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농가맛집‘고두반’

찾았다!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건강한 밥상!

이필혁 기자 / 2012년 12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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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두반에서 맛봐야 할 것이 많이 있다. 콩물은 식사 전에 나오는 데 삶은 콩을 갈아 뻑뻑하지 않은 맑은 두유의 느낌으로 따뜻하게 데워져 공복을 달래주기 그만이다. 후식으로 나오는 계지차, 동아전과는 색다르면서 건강함을 채워준다. 특히 동아전과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고 하니 꼭 들러서 동아전과 맛과 비법을 얻어가길 바란다.
ⓒ (주)경주신문사

어릴 적 어머니가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가며 만든 두부에 갓 담은 김치를 얹어 호호 불어가며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이야 언제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게 두부지만 그 시절엔 어머니의 수고스러움이 있어야만 먹을 수 있던 음식 중 하나였다.

그런 어머니의 수고스러운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을까? 하며 찾아간 곳이 농가맛집 ‘고두반’이다.

농가맛집은 농촌진흥청에서 향토음식을 전승하고 농외소득 증가를 위해 2007년부터 추진해온 사업으로 스토리가 있는 향토음식점을 개발해 체험까지 할 수 있는 곳이다.

고두반은 경주에서 처음으로 지난 5월 농가맛집으로 선정돼 옛날 방식 그대로의 손두부와 직접 키운 채소를 이용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을 운영하는 최성자(52) 대표는 가족을 생각하며 음식을 만든다고 한다. “우리 딸, 우리 가족이 먹는 음식은 항상 좋은 것만 주고 싶은 것이 엄마의 마음이죠. 그런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만들고 있습니다”

최 대표와 남편 김정윤(52) 씨, 딸 명길(25) 씨가 함께 만들어가는 고두반은 한 그릇의 밥이 아닌 자연과 어우러진 어머니의 손맛으로 바쁜 현대인에게 느림의 미학을 전해주는 곳이다.

남편 김정윤 씨는 랑산도요 공방을 운영하는 작가로 고두반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전통 방식의 장작가마로 도자기와 생활자기를 굽는 도예가로 활동 중인 그는 매일 두부를 직접 만드는 수고스러움을 마다치 않고 있다.

이곳의 두부요리가 어쩌면 정성스런 최 씨의 손맛과 함께 도예가 김 씨의 예술성이 더해져 특별함이 더 느껴지는 이유인 것 같다. 또한 이곳의 음식은 김 작가가 만들어낸 생활자기 작품에 담겨 나와 맛과 멋을 더하고 있다.
↑↑ 주소: 경주시 도지동 156-2(대기3길 11) 전화번호: 054)748-7489
ⓒ (주)경주신문사

예술을 잇다
고두반에 들어서면 김 작가의 작품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음각, 양각 등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된 청자가 마치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전시된 작품은 구매도 가능하다고 한다. 식당과 연결된 뒤쪽 전시실을 둘러보면 조금은 색다른 기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보이는데 아버지를 따라 도자기를 배우고 있는 딸의 작품이다. 그녀의 작품은 신세대답게 화려한 색감이 돋보인다.

ⓒ (주)경주신문사
고두반固豆飯
고두반은 이름 그대로 예전 방식의 콩 요리를 선사하는 곳이다.
우리 콩을 이용해 가마솥으로 정성스럽게 두부를 만들어 낸다. 이곳 두부에는 다시마가 들어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두부를 굳힐 때 햇볕에 말린 다시마를 넣어 다시마 손두부를 만든다. 다시마의 요오드 성분이 콩의 단백질 흡수를 촉진해 두부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전한다.

이곳은 랑산밥상과 고두반 두 가지 상이 나온다. 랑산밥상은 랑산도요의 장작 가마에서 구워낸 소금과 전통장으로 끓여낸 ‘감자옹심이 된장찌개’, 우리 콩으로 만든 가마솥 손두부가 랑산도요의 멋스러운 그릇에 담겨 나온다.

된장은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고 인근 약수터의 약수와 구운 소금을 사용해 직접 담는다. 3년 이상 담가놓은 장을 사용한 된장은 부드럽고 순하다. 된장에 들어가는 옹심이는 감자를 강판에 갈아 풀어지지 않게 감자 전분을 넣어 만든다.

고두반밥상은 한우(양지부위), 다시마 손두부가 어우러진 한우 두부전골과 텃밭 채소와 콩전 등으로 한 상이 차려 나온다. 고두반의 찬은 계절마다 다르게 나간다. 계절에 맞는 음식이 나가기 때문에 자주 바뀌기도 한다.

봄에는 방중 나물·부지깽이 나물, 여름에는 참나물· 쑥갓, 가을에는 시금치·쑥갓·묵나물, 겨울에는 재료가 많이 나지 않아 가지·호박·무말랭이 등 말려놓은 재료를 이용해 내놓는다. 고두반 텃밭에서는 사계절 제철 채소를 키운다. 신선한 채소로 음식을 장만하려 직접 농사를 짓는 것이다. 한 두 가지 반찬이야 어렵지 않게 내올 수 있겠지만 사계절 직접 농사지어 내오는 수고스러움이 건강으로 느껴진다.

천연 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내오는 식당을 가면 음식에 간이 부족해 심심한 맛이 나기 일쑤다. 이곳은 직접 구운 소금을 사용해 순하고 담백한 맛을 잡아내고 있다.

전남 신안의 천일염을 5년 이상 묵혀 간수를 제거하고 직접 구운 그릇에 담아 1000℃에서 구워낸 소금은 갈아놓은 것처럼 고와진다. 구워낸 소금은 저염도로 순하고 담백해 음식 본연의 맛을 살리는데 그만이다.

떳떳한 엄마
최 대표는 고두반을 운영하면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잘 먹었다며 직접 주방까지 와 인사를 전하는 손님을 대할 때마다 감사함과 보람을 느낍니다. 딸과 함께 만들어 가며 부모로서 정직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 수 있어 뿌듯합니다”

좋은 재료와 음식으로 딸에게 떳떳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행복하다는 최 대표의 말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고두반에서 신선하고 정성이 담긴 밥상으로 건강과 함께 따뜻한 마음마저 채워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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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필혁 기자 dlvlfgur@hanmail.net 사진=최병구 기자 okok09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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