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morden european restaurant&bakery ‘11 chesterfield way’

까칠한 쉐프의 고집··· 가까이서 유럽의 맛을 만나다

이필혁 기자 / 2012년 1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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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같은 요리만 한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라며 즐거운 마음으로 새로운 요리를 선사하는 김정환 쉐프. 시민에게 값어치 있는 유럽 요리를 선사하고 싶다고. 사진 최병구 기자 okok0909@hanmail.net
ⓒ (주)경주신문사


기대. 고민. 집중. 놀람. 감사.

이는 경주에서 유럽식 코스 요리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11 chesterfield way’의 느낌이다.
지금까지 ‘맛집’을 취재하면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 바로 ‘양식 전문점’.

지역에서 유명하고 검증된, 또한 경주를 대표 할 만한 음식을 소개하면 으레 한식 요리가 우선이다. 유명한 한정식 식당이 많기도 하지만 지역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인지 양식 전문점은 이런저런 고민으로 취재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11 chesterfield way’는 이러한 고민을 잊게 하는 청량제 같은 곳이다.

-기대! ‘11 chesterfield way’는 깔끔한 인테리어와 내부가 훤히 보이는 오픈 키친 유학파 출신의 요리사가 만들어 내는 프렌치 요리를 맛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고민! 맛보기 요리(amuse), 전채요리(starter), 주요리(main), 후식(dessert) 등 생소한 요리들을 고르려니 그럴 수밖에.

-집중! 어렵사리 주문하면 요리사가 바로 음식을 하나하나 정성 들여 나만을 위한 요리를 내온다. 맛보기 요리(amuse), 전채요리(starter), 주요리(main), 간단한 후식(pre-dessert), 후식(dessert), 한입 크기의 케이크(petit four), 마지막으로 커피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고 제대로 맛을 내 먹는 동안 요리에 집중하게 한다.

-놀람! 소스에서 케이크 하나까지 직접 만들어내고 2시간 가까운 식사시간 동안 나만을 위해 요리를 먹고 지급하는 가격이 3만원. 이 가격에 코스요리를 맛 볼 수 있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

-감사! 요리에 대한 자부심으로 무장한 요리사가 정직과 정성을 담아 저렴한 가격으로 내오는 곳. 경주에서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 (주)경주신문사
-morden european restaurant
‘11 chesterfield way’는 프랑스 요리를 기반으로 근대 유럽 요리를 내오는 유럽식 레스토랑이다.

‘11 chesterfield way’의 대표 김정환(33) 쉐프는 젊은 나이에도 영국, 호주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지역적 색채가 강하고 정통 레스토랑을 보기 힘든 경주에서 유럽 스타일의 요리가 다소 생소하기도 하다. 태어나고 자란 경주에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프렌치요리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 조금은 어려운 도전을 했다고 한다.

“경주가 조금은 보수적인 곳입니다. 프렌치 요리에 익숙하지도 않구요. 양식 요리를 일반 경양식점만 알고 있는 시민이 많이 있습니다. 새로운 음식을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이고 싶습니다”

김 쉐프는 어릴 적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맞벌이하는 부모님을 대신해 초등학교 때부터 음식을 만드는 기회가 많았다고. 레스토랑에서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요리사의 꿈을 키웠다. 전역 후 전공인 컴퓨터를 뒤로하고 대학 3학년, 늦은 출발을 만회하려 유학을 결심한다. 실무와 이론을 함께 경험하고자 런던에 있는 ‘LE CORDON BLUE’에 입학한다.

이곳에서 요리 이론을 배우고 수업을 마치면 ‘미쉴렝 가이드’(michelin guide) 별을 받은 ‘Orrery’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실무를 익혔다.

(‘michelin guide’는 미슐랭사가 매년 봄 발간하는 식당과 여행가이드로 100년의 세월 동안 엄격성과 정보의 신뢰도를 바탕으로 명성을 쌓아 온 책자. 전문가가 평범한 손님으로 가장해 한 식당을 1년 동안 5~6차례 방문해 음식 맛, 가격, 분위기, 서비스 등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식당을 엄선하고 이들 가운데 뛰어난 식당에 별을 부여해 등급을 매김) 학업을 마치면 레스토랑에서 실무를 익혀야 했기에 김 쉐프는 늘 잠이 부족했다.

“하루에 3시간 정도 잠을 잔 것 같아요. 요리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죠” 4년 동안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다 비자 문제로 귀국했고 그 후 호주에서 이탈리안 식당에서 근무한다. 하지만 호주의 생활을 그리 길지 못했다고 한다. “영국 경력을 인정받아 좋은 조건으로 근무했지만 제가 추구하는 요리를 만들 수 없어 다시 귀국했죠”

프랑스 요리를 기본으로 유러피안 스타일의 요리를 추구하는 김 쉐프에겐 이탈리안 요리가 몸에 맞지 않는 옷과도 같았던 것. 클래식한 요리를 고집하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준 요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김 쉐프는 요리에 대해선 고집이 있다. 조금 까칠하기도 하다. 그의 까칠함과 고집이 투영돼 요리에 대해선 어느 것 하나 양보가 없어 보인다. “음식의 기본은 맛입니다. 겉치레에 치중하지 않는 실용적인 밥집이 되고 싶습니다. 비주얼이 아닌 맛을 기본으로 배부르게 먹고 정직한 가격으로 기억되는 그런 곳이요”

김 쉐프가 요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히 맛이다. 그의 요리는 음식 본연의 맛을 살려 주재료의 맛이 강하게 표현된다.

이곳은 맛과 함께 부담 없는 가격, 편안하게 즐기는 프랑스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음식으로 장난치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식재료나 가격으로···. 이곳에 오셔서 부담 없이 즐기시고 가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겉멋에 치중하지 않고 제대로 된 요리를 선보이려는 그의 노력이 인테리어에도 표현된다.

2011년 5월에 문을 연 매장은 김 쉐프가 디자인하고 바닥에서 조명 하나하나까지 그가 직접 꾸몄다. 매장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주방을 오픈하고 손님 가까이 배치한 것도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려 한 것. “요리하면서 손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음식에 대해 설명도 할 수 있도록 주방을 오픈했습니다.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손님들이 좋아합니다”

-120여 가지 요리
이곳의 메뉴는 매달 바뀐다. 달이 바뀔 때마다 맛보기 요리(amuse)에서 전채요리(starter) 3가지, 주요리(main) 3가지, 후식(dessert) 3가지 등 10가지 이상의 요리가 바뀐다.

1년 동안 100여 가지가 넘는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것. 많은 요리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계절에 맞는 식재료가 맛도 있고 요리하는 재미도 있어서란다. “요리사가 즐겁지 않으면 음식에 맛이 없습니다. 매일 같은 요리만 한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매달 음식을 바꾸면 재미도 있고 제철에 나는 재료로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어 즐겁습니다”

‘11 chesterfield way’에서 모든 요리들는 김 쉐프가 직접 만든다. 주요리는 물론 맛보기 요리, 전채요리, 후식은 물론 소스, 애피타이저로 나오는 빵, 케이크까지 직접 만든다. 애피타이저 중 브라우니는 인기가 좋아 서울에서 택배로 주문하는 손님도 있다고 한다.

‘11 chesterfield way’는 예약제로 운영된다. 아무런 연락 없이 이곳을 찾았다간 주인장의 눈치를 보고 돌아가야 한다. 매일 신선한 재료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또한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만들지 않아 소스를 만드는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메뉴에 나오는 소스를 만드는데 48시간 정도 걸린다) 예약은 필수!!

11 chesterfield way 경주시 성건동 620-495 1층_예약문의 010-3628-7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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