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돌솔밥 전문점‘육부촌’

지친 일상에서 만나는 육부촌, 슬로우 푸드로 삶의 여유까지 채우다

이필혁 기자 / 2013년 0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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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여름, 가을 다양한 색으로 물들이는 육부촌, 겨울도 겨울만의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 (주)경주신문사


보문에 인접한 음식점이라면 외지 손님이 많기 마련이다. 관광객이 많은 음식점은 주말이면 빈자리를 찾아 볼수 없을만큼 손님들로 붐비지만 평일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심심하기 마련이다.

보문에 인접해 있지만 평일에도 이곳 맛과 분위기에 이끌려 멋을 채워가는 이들이 머무는 곳이 있다. 경주의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 들어봄 직한 상호를 가진 ‘육부촌’이 그곳이다.

↑↑ 1육부촌의 아늑한 공간에서 내오는 밥상은 여유로움까지 채워진다. 2거동이 불편한 고객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 (주)경주신문사


육부촌! 원래 신라가 자리한 서라벌 지역에 여섯 개의 마을이 있어 육부촌이라 불렸다.
신라 건국 이전에는 알천 양산촌, 돌산 고허촌, 무산 대수촌, 취산 진지촌, 금산 가리촌, 명활산 고야촌 등의 6촌의 촌장이 모여 화백회의를 열고 만장일치제로 6촌 전체의 문제를 결정했다. 현재 육부촌이 자리한 곳은 경주를 중심으로 남산, 선도산, 명활산, 소금강산 등이 속해있는 예전 알천 양산촌의 어느 곳이라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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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부촌 대표 김병근(59), 김영분(55) 부부는 경주를 대표하는 맛과 분위기를 내기 위해 육부촌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김영분 대표는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생각난 이름이 바로 육부촌이었어요. 이름이 경주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이곳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았죠” 그의 말처럼 이곳은 도심이 자리한 시내와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보문단지 가는 길 사이에서 육부촌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도시의 현란한 불빛보다는 은은한 한적함을, 관광객의 북적임 보다는 편안한 여유로움을 간직한 곳이다.

이곳은 처음 맛으로 알려졌다. 고춧가루 대신 들깨를 사용한 들깨 해물찜은 고소하면서도 맵지 않은 이곳만의 특유한 맛으로 손님에게 사랑받았다.

해물찜과 함께 이곳을 대표하는 메뉴는 돌솥밥이다. 육부촌은 전복 돌솥밥, 송이 돌솥밥, 시래기 돌솔밥에다 연잎밥까지 네 가지 종류의 밥을 골라먹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완도산 전복으로 맛을 낸 돌솔밥에 뜨끈한 숭늉이 어우러져 제대로 된 ‘슬로우 푸드’를 즐길 수 있다.

송이 돌솥밥은 송이의 향이 진해 식욕을 자극하며 겨울이면 계절음식으로 나오는 시래기 돌솔밥은 흔히 말하는 이 계절에 ‘핫’한 메뉴로 인기를 얻고있다. 밭에서 직접 키운 시래기를 사용한 시래기 돌솔밥은 시래기의 구수한 향과 함께 질기지 않은 부드러운 식감이 입맛을 자극한다. 여기에다 찹쌀, 잡곡, 견과류가 가득한 연잎밥이면 허기긴 배와 함께 건강까지 채워지는 듯하다.

주 메뉴가 풍성하면 함께 나오는 밑반찬이 부족하기 마련이지만 이곳은 예외다. 육부촌은 매실로 담은 효소, 직접 담근 된장 등 건강한 가정식 밑반찬 10여 가지가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다. 돌솥밥에다 찬의 종류가 많아보여 조금 줄여보라는 권유에 김 대표는 손사레를 친다. “부족하지만 맛있게 드시는 손님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죠” 이곳은 일주일에 3~4번 정도 찾아오는 단골이 많다고 하니 건강을 담아낸 정갈한 맛이 그 이유인지도 모른다.

이곳을 손님들이 다시 찾는 데는 비단 빼어난 음식 맛 뿐만 아니다. 음식과 함께 이곳의 분위기를 즐기려 찾는 이들이 많다. 예전 한옥을 보수해 전통적 이미지를 살려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작은 소품 하나까지 신경을 써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소품들 가운데 경주 출신 이현세 화백의 작품이 걸려있다. 유명 연예인의 사진이나 사인이 걸린 벽면보다 이 화백의 작품이 더 경주다운 느낌을 전해주는 것 같았다. 육부촌의 편안함은 배려에서도 나타난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고객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배려까지 놓치지 않았다.

육부촌은 ‘ㄷ’자 구조의 한옥에 6부촌의 이름을 빌린 6개의 방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중 황토방으로 지은 명활산 고야촌은 단골들에게 인기다. 작지만 아담한 분위기의 고야촌은 손님이 예약하면 주인장이 직접 불을 지펴 황토방을 따뜻하게 데워 놓는다. 뜨끈한 황토방이 열기를 더해줘 고야촌만 찾는 손님이 늘고 있다.

육부촌은 4계절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토종 야생화들이 이곳저곳에 피어 육부촌을 붉게 물들이고 겨울이면 겨울 대로의 앙상함이 운치를 더해준다.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아진 것은 단순히 먹고 가는 곳이 아니라 아늑한 분위기에서 천천히 즐기며 삶의 여유를 채워갈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주소 경주시 동천동 144-1
-전화 054)776-6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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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독자 김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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