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참치전문점 ‘참치향’

두툼한 참치의 치명적인 유혹, 오감을 깨우다!

이필혁 기자 / 2013년 0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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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치향’이 단골이 많은 이유는 참치의 맛뿐만 아니라 최 대표<사진>가 동네 형, 동생처럼 친근함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 (주)경주신문사

‘한 마리 가격이 18억!’
최근 신문과 방송,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기사의 내용이다. 이 어마어마한 몸값을 자랑하는 녀석은 대체 누구일까? 주인공은 바로 참치!

몇 년 전 무한리필 참치전문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현재는 그런 곳이 하나 둘 사라졌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가 참치로는 참치의 진미를 알아버린 고객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어려워서가 아닐까. 지역에서 참치의 진수를 느끼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참치를 먹어본 사람이 그 맛을 안다고 참치 맛을 아는 이들이 꼭 들리는 곳이 참치전문점 ‘참치향’이다.
↑↑ 뱃살과 가마살을 두툼하게 썰어내 참치의 식감이 풍성하게 느껴진다.
ⓒ (주)경주신문사

참치 전문점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갈 때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경주에서 참치 전문점을 연 이는 최재모(34) 대표다. 고수는 재야에 있다는 숨어있다는 말처럼 ‘참치향’은 용강동 골목길에 나지막이 몸을 숨기고 있다.

‘낭중지추囊中之錐’ 몸을 숨긴다 한들 티 나는 법. 제대로 된 참치 맛을 맛보려는 손님들은 먼 길, 좁은 골목을 헤집는 수고스러움을 마다치 않는다.

참치향은 참다랑어, 눈다랑어, 황새치 3종류의 참치를 두툼하게 썰어 내놓는다. 이 중에서도 최상급인 뱃살과 특수부위인 가마살만을 사용한다. 참치 중에서도 값싼 부위를 섞어서 팔아야 이윤이 많이 남기 마련인데 이곳은 얄팍한 눈가림 보다는 정직함으로 승부하고 있다. 다른 곳에 참치 전문점을 가보면 머리 고기를 최고의 서비스라며 내놓기 일쑤다. 이 곳은 서비스로 참치 머리 부위를 내놓지 않는다. 대신 뱃살과 가마살을 더 챙겨준다.

“참치 머리는 사실 가격이 저렴한 부위입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먼저 알죠. 서비스로 드려도 참치의 맛을 느낄 수 있게 더 좋은 부위를 챙겨드립니다”

참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해동법이다.
참치는 냉동된 상태로 들어오기 때문에 해동작업에서 맛이 좌우된다. 최 대표는 자기만의 노하우, 느낌으로 참치를 해동시킨다고 한다.

해동법에는 정해진 레시피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 대표는 기본적으로 3차례의 해동법을 지키면서 그 만의 노하우를 더하고있다.

바닷물과 똑같은 해수를 이용해 1차 해동 후 필요없는 부위를 솎아낸다. 해수해동으로 참치의 속까지는 해동이 되지 않기에 2차로 해동지를 이용해 자연해동을 거친다. 2차 해동으로 살 속 불순물과 기름이 자연적으로 제거된다. 3차로 저장고의 숙성을 거친다. 참치는 선어 회라서 숙성을 거쳐야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

최 대표는 참치에서 해동과 더불어 숙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대표는 손님들 앞에서 바로 썰어주는 참치는 보기에는 좋아도 그만큼의 값어치는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숙성을 통해야만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 대표는 어종에 따라, 부위, 고기의 느낌에 따라 항상 같은 맛을 낼 수 있도록 자기만의 노하우로 숙성시킨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이곳만의 차별성과 특수성을 살릴 수 있는 참치를 만들려 노력한다며 한참을 설명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숙성한 참치와 그렇지 않은 참치를 비교해보면서 그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참치향’은 2010년 문을 열 당시에는 참치와 함께 사이드 메뉴로 승부를 걸었다. 사이드 메뉴를 많이 준비한 것은 참치 맛을 모르는 손님에게 사이드 메뉴로 다시 찾게 해 참치 맛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현재는 사이드 메뉴가 아닌 참치로 승부할 만큼 참치의 맛을 알아주는 손님이 많아졌다. 사이드 메뉴는 10여 가지로 다양하고 풍성하게 구성했다. 대신 메인 메뉴인 참치 맛을 살릴 수 있게 조화를 이뤘다.

‘참치향’은 일식 전문점의 좋은 점을 모아 완성된 곳이다. 이곳은 최상급 참치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 푸짐한 양과 더불어 다양한 사이드 메뉴, 여기다 손님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서비스까지 더해져 다양한 색깔을 풍긴다.

참치향이 이렇듯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는 것은 최 대표의 처절함과 간절함에서 나온 것이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환경과 많이 배우지 못해 고민이 많았던 최 대표. 오로지 일식요리사라는 전문 직업을 가지기 위해 20대 초반 일식집 허드렛일부터 시작했다.

남들보다 부족했기에 더 많이 노력하고 공부했다. 이후 참치 전문점으로 자리를 옮겨 참치에 대한 전문지식과 노하우를 쌓게된다.

“요리사가 되고 싶은 마음에 한눈 팔지 않고 노력했습니다” 참치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는 최 대표. 경주에서 꼭 참치 전문점으로 성공하고 싶었다고 한다.

“주위에서 만류도 많았지만 보란 듯이 성공하고 싶었습니다. 좋은 참치를 정직하게 내놓고 좋은 서비스로 기억되는 곳, 손님들이 기대를 하고 다시 찾는 곳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손님들이 그 마음을 조금씩 알아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 주소 경주시 용강동 1339-5번지·전화번호 054)774-6777(예약필수)
ⓒ (주)경주신문사

이곳은 예약제가 아니다. 하지만 손님은 일부러 예약한다. 예약하지 않고 들렀다 그냥 돌아가기 일쑤기 때문이다.

이곳은 오후 6시부터 9시 30분까지만 손님을 받고 이후엔 등을 꺼버려 일부러 찾아온 손님을 돌려보내는 조금은 야속한 참치 전문점일지도 모른다.

더 손님을 받지 않는 것은 늦게 오신 손님에게 편하게 즐기시라는 배려와 더불어 더 좋은 서비스를 전하기 위한 그만의 철칙이다. 이런 철칙이 손님에게는 최상의 참치를 선보이는 곳, 최고의 서비스로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기억된다.

촬영 내내 옆 테이블에서 참치를 즐기던 손님이 불만을 털어놓는다. 참치 먹으러 6번이나 왔지만 자리가 없어 7번 만에 이곳 참치를 먹을 수 있었다는 그의 말투에서 불만보다는 경주에서 제대로 된 참치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즐거움이 큰 듯 보였다.

18억원짜리 참치는 아니더라도 경주에서 정직한 참치의 맛을 원한다면 꼭 ‘참치향’에 들러보길 권한다.
↑↑ ‘참치향’의 사이드 메뉴가 다양하게 선보인다. 그중 참치의 식감이 잘 느껴지는 초밥.
ⓒ (주)경주신문사

최 대표가 전해주는 한 가지 ‘tip’
참치 전문점에 가서 참치에 대해 잘 몰라도 아는 척해야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어설픈 참치 머릿부위 대신 참다랑어 가마살이나 황새치 몇 점 주세요”라고 하면 참치 맛을 아는 손님인줄 알고 주방장이 긴장해 좋은 고기를 내놓는단다. 가격이 비싼만큼 제대로 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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