입맛을 돋우는 야채샐러드. 5. 돈까스 식감과 맛을 살려낸 콩으로 만든 콩까스.
ⓒ (주)경주신문사

향적원은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곳을 뜻하는데 그만큼 정성을 담아 귀하게 음식을 내어 놓는다. 향적원 요리의 특징을 살펴보면 수행에 방해를 주는 오신채와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소금과 간장으로 맛을 내고 있다.

부족한 부분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발효효소로 맛을 내고 있다. 무, 산초, 연근, 오미자 등 다양한 효소를 사용하지만 그중에서 매실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손쉬운 조미료가 아닌 발효효소로 맛을 내고 채식 위주의 요리라 음식이 담백하다.

음식을 주문하면 다양한 코스요리가 눈을 즐겁게 한다. 연자죽, 샐러드, 메밀구절판, 단호박 가지구이, 콩 스테이크와 콩 햄, 표고탕수, 연잎 밥 정식 등이 나온다.

연자죽은 사찰에서 가장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다. 호두, 잣, 땅콩 등 다양한 견과류가 들어가 고소한 맛을 내는데 가정에서 보양식으로 전복죽을 먹듯이 사찰에선 연자죽을 먹는다고 한다.
↑↑ 요리 하나하나 담백한 향적원 요리. 많이 먹어도 속이 편하다.
ⓒ (주)경주신문사

향적원의 다양한 요리 가운데 색감이나 맛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 버섯 탕수가 바로 그것이다. 치자로 소스를 만들어 색감이 화려하다. 치자는 허혈을 풀어주는데 효능이 있고 염증해소 등 예로부터 약재로 많이 사용했다. 노란색의 빛깔이 맛에다 색감, 건강까지 더해줘 소스 하나 남기지 않고 먹게 된다.

콩으로 만든 콩까스는 어린이들이 좋아할 요리로 천연소스로 맛을 내 느끼함이 없다. 버섯편육, 콩고기 꼬지 등 다양한 요리가 입맛을 돋운다. 하나같이 건강을 생각해 만든 음식이라 하나도 남겨선 안 될 것 같다. 많이 먹어도 느끼하지 않고 담백해 속이 부대끼지 않고 편하다.

주요리와 함께 다양한 장아찌 류가 입맛을 살린다. 하나하나 짜지 않은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이곳 장아찌는 전국에 소문나 현재는 전국 유명 백화점(현대, 롯데, 신세계, AK plaza)에 입점해 있을 정도로 맛으로 인정받고 있다.

혜연 스님은 경주에서 불국토의 정취를 맛으로 느끼게 해 주고 싶다고 한다. “사찰요리도 궁중요리입니다. 화려하고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라는 것이죠. 손님에게 맛과 건강이 담긴 사찰요리를 선사해 주고 싶습니다” 향적원의 음식을 먹다 보면 잔반이 남지 않는다. 먹을 만큼만 먹는다는 ‘발우공양’이 몸으로 실천되는 것이다.

경주엔 특색있는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 많이 있다. 이곳 향적원은 그중에서 대표적이라 할 만했다. 색감은 물론이고 건강을 생각한 요리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향적원은 육류와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그대로의 맛으로 다양한 맛과 요리를 선사해 주는 곳이다. 향적원에서 눈으로 감상하고 입으로 맛을 음미하면서 몸으로 건강함을 느끼는 귀한 요리를 만나보길 바란다.

-주소: 경주시 마동 953-21 -전화: 054)775-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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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필혁 기자 dlvlfgur@hanmail.net
사진=최병구 기자 okok09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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