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가정식 소박한 밥상 ‘나무 레스토랑’

자연과 조화를 이룬 소박한 밥상,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이필혁 기자 / 2013년 0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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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레스토랑에서 내오는 편안하고 건강한 밥인 ‘소박한 밥상’은 멀리서 찾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
ⓒ (주)경주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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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문을 연 이곳은 경주에서 조금은 먼 강동면 단구리에 있다. 8년째 나무와 함께하고 있는 김시윤(53·사진) 대표는 야생화와 나무를 좋아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포항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야생화와 나무를 키웠지만 땅에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한적한 이곳에 자리한 것이다. “아파트 베란다에 화초를 키우는 것에는 성에 차지 않았죠. 사람은 결국 땅을 밟고 살아야 하고 야생화도 마찬가지죠”

↑↑ 1 도토리묵구이. 구워낸 도토리묵이 식감을 더한다. 2 오미자 소스로 맛을 낸 야채샐러드. 상큼한 맛이 입맛을 자극한다. 3 이곳 별미인 돈가스. 등심으로 직접 돈가스를 만들고 소스까지 직접 만들어 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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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사랑이 남다른 김 대표는 마당과 온실 여기 저기 직접 기른 야생화들로 가득하다. 그는 아직 야생화가 피지 않았다며 작은 온실로 초대했다.

야생화와 나무가 이목을 집중시키지만 이곳은 엄연한 밥집이다. 밥집에 밥이 맛이 없으면 직접 키운 야생화, 화려한 실내장식이 아무리 멋지게 꾸며져도 거추장스럽게만 느껴질 수 있다. 이곳은 밥집 본연의 역할을 잊지 않았다.

‘나무 레스토랑’ 요리들은 화학 조미료를 쓰지 않는 최근의 트렌드를 추구하고 있다.
화학 조미료 대신 다시마, 멸치, 새우, 북어, 무, 야채를 넣은 육수를 기본으로 음식을 장만한다. 집에서 먹을 수 있는 편안한 밥을 바탕으로 자극적이지 않는 건강한 밥상을 만들고 있다.

식재료는 제철 식재료만을 고집하고 있다. 그리고 식재료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강하지 않은 맛으로 먹은 후 속이 편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음식 하나하나 자연식을 중시하는 것은 김 대표의 건강 때문이다. 김 대표는 당뇨가 심해서 먹는 것으로 병을 고친다는 생각으로 음식을 만들었다. “매일 먹는 밥이 살과 피를 만듭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먹는 것에 신경을 썼고 건강도 많이 좋아졌죠. 건강한 밥상을 손님에게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곳 식사는 두 가지뿐이다. 소박한 밥상과 돈가스!
“여러 가지 메뉴로 손님을 맞이하면 좋지만 다양한 메뉴는 신선하지 못한 메뉴로 기억되기 쉽죠. 다양함보다는 신선하고 특색있는 메뉴로 대접하고 있습니다”

별다른 고민 없이 소박한 밥상을 주문하면 고구마 단호박죽, 오미자로 소스가 상큼한 맛을 내는 야채샐러드, 적채로 물들여 참깨 드레싱으로 맛을 낸 무 쌈, 10가지 이상의 재료로 삶은 돼지 수육, 배추전, 황태 순두부 탕, 도토리묵구이, 거기다 8가지 정도의 밑반찬이 곁들어진 우거지 된장, 거기다 조기 등이 끊이지 않고 나온다. 소박하지만 결코 소박하지 않은 밥상이 푸짐하게 차려진다. 집 밥처럼 부담 없는 요리를 추구한다는 그의 말처럼 푸짐한 한 상을 먹고도 속이 편하게 느껴진다.

돈가스는 두 종류다. 허브소스 돈가스와 칠리소스 돈가스. 역시 김 대표가 소스까지 직접 요리한다. 5시 이후에는 예약 해야만 ‘소박한 밥상’ 먹을 수 있다. 예약을 못 했다 하더라도 ‘간편한 식사’가 준비돼 있어 오는 이들을 실망시키진 않는다. 또 이곳은 레스토랑이란 이름처럼 식사가 부담스럽다면 간단한 차를 즐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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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레스토랑은 한적한 곳에 있어 일부러 찾아오지 않고서는 접하기 어려운 곳이다. 손님이 주문하면 바로 조리하므로 예약을 하지 않으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키우는 야생화와 나무를 감상하고 온실의 꽃들을 보노라면 기다리는 시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곳이 편하게 다가오는 것은 집 밥처럼 내오는 음식과 함께 김 대표가 직접 가꾸고 키운 야생화와 나무들이 한몫한다.

마당과 온실엔 김 대표가 키운 야생화들로 가득하다. 김 대표는 멀리서 온 손님에게 야생화로 피로를 달래주고 돌아갈 때는 정성으로 만든 요리로 기억되는 곳으로 남고 싶다고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밖에서 먹는 밥이지만 집에서 먹는 밥처럼 대접하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이곳 음식은 집 밥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음식으로 장난치는 걸 보면 화가 난다는 그의 말에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배여있다.

최근엔 암에 걸린 손님이 전화로 ‘언니 음식을 먹으러 가고 싶다’는 말에 둘이서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이젠 거동조차 힘들어 못 온다고 생각한다니 너무 가슴 아프더라고요. 따뜻한 밥을 해주고 싶었는데···.”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나무 레스토랑’에서 따뜻한 밥 한 끼로 몸과 마음을 채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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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경주시 강동면 단구리 1008-12번지
-전화번호 054)762-2012
-동행 독자 김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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