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족발 전문점 ‘가마솥 족발’

이필혁 기자 / 2013년 0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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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이곳만의 비법 육수로 삶아낸 족발. 세월이 갈수록 더욱 진한 맛을 낸다. (우)주문하면 바로 삶아 내놓는 수육은 기름기가 적고 담백하다.
ⓒ (주)경주신문사

전화 한 통이면 집까지 배달해주는 편리한 시대에 손님들이 직접 찾아가는 수고를 마다하는 않는 곳이 있다. 경주시내 문화의 거리 한 편에 있는 ‘가마솥 족발’은 족발을 삶는 진한 미향(味香)과 족발을 기다리는 손님이 어우러져 하나의 식문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깊은 겨울밤, 밤이 깊어질수록 배는 출출해져만 간다. 이때마다 생각나는 야식. 야식 중에서 한국인의 대표 메뉴는 족발이다. 돼지의 앞다리와 뒷다리를 푹 삶아낸 족발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찾는 메뉴다.

족발이 야식으로 인기 있지만 정작 늦은 밤에는 배달하지 않는 곳이 있다. 심지어 일찍 문을 닫아 버릴 때도 있다. 하루에 준비한 족발이 동나서다. 지역마다 유명한 족발 전문점들이 있다. 서울에는 장충동 족발, 대구에는 서남왕족발이 있다.

그러면 경주에서 유명한 곳은 어디일까? 쫀득한 식감으로 직접 찾는 손님들로 붐비는 곳, 바로 ‘가마솥 족발’이다.

‘가마솥 족발’김상섭(54) 대표는 지역에서 최고의 족발집을 만들기 위해 2003년 경주에 자리 잡았다. 김 대표는 가마솥 족발을 운영하기 전에는 건축업을 했다.

↑↑ 오전 11시에 가마솥 족발에 가면 매일매일 바로 건져 낸 따끈한 족발을 만날 수 있다.(주소: 경주시 노서동 54-4번지, 전화: 054)771-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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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관심이 많아 지인과 음식점을 동업하면서 음식에 대해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지인과 하던 음식점을 그만두고 건축업에 다시 전념하기도 했지만 음식에 대한 미련이 남아 가마솥 족발을 창업했다. 족발은 건축업을 할 당시 족발 관련업체의 건축을 도맡아 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 됐다고 한다.

요리법을 배우거나 가맹점 계약으로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족발 전문점이지만 김 대표는 가마솥 족발을 창업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건설업과 병행하면서 시간이 부족했던 탓도 있지만 족발에 대한 기본 지식부터 삶는 과정 하나하나를 배우기 위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주방장에게 기술을 전수 받기 위해서 였다. 몸으로 익힌 노하우를 자신의 것으로 완성하고 김 대표만의 비법을 더해 가마솥 족발을 완성 시켰다.

족발의 맛은 삶는 데서 시작해 삶는 것으로 끝난다고 할 만큼 어떤 육수를 사용해 족발을 삶아 내느냐가 중요하다. 이곳이 족발집과 차별화 되는 것은 족발을 삶는 방법과 삶을 때 쓰는 재료에 있다.

여느 족발집은 양철로 된 솥에 족발을 삶기 일쑤다. 가마솥 족발은 이름 그대로 가마솥을 이용해 족발을 삶아낸다. 족발 특유의 깊은 맛을 내기 위해서다.

“족발의 깊고 진한 맛을 내기 위해 가마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족발을 삶기 전 손질한 족발을 10시간 동안 물에 담궈 불순물을 제거한다. 족발을 삶을 때는 대추와 감초, 계피, 황기, 당귀, 청양고추 등을 넣어 고기의 잡내를 제거한다. 여기에다 대추와 콩을 넣어 3시간 정도를 삶는다.

족발의 색감을 내기 위해 캐러멜 색소를 쓰는 곳과 달리 이곳은 대추를 넣어 색감을 더하고 대추의 단맛까지 첨가했다. 캐러멜 색소는 시간이 지나면 역한 냄새가 나기 마련인데 대추를 사용해 냄새는 잡고 건강은 더했다.

대추가 시간이 지나도 이곳의 향을 유지하는 비결인 셈이다. 이곳이 특이한 점은 또 한가지 있다. 족발을 삶을 때 된장을 쓰지 않고 콩을 넣는다는 것. 일반적으로 된장을 넣어 삶는 것과는 달리 콩을 넣어 구수한 맛을 살렸다. 족발의 맛을 좌우하는 육수와 특별한 재료, 가마솥이 어우러져 ‘가마솥 족발’만의 쫀득한 족발이 완성된다.

이곳은 삶은 족발을 12시간이 지나면 팔지 않는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지켜온 김 대표의 철칙이다. 12시간이 지나면 육질과 향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처음 영업을 시작했을 때 12시간을 지나면 팔지 않고 전량 버렸다고 한다.

가마솥 족발은 매일매일 평소 팔리는 양보다 부족하게 삶아낸다. 그래서 11시에 삶아내면 으레 오후 8시 정도가 되면 동나기 일쑤다.

“장사가 잘된다고 더 많이 삶아 내거나 더 크게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더 많이 삶아내고 더 크게 장사하면 손님에게 손해니까요”

많이 삶고 많이 팔면 서비스는 물론 음식까지 초심을 잃어버린다는 이유에서 매일 조금 부족하게 삶아내는 것이다. 족발은 하루 60족 정도 삶는데 돼지 15마리 분량이 매일 소비되는 걸 고려할 때 60등 안에 들어야 이곳 족발 맛을 볼 수 있다.

↑↑ 이곳의 별미인 쟁반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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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족발 맛에 특별함을 더한 것이 김치다. 매일 하루 사용할 만큼의 김치를 소금에 절인 후 주문이 들어오면 그 자리에서 김치를 버무려 내온다. 바로 버무린 김치의 아싹한 식감이 수육의 쫄깃함을 배가 시킨다.

이곳은 족발과 함께 보쌈도 손님에게 인기메뉴다. 일반적으로 보쌈의 주재료가 삼겹살인데 반해 이곳은 돼지 등살을 사용한다. 1.5㎝ 정도로 얇게 썰어낸 수육은 미리 삶지 않고 주문과 동시에 바로 삶아 내 기름기가 적고 담백해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다.

김 대표는 최근 들어 관광객이 많아져 정작 대접해야 할 경주 시민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한다.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이 드시고 갈 수 있게 되도록이면 예약을 받지 않는다. “할머니가 손녀와 손잡고 오시는데 고기가 떨어져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있어요. 일부러 찾아오시는 손님을 돌려보낼 수 없어 예약을 받지 않는 편입니다”

손님이 끊이지 않고 매일 족발이 부족할 만큼 많이 팔려도 김 대표는 배달을 고수하고 있다.

추운 겨울, 배달하지 않아도 손님이 찾아오지 않느냐는 질문에 “시민들이 드시고 싶어 하는데 배달 않는 게 이상하죠. 찾아주시는 것만 해도 감사한 데 당연히 배달을 해야죠”라며 배달용 오토바이에 몸을 싣는다. 온 가족이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를 찾는다면 ‘가마솥 족발’에서 쫄깃하고 푸짐하게 내오는 족발을 맛보길 바란다.

대표가 알려주는 한 가지 ‘tip’
족발의 맛은 육수가 결정한다. 오래된 곳일수록 그 만큼의 깊이가 더해진 육수가 족발의 맛을 더한다. 가마솥 족발은 10년 이상 된 육수를 사용한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깊은 맛을 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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