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가정식 백반 음식점‘도솔마을’

맛과 풍류가 살아숨쉬는 도솔에서 잠시 쉬어가는 사치를….

이필혁 기자 / 2012년 1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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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외갓집 같은 정겨운 내음이 물씬 풍기는 ‘도솔마을.
ⓒ (주)경주신문사

단오가 되면 솜씨를 뽐내고 싶은 화가들이 부채에다 그림을 그려 넣어 시원한 바람을 선사해주고 흥겨운 국악이 귀를 간지럽히는 공간.

시월의 마지막 밤이면 마당 한쪽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엔 그날 수익금을 전부 기부하는 곳. 우뚝 솟은 솟대가 행운을 나눠주고 단골들의 온기가 느껴지는 장소. 그들만의 놀이터가 아닌 시민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자리.

그곳은 예술관도 아니요 문화공간도 아닌 천마총 담벼락에 자리한 음식점 도솔마을이다.

관광도시 경주. 많은 관광객의 발길을 경주로 향하게 하는 데는 역사와 함께 문화가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한 해 동안 문화 관련 행사가 지역에서 50여 회 이상 열리고 있으며 다양한 계통의 문화인들이 경주에서 재능을 꽃피우고 있다.

그런 문화인 중 몇몇이 모여 경주에도 문화가 살아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의기투합한 곳이 도솔마을이다. 도솔마을의 시작은 건전한 술 문화와 그들만의 공간을 차지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들이 의기투합해 옛날 주막거리처럼 언제나 즐겁고 왁자지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강시금(61) 대표를 앞세웠다고 한다.
↑↑ 주소 경주시 황남동 71-2, 연락처 054)748-9232
ⓒ (주)경주신문사

강 대표가 주막의 주모가 되고 그들은 주막의 손님이 돼 언제든 편하게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이후 옛 도솔마을이 들어선 곳이 철거지역으로 확정돼 현재 영업 중인 천마총 담벼락 부근으로 옮겨왔다. 그러면서 주류보다는 편하게 쉬었다가는 식사 공간으로 바뀌었다고. 이제는 그들만의 공간이 아닌 누구나 편하게 찾는 음식점으로 단골들과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천마총 담벼락을 걷다 보면 만나는 도솔마을은 솟대와 허름한 한옥이 주위의 풍경과 잘 어울리는 곳이다. 이곳의 주메뉴는 가정식 백반이다.

멋들어진 음식보다는 한옥과 어울리고 배불리 먹고 갈 수 있어 언제나 손님들로 북적인다. 음식이 투박하고 조금 촌스러워 보여도 도솔마을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대표 메뉴인 수리산 정식을 주문하면 한 상 거하게 나온다.

수리산 정식은 3가지 상에 담겨 나오는데 앞 상에 김치, 나물, 물김치, 짠지, 배추(상추), 김 등 6가지. 중간상은 두루마리 묵채, 부침개, 된장, 닭고기(볶음), 밑반찬 등 6가지. 마지막 상에는 국, 비지찌개, 꽁치찌개, 강된장 등 4가지 총 16가지의 찬이 푸짐하게 나온다. 계절별로 종류는 조금씩 바뀌지만 가지 수는 변함이 없다.

“처음엔 음식솜씨가 별로 없어 단골들에게 혼나기도 했습니다. 지금이야 솜씨도 좋아졌고 푸짐하게 내오니 혼날 일은 없죠”

그의 말처럼 처음엔 도솔마을 분위기에 취해 이곳을 찾는 손님이 많았다면 이제는 분위기는 물론 푸짐한 양과 맛에 끌려 찾는 손님이 늘어났다. 주말이면 평상에 걸터앉아 빈자리가 나길 기다리기 일쑤다.

“손님이 많아져 기다리고, 천천히 즐기고 가지 못해 미안하죠. 하지만 단골들이 ‘여기는 아직도 마음속의 고향 같은 곳이야’라며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항상 감사해요”

이곳이 유명세를 치르는 것은 메뉴와 분위기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가정식 백반으로 한 상 거하게 차려오면 누구든지 배불리 먹고 갈 수 있다.

여기에다 120여년 정도 된 한옥의 운치가 멋을 더한다. 그래서 경주의 맛과 멋을 즐기려는 관광객과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가장 경주다운 곳에서 경주의 토속적인 맛과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서라고. 그리고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어쩌면 이곳을 만들어 놓은 그리고 만들어가는 단골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도솔마을의 이곳저곳엔 단골들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벽에 걸린 그림부터 손수 새긴 조각들이 방마다 걸려있다.

또한 지역 문화계 단골들의 호를 법명주, 고청주, 진현주, 소당주, 덕봉주, 부질주, 여여주, 정담주 등의 술이름으로 명해 의미를 더하고 있다.

그리고 방마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지어주고 새겨준 의미 있는 이름들이 있다. 건달바, 무심화, 경주남산, 부질당 등 이 중 건달바가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건달바는 고기와 술을 먹지 않고 향만 먹고 사는 신으로 인도 고대 신화에서는 별자리를 조정하는 신이었어요. 현재는 건달의 의미가 조금 다르게 해석되고 있죠. ‘우리 건달 아이가’라면서 손님들이 건달바를 즐겨 찾습니다”

경주다운 문화와 맛이 느껴지는 도솔마을. 이곳에서 토속적인 음식과 함께 문화를 음미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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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필혁 기자 / 사진=최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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