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백설소갈비찜 전문점 ‘홍은식당’

눈은 즐겁고 속은 든든히 채워지는 백설 내린 갈비찜

이필혁 기자 / 2013년 02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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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설소갈비찜-고구마 위에 갈비를 얹고 다시 찹쌀로 덮은 백설소갈비찜. 뜨거운 요리에 녹지 않는 눈을 쌓아놓듯 하다.
ⓒ (주)경주신문사


동천동 화려한 네온사인 사이에 다소 이질적인 갈비찜 전문점이 있다.
유명세에 비해 잘 보이지 않아 한참을 두리번 거려야 찾을 수 있는 곳. 전문음식점 느낌보다는 옛 물건들과 그림들이 벽면을 차지하고 있어 작은 골동품점이나 화랑을 연상케 하는 실내. 그렇다고 다양한 메뉴로 고객을 맞이하지도 않고 단지 소갈비찜 하나만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조금은 야속한 식당이다.

하지만 이 집만의 소갈비를 맛보려는 사람이 일부러 찾는 수고스러움을 마다치 않는 곳이 있다.

김형순(61) 대표가 운영하는 백설소갈비찜 전문점 ‘홍은식당’이 바로 그곳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갈비찜은 양념한 갈비에다 육수를 넣고 고기가 푹 익도록 찜을 해서 나온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국물이 있어 조금은 매운 갈비찜을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이곳은 말 그대로 쪄서 나오는 갈비찜이다. 이곳이 다른 갈비찜 전문점과 다른 점은 갈비를 육수에 조리지 않고 쪄내기 때문이다. 40분 동안 삶아낸 고기에다 7가지 재료가 들어간 소스를 바른 후 대나무로 된 찜틀에다 넣고 20분간 쪄내 흔히 먹는 갈비찜과는 차별화된 맛을 낸다.

이곳이 특별한 것은 단순히 갈비를 쪄서 내놓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찜틀 맨 아래에 고구마를 가득 깔고 그 위에 갈비를 얹고 난 뒤 마지막으로 찹쌀을 위에 올린 후 은행, 단호박 등 고명으로 마무리했다. 처음 이곳 갈비찜을 접하는 손님은 쪄서 나오는 갈비찜도 특이하지만 갈비위에 얹힌 찹쌀이 마치 굵은 소금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갈비찜에 고구마와 찹쌀을 넣은 것은 단호박이 갈비의 기름기를 흡수해 더 달콤한 맛을 내고 찹쌀은 고기만으로 부족한 손님에게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고구마, 갈비, 찹쌀 이 세가지가 찜으로 잘 어울린다.

이곳의 갈비는 호주산과 LA갈비를 쓰고 있다. 원산지 표시가 보편화 되면서 한우 갈비를 쓰는 음식점이 많지만 이곳은 호주산과 LA갈비를 고집하고 있다. 고기의 맛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백설소갈비찜을 먹는 고객에게 푸짐하게 내주기 위해서라고.

김 대표는 “국산 갈비로 찜을 만들었지만 맛이 나지 않더라고요. 맛도 맛이지만 손님이 푸짐하게 먹고 갈 수 있게 하려고 수입고기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 화려한 외관은 없지만 음식으로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는 ‘홍은식당’
ⓒ (주)경주신문사


이곳을 찾는 손님은 3번 놀란다고 한다. 허름한 외관에 한번 놀라고, 식당과 어울리지 않는 실내와 단 하나뿐인 메뉴에 한 번 더 놀라고 마지막으로 백설소갈비찜 맛에 놀란다고 한다.

김 대표는 “조금 누추한 곳이지만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이 항상 고맙습니다. 그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이런저런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손님이 편히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옮길 예정이라고 은연중에 밝혔다.

조금은 특이한 백설소갈비찜 요리는 김 대표의 가족이 즐겨 먹는 가정식 요리에서 출발했다. 가족들이 즐겨 먹던 갈비찜에 변화를 줘 만든 것이다.

홍은식당을 시작하기 전 이 갈비찜으로 ‘제1회 전국고기요리대회’에 나가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음식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한다. 이 소갈비찜을 특허를 내고 다른 지역에 분점도 낼 정도로 고유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백설소갈비찜 하나만으로도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은 처음부터 단일 메뉴는 아니었다.

2001년 문을 연 홍은식당은 백설소갈비찜과 함께 곰탕 두 가지 메뉴로 시작했다. 찹쌀이 올라가 있고 증기로 쪄낸 소갈비찜 보다는 오히려 곰탕을 찾는 손님이 많았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곰탕을 맛보려는 손님들이 하나둘 이곳만의 특이한 백설소갈비찜에 매료돼 소갈비의 판매량이 증가했다.

이 시기와 맞물려 경주시에서 주최한 ‘경주음식 발굴선정 품평회’에서 백설소갈비찜이 경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선정되면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이곳은 특이하게 지나다가 들리는 손님이 없다. 식당은 가까이 있어 언제든 들릴 수 있고 지나다 들리는 손님이 조금은 있어야 하는데 이곳은 그런 손님이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님이 지나다 들리기에는 찾기가 어려운 이유도 있지만 대부분이 백설소갈비찜의 맛을 보러 일부러 발걸음을 옮긴 이들이기 때문이다.

소갈비찜과 함께 이곳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이 있다. 무 시래기에 들깨를 넣어 만든 맑은 시래깃국이 그것이다. 시래깃국에 들깨를 넣으면 들깨가 제대로 갈리지 않아 조금은 텁텁한 느낌의 국이 되기 쉽다. 이곳은 들깨를 고운 망에다 넣어 김 대표 말대로 ‘세게 치대면’나오는 들깨 자체의 고운 물만을 쓴다고 한다. 여기에다 집에서 직접담은 된장을 곱게 채에 걸러서 2시간 정도 끓여내 맑은 시래깃국이 완성된다.

홍은식당은 위치, 인테리어, 단출한 메뉴 등 겉모습만으로는 조금 부족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양껏 선보이려는 푸근한 인심과 요리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곳이다. 홍은식당에서 특별한 백설소갈비찜을 만나보기 바란다.

-주소: 경주시 동천동 799-8번지
-전화번호: 054)772-8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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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혁 기자·동행 독자 김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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