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우리밀 칼국수 전문점 ‘삼릉고향칼국수’

반죽에서 양념까지 전통방식 그대로···수고스러움이 건강 채우다

이필혁 기자 / 2012년 11월 26일
공유 / URL복사
↑↑ 우리밀손칼국수-우리밀에다 콩가루와 9가지의 잡곡이 들어가 뻑뻑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난다.
ⓒ (주)경주신문사

도래솔이 우거진 삼릉은 남산을 찾는 관광객과 등산객에게 관문처럼 인식되는 곳이다.
남산을 오르는 코스가 여럿 있지만 도래솔을 둘러보며 오르는 이곳은 남다른 정취가 느껴지는 듯하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남산 정취에 빠져 등산을 하고 나면 어느새 발길이 향하는 곳이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날 칠 수 없듯이 등산객들이 항상 찾는 곳은 바로 칼국수집.

삼릉 근처에는 여러 칼국수 전문점이 저마다의 맛으로 허기진 등산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중 우리 밀로 만든 칼국수 한 그릇, 손수 담은 조선장에 파, 고추, 깨를 섞은 후 참기름을 얹은 양념장, 직접 담은 젓갈로 완성한 김치와 깍두기만으로 삼릉 코스를 완성해가는 곳이 있다.

류창렬(58), 노옥희(56) 대표가 운영하는 ‘삼릉고향칼국수’는 18년이 넘는 세월 동안 칼국수 하나로 변함없이 많은 이들의 사랑받고 있다.
↑↑ 단출하지만 영양이 가득 담긴 삼릉고향칼국수. 18년 동안 변함없는 맛을 유지하고 있다.
ⓒ (주)경주신문사

김영삼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칼국수가 청와대 식단에 등장했다고 한다. 경주시는 농가 소득을 증대하기 위해 배동 일대에 우리 밀 재배를 장려했다.

밀 생산이 증대되고 밀 작목반 등이 생겨나면서 재배가 더욱 활기를 띠었다. 밀 생산이 늘어나자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교직 생활을 마친 장인 노태조(86) 씨와 장모 김필곤(85) 씨에게 칼국수를 만들어 판매해 보라는 동네 주민들의 권유가 많았다고 한다.

↑↑ 삼릉고향칼국수에 들어서면 우리밀을 이용해 만든 반죽을 홍두깨로 미는 모습을 볼수있다.
ⓒ (주)경주신문사
당시 동네에서 음식 솜씨가 좋기로 소문났던 장인과 장모는 예순이 넘어 칼국수 가게를 시작했지만 늘어나는 손님을 감당하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 두 분을 도와주기 위해 류 대표는 회사까지 그만두었고 음식 솜씨가 좋았던 부인 노 대표가 함께 칼국수 가게를 시작하게 됐다.

이제는 어머니 대신 딸인 노 대표가 반죽을 빚지만 전통방식 그대로 지금껏 칼국수 맛을 유지하고 있다.

주말이면 이곳만의 맛에 끌려온 등산객과 관광객들로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평일에도 단골들로 언제나 시끌벅적한 곳이다.

삼릉고향 칼국수에서 국수를 들이키던 박대성 화백은 “고소하면서 걸쭉한 맛이 좋아 점심은 거의 이곳에서 먹는다”며 칼국수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삼릉고향칼국수는 뻑뻑한 육수와 고소하고 쫄깃한 면발이 특징이다.

그 맛의 비밀은 콩가루와 함께 들어가는 곡물에 있다. 멸치를 우려낸 육수에다 콩가루와 볶은 쌀가루 등 9가지 잡곡을 넣으면 육수가 완성된다.

또한 국산 밀을 사용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국산 밀가루에 콩가루를 섞어 반죽한다. 100% 밀로 면을 만들면 반죽이 잘 안되기에 콩가루를 10% 정도 넣는다고 한다. 반죽을 한 후 홍두깨로 펴서 한지를 덮어 숙성시킨다.

3시간 정도 숙성시키면 부드럽고 쫄깃한 이곳만의 면이 완성되는 것이다. 한지를 사용해 숙성하는 이유는 한지가 잡균을 잡아주고 밀이 붙는 것을 방지해 주기 때문이다.

ⓒ (주)경주신문사
우리 밀로 만든 면에다 콩가루와 잡곡이 들어가 걸쭉하면서도 고소한 칼국수는 그냥 먹어도 맛나지만, 손수 담근 조선간장에 파, 고추, 깨 등을 섞고 참기름을 살짝 넣은 양념장에 갓 담은 김치와 깍두기를 얹어 먹으면 더욱 좋다.

이곳이 손님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재료를 직접 담아 사용하기 때문이다. 매년 3월이면 간장, 된장을 담그는데 간장은 사용할 만큼만 만들어 쓰지만 된장은 넉넉히 만들어 된장을 찾는 손님에게 팔기도 한다. 류 대표에게 말만 잘하면 덤으로 된장을 구할 수 있다니 말솜씨 좋은 독자는 꼭 집 된장을 얻어가길 보길 권한다.

노 대표는 1년 이상 간수를 뺀 소금을 이용해 간장을 담는다. 간수를 빼면 소금의 떫고 쓴맛이 제거돼 맛을 살릴 수 있어서다.

김치와 깍두기 역시 이곳에서 직접 담근다. 심지어 김치를 담그는 젓갈도 직접 만들어 정성으로 내놓고 있다. 간장에서 된장, 심지어 젓갈까지 직접 담그는 수고스러움을 묻자 류 대표의 대답은 간단했다. “사서 쓰면 맛이 없어서요”

“전통을 이어오는 곳이기에 그 전통을 그대로 이어주고 싶습니다. 변함없는 맛으로 건강을 전하는 곳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류 대표의 말처럼 삼릉고향칼국수는 변하지 않는 맛으로 건강까지 챙겨갈 수 있어 다시 찾고 싶어지는 곳이다

----------------------------------------------------------
글=이필혁 기자 dlvlfgur@hanmail.net
사진=최병구 기자 okok0909@hanmail.net
X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