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다슬기 전문점 ‘안강 할매 고디탕’

옛 추억과 할매의 손맛을 고디탕에 담아 한 그릇 ‘뚝딱’

이필혁 기자 / 2012년 11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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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경주신문사

전라도에서는 대사리, 충청도에서는 올갱이, 경상도에서는 고디라는 사투리로 불리는 것이 있다. 바로 다슬기가 그 주인공.

지역마다 다양한 사투리로 불리는 만큼 특색있는 다슬기 요리가 많다. 그 중 가까이에서 만나볼 수 있는 다슬기 전문점 ‘안강할매 고디탕’은 토속적이면서도 그 특유의 맛으로 소문난 곳이다.

‘안강할매 고디탕’은 시원하고 담백한 맛에 끌려 먼 길을 마다치 않는 단골들로 언제나 북적인다.

↑↑ 고디탕 - 들깨와 찹쌀이 들어가 담백한 맛이 일품인 고디탕. 부추와 대파가 부드러워 목넘김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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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애(73) 여사의 뒤를 이어 하홍철(47) 대표가 운영하는 안강할매 고디탕은 경주 시내에서 벗어난 안강, 그곳에서도 조금 더 떨어진 하곡리에 자리하고 있다. 하 대표의 말처럼 이곳은 지리적으로 멀어 찾기 쉬운 곳은 아니다. 하지만 인근 지역과 멀리 서울 식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하 대표는 먼 길을 마다치 않고 찾아주는 손님들에게 항상 감사하다고 한다. “작고 허름한 식당이지만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손님에게 변하지 않는 맛, 건강이 가득한 밥상을 차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안강할매 고디탕’은 시골집 아니 흔히 말하는 촌집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외관은 슬레이트 지붕에다 현관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아 입구의 간판이 아니라면 이곳을 지나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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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품없어 보이지만 영업이 잘되면 으레 멋진 건물을 올려 옛 멋을 잊어버리는 곳과 비교된다. 변치 않는 맛과 함께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옛집을 그대로 사용해 넓진 않지만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실내는 깔끔하다. 손님을 맞이하는 곳은 물론 음식준비에 바쁜 주방까지 잘 정돈돼 있다. 조금은 유별나다는 윤 여사의 깔끔함이 드러나는 공간이다.

‘안강할매 고디탕’은 1996년 하 대표가 어머니 윤 여사와 함께 ‘안강할매 고디탕’이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윤 여사가 이전부터 식당을 운영했다고 하니 20년이 넘도록 한가지 요리로 이곳을 우직하게 지키고 있다.

안강할매 고디탕은 시간이 멈춰진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일흔이 넘은 윤 여사가 아직도 음식을 직접 장만하고 있어 맛은 물론 외관까지 어느 하나 변한 것이 없다. 변한 것이라곤 색 바랜 벽지를 대신한 깔끔한 벽지와 윤 여사의 눈가에 깊게 패인 주름살뿐이다.

안강지역은 형산강과 칠평천의 지류에서 다슬기가 많이 잡혀 자연스레 다슬기 음식을 많이 먹었다고 한다. 안강할매 고디탕의 메뉴는 고디당, 고디비빔밥, 무침 3가지다.

처음엔 고디탕과 고디 무침만을 내오다 고디 무침에 밥을 비벼 먹는 손님이 많아 비빔밥을 추가했다.

이곳의 고디탕은 들깨와 찹쌀이 들어가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들깨의 담백한 맛을 우려내기 위해 3시간 이상 육수를 끓인다. 생들깨를 넣기 때문에 오래 끓이지 않으면 비린내가 나고 담백한 맛이 우러나지 않아서다.

이곳 탕이 다른 곳과 다른 점은 담백한 육수와 다슬기 외에 들어가는 부추와 대파에 있다. 일반 다슬기탕은 우거지를 넣지만 안강할매 고디탕은 한번 데친 부추와 대파를 탕에 넣고 다시 끓인다. 두 번 끓인 부추와 대파는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

겉보기엔 그저 그런 음식처럼 보이지만 먹어보면 잊지 못하는 맛이라고 허 대표는 자부한다. 고디 무침은 다슬기에 상추, 잔파, 양파에 초고추장을 버무려 새콤하면서 매콤해 술안주로 인기가 높다. 또한 해장하러 오는 손님이 많아 아침에도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다슬기 요리 외에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다슬기 요리와 함께 내오는 반찬들이 바로 그것이다. 계절마다 다양하게 준비되는 찬은 매일 아침 윤 여사가 직접 만든다.

산초 특유의 향과 맛이 일품인 산초·오가피 장아찌, 두릅, 가죽, 무 장아찌, 야콘 장아찌, 어리굴젓, 조개젓 등 토속적인 밑반찬은 주요리인 다슬기와 잘 어울린다.

주요리와 반찬들이 따로 놀지 않고 궁합이 잘 맞고 밑반찬만으로도 식사가 된다. 다슬기 요리는 20년 동안 변함없지만 계절마다 다양하게 내어놓는 찬들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곳이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은 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으뜸은 윤 여사의 손맛이다. 윤 여사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새벽 4시에 일어나 육수를 끓이고 반찬하나 하나를 직접 챙긴다. 다슬기와 찬들이 궁합을 이루는 것도 윤 여사의 손맛에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오로지 입소문으로만 20년 동안 다슬기의 토속적인 맛으로 손님의 건강을 지켜온 안강할매 고디탕.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 할머니의 손맛이 그리울 때에 이곳에서 고디탕 한 그릇으로 건강과 추억을 함께 채워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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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문의전화 - 영업시간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경주시 안강읍 하곡리 625-2번지
·전화 054)762-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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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필혁 기자 dlvlfgur@hanmail.net 사진=최병구 기자 okok09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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