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단호박오리훈제구이 전문점‘호박고을’

단호박과 오리의 궁합이 입맛을 돋우는 곳

이필혁 기자 / 2012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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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와지붕이 인상적인 호박고을. 황토로 지어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 (주)경주신문사

통일전 가는 길은 가을이 깊어지면 은행나무가 노란색 옷을 입고 많은 이들을 유혹한다.
겨울에는 언제 그 화려함을 뽐냈느냐는 듯 앙상한 가지로 추위를 막으려고 온 몸을 꽁꽁 싸매고 있는 은행나무들.통일전으로 이어지는 은행나무를 따라가다 보면 호박 오리전문점 ‘호박고을’을 만날 수 있다.

ⓒ (주)경주신문사
사람과 사람 사이에 궁합이 있듯 음식의 재료와 재료 사이에도 궁합이 존재한다.
호박과 오리는 잘 어울리는 궁합이라고 한다. 옛 문헌에 의하면 오리는 고혈압과 중풍을 예방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호박은 성분이 고르고 맛이 달며 독이 없고 오장을 편하게 하며 산후의 혈진통을 낫게 하며 눈과 혼백을 밝게 한다고 동의보감에서 전하고 있다.

오리는 차가운 성질을 지니고 있고 호박은 따뜻한 성질의 음식으로 이 둘을 함께 먹으면 소화가 잘된다. 건강식으로 인기 있는 오리와 다이어트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단호박. 음식 궁합을 절묘하게 가미한 음식점이 호박고을이다.

단호박과 오리의 궁합이 인상적인 호박고을은 2007년 김기윤(61) 대표가 황토를 이용해 ‘ㄷ’자 모양의 건물을 직접 지었다.

건물의 기와지붕을 걷어낸 후 너와로 바꾸고 대들보 등 뼈대만 남겨놓고 황토집으로 만들었다.

지붕은 물론 벽면에도 황토를 발라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곳은 황토 가마에서 호박을 구워내오는데 황토 가마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황토로 연출한 것.

외관은 건설업 20년 경력의 김 대표의 몫이었다면 음식은 부인 위정자(57) 씨 몫이다. 15년 동안 음식 장사를 하면서 쌓은 노하우로 호박오리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는 아들 김민석(30) 대표가 대를 이어 한 몫 든든히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호박고을은 이름처럼 호박을 이용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대표 메뉴인 단호박 오리 훈제는 호박 속에다 훈제 오리를 넣은 후 300℃ 정도의 황토가마에서 1시간 정도 구워서 내어 놓는다.

단호박에 훈제 오리를 넣고 구워 기름기가 쫙 빠진 단호박 오리 훈제는 담백하다.
여기에 황토에서 구워 겉은 바싹하고 속은 수분이 날아가지 않은 단호박 맛으로 입안이 즐겁다. 오리훈제와 함께 인기 있는 요리는 오리 훈제수육이다.

훈제수육은 부추를 깔고 오리수육에다 찰밥을 얹어 나온다. 수육에다 찰밥까지 넉넉하게 담아내는 것은 김민석 대표의 몫이다.

“푸짐하게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주가 관광지다 보니 음식 가격도 비싸고 양도 넉넉하지 못한 곳이 많습니다. 손님들이 호박고을에 와서 배불리 먹고 가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넉넉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 ·주소:경주시 도지동 429-4번지 ·전화번호:054)777-5202
ⓒ (주)경주신문사

음식을 주문하면 단호박죽이 나온다. 죽은 호박 색깔만 나는 호박죽이 아니라 호박을 듬뿍 넣고 거기에다 찹쌀, 조 등을 넣어 빡빡하게 끓여 색감과 맛이 제대로다.

오리 요리는 기본적으로 가격이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곳에서 4명이 코스요리를 주문하면 적당한 가격에 배불리 먹고 갈 수 있다.

단호박 오리 훈제, 수육, 부추전, 호박죽, 국수까지 먹고 나면 더는 호박에 손이 가질 않는다. 호박이 남으면 사장이 포장까지 해주니 발걸음이 가볍다. 호박을 황토가마에서 구워내는데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니 1시간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먼저 온 손님이 주문한 갓 구운 호박과 오리 향을 맡으며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호박과 오리의 궁합, 여기에다 황토의 멋이 어우러진 호박고을에서 건강을 챙겨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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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필혁 기자 dlvlfgur@hanmail.net 사진=최병구 기자 okok09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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