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쌈밥 전문점 ‘웰빙 황토 우렁이 쌈밥’

우렁이각시··· 신선한 채소에 ‘보쌈’되다

이필혁 기자 / 2013년 0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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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소와 쌈장만으로도 밥 한 공기는 뚝딱 비워버리는 우렁이 쌈밥.
ⓒ (주)경주신문사


지역에는 숨은 맛집이 여럿 있다. 이 가운데 ‘웰빙 황토 우렁이쌈밥’은 말 그대로 시내를 벗어나 현곡면에서도 조금 더 떨어진 곳에 숨어있다. 이곳은 도로변이지만 산자락에 자리해 밤이면 주위가 암연으로 둘러싸인다. 하지만 건강을 채우려는 이들의 불빛이 멈추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웰빙 황토 우렁이쌈밥’은 2009년 인근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백종수(55) 대표가 직원들의 식사를 마련하고자 문을 열었다. 주변에 변변한 식당이 없어 식사때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이곳은 식당이 거의 없어요. 멀리 나가기도 어렵고 매번 시켜먹는 것도 직원들이 지겨워했죠”

직원들의 식사를 책임지던 백 대표는 거래처가 있는 당진지역을 들렀다가 우렁이 쌈밥을 접했다. 그 후 사업을 정리하고 부품 회사 대표에서 건강을 전하는 쌈밥 전문점 대표가 됐다. 백 대표는 건강을 전하려 유기농 채소를 직접 재배하고 있다.

기자의 부모는 소일거리 삼아 하우스에서 채소를 기른다. 가끔 일을 도와주곤 하는데 그 일이 녹록지 않다. ‘웰빙 황토 우렁이쌈밥’도 하우스에서 직접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식당 운영에 채소 재배까지 만만치 않아 보인다.

↑↑ 신선한 매력이 넘치는 ‘웰빙 황토 우렁이쌈밥’
ⓒ (주)경주신문사


이곳에서 키우는 채소는 다양하다. 항암 효과가 일반배추보다 4~30배 높다는 항암배추, 잎브로콜리, 보배상추, 적겨자, 담배상추, 케일, 로즈, 꽃상추, 청상추 등 다양한 채소를 유기농으로 길러내고 있다. 겨울은 수량이 적지만 로즈와 꽃상추, 청상추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맛볼 수 있다.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다는 말에 호기심이 발동한 기자가 하우스로 직행해 몇 가지 채소를 먹어보니 본연의 향이 그대로 전달됐다.

백 대표는 무엇보다 유기농 채소 재배에 신경을 쓰고 있다. 다른 곳과 차별화된 신선함을 전하기 위해서다. 매년 유기농 박람회에 참석해 정보를 얻고 있다. 그의 유기농법은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다.

좋은 땅에서 좋은 열매가 열리는 것. 백 대표는 좋은 채소를 얻기 위해서는 땅이 건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지력을 살리면 벌레를 미리 방지할 수 있다”면서 “지력을 살리려 퇴비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 (좌) 직접 키워 쫄깃한 우렁 무침회. (중간) 된장에다 16가지 재료로 3시간을 달여 낸 우렁쌈장. (우) 무한 제공되는 신선한 채소.
ⓒ (주)경주신문사


백 대표가 중점을 둔 퇴비는 인근 산의 부엽토와 발효된 거름을 섞어 사용한다. 고추, 배추, 케일, 브로콜리 등의 채소가 벌레에 약하기 마련인데 지력이 강한 땅에서 자란 채소는 벌레에 강하다고 한다. 벌레가 줄어들면 자연히 농약은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농약을 쓰지 않으면 크기와 수량에서 상품성이 떨어지지만 건강을 위해 유기농을 고집하고 있다.

백 대표는 손님이 늘면서 채소의 공급이 부족해 고민이 많다고 한다. 부지를 매입해 하우스를 늘리고 있지만 여름, 겨울이면 수량이 부족하다며 고백 아닌 고백을 늘어놓는다.

“여름, 겨울엔 어쩔 수 없이 부족한 양은 시중에서 사서 쓰고 있다”면서 “좋은 놈들만 골라 쓰고, 대신 더 풍성하게 드리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채소는 무한으로 제공된다. 더욱이 ‘셀프’라 주인장의 눈치 보지 않고 양껏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주)경주신문사


이곳이 숨은 맛집인 이유가 싱싱한 채소 쌈에만 있다면 고개가 갸웃 둥 해질 것이다. 싱싱한 쌈은 장이 더해져야 빛을 발휘한다. 이곳의 장은 된장에다 콩, 현미, 찹쌀, 땅콩, 보리 등 16가지 재료를 넣고 3시간 동안 달여 되직하게 내온다. 그 위에 국산 우렁이를 얹어 내오는데 쓱쓱 비비면 장이 완성된다. 싱싱한 채소에다 밥을 얹고 그 위에 장이 잘 배인 우렁이 한 마리를 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어 보인다. 고기 없이 쌈과 장만으로도 이곳을 찾을 이유는 충분하지만 쌈에 고기가 빠지면 서운한 손님을 위해 돼지고기도 준비했다.

‘웰빙 황토 우렁이쌈밥’은 아쉬움이 남는 곳이다. 맛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지리적 위치로 많은 시민이 즐길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조금 더 가까이 있다면 편하게 찾는, 숨은 맛집이 아닌 모두가 공감하는 곳이 되었을 것이다.

‘웰빙 황토 우렁이쌈밥’은 특별한 이에게 나만의 식당을 소개해 주고 싶을 때 먼저 생각나는 곳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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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경북 경주시 현곡면 가정리 400
-전화 054)777-6603
-동행 독자 김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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