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철판요리 전문점 ‘외바우’

외길로 단단히 이어가는 외바우, 한국식 매운맛으로 경주를 알리다

이필혁 기자 / 2013년 0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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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바우’에서는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과 한국식 매운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 (주)경주신문사


독창성을 갖자! 버릴 줄 알자! 멀리 보자! 양심을 지키자! 청결하자!
문구만 본다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회사, 생산업체의 사훈처럼 느껴진다. 이 5가지 문구가 어느 식당의 목표라고 하니 새롭게 느껴진다. 그것도 안강 양동마을 인근에 위치한 외바우, 45년 전통의 철판요리 전문점이니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 이곳은 이상익(49), 송순주(42) 대표가 운영하는 매운 철판 볶음요리 전문점 ‘외바우’다.

한국 사람들은 매운맛을 유독 즐긴다. 식욕이 떨어질 때면 입안을 자극하는 톡 쏘는 맛이 입맛을 자극해 식욕을 돋운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매운 음식으로 기분을 전환하는데 그만이다.

매운맛에 익숙해지면 더 자극적인 매운맛을 찾게 되는 법. 매운맛에 익숙해져 버리면 다른 맛은 망각한 채 오로지 매운맛으로 음식을 평가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음식점은 손님에게 더 강한 맛, 더 자극적인 맛을 위해 캡사이신(고추씨에서 추출되는 휘발성 화합물) 소스를 사용하거나 매운 필리핀 고추 등을 사용하는 곳이 많다. 오로지 매운맛으로 경쟁해버리는 것이다. 이런 재료를 사용하면 맵긴 맵다. 매운 요리를 잘 먹지 못하는 이들은 매운 냄새만 맡아도 벌써 땀을 흘려버릴 정도다.

↑↑ 1 버섯한우전골-곰탕 육수로 더욱 깊은 맛이 느껴진다. 2 辛버섯낙불삼 철판볶음-낙지, 삼겹살에 버섯을 가득 넣은 매운 철판 볶음. 매운맛, 중간맛, 순한맛 세 단계로 주문이 가능해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전골과 철판볶음으로 부족하다면 안강 참기름과 김 가루만으로(전골엔 김치가 추가) 맛을 낸 볶음밥으로 마무리해보길. 맵지 않고 느끼하지 않은 깔끔한 뒷맛을 남긴다. 3. 한돈버섯 양념삼겹살-얼리지 않은 삼겹살에 맵지 않은 비법 양념이 더해진 삼겹살이 불판에서 바로 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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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성을 갖자!
‘외바우’는 단순히 매운맛으로 경쟁하는 곳이 아니다. 캡사이신과 매운 외국 재료로 처음부터 강한 매운맛을 내지 않는다. 매운 고추와 마늘, 생강 등 한국적인 재료만으로 처음보단 뒷맛이 매콤한 맛을 내고 있다. 마치 뒷맛이 구수한 된장처럼 한국적인 은은한 매운맛이다. 이곳의 매운맛은 오랜 기간 개발한 양념을 적절한 배합으로 완성한다. 양념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그리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안강 참기름, 마늘, 고추 등 양념에 들어가는 기본재료를 사용한다. 대신 지역의 농산물과 재료로 준비하고 거기다 이 대표의 적절한 배합이 은은한 맛으로 완성된다.

양념에 배합이 잘 되었다 한들 고기와 섞이지 못하면 양념 따로 고기 따로의 맛이 돼버린다. 이 대표는 고기 부위에 따라 양념 배합을 달리해 고기와 양념의 조화를 이룬다. 식육점을 하던 아버지 곁에서 중학교 때부터 고기를 만지며 그동안 쌓은 노하우가 ‘외바우’의 가장 큰 경쟁력인 셈이다.

양념을 직접만들고 고기도 직접 발골하는 작업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아버지가 하시던 일을 도와주면서 자연스럽게 고기를 접할 수 있었죠. 고기의 특성에 따라 양념 배합을 달리해 고기와 양념이 잘 어울리도록 했습니다”

기본이 되는 고기의 특성을 알지 못했다면 이곳만의 양념 배합도 완성되지 못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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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줄 알자!
‘외바우’는 기존 메뉴만을 고수하지 않고 끊임없이 메뉴를 개발한다. 40년 이상 된 가게이지만 새로운 메뉴 개발에 끊임없는 노력으로 새로운 고객층을 유도하고 있다. 메뉴를 개발한다고 모두 살아남는 건 아니다. 석쇠 불삼겹, 불낙지, 황태 요리 등 다양한 요리들이 선보였지만 현재는 경쟁을 통해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은 요리들이 남아있다. 버섯낙불삼, 버섯오불삼, 버섯한우전골, 버섯한우낙지전골 등 많은 메뉴가 있지만 초장기부터 지금껏 사랑받는 메뉴는 낙불삼과 버섯한우전골뿐이다. 이 대표는 현재의 메뉴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메뉴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멀리 보자!
‘외바우’는 값싼 재료로 이윤을 남기기보다는 사람을 남기려 노력하는 곳이다. 손님이 돈 내고 먹는 것보다 더 많은 걸 먹고 갈 수 있도록 푸짐하게 음식을 낸다고 한다. 요리를 주문하면 버섯을 듬뿍 담아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곳까지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이 많습니다. 이곳에서 행복을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음식점에서 행복이란 게 별거 없더라고요. 좀 더 푸짐하게 담아주고 좀 더 세심하게 챙겨주는 게 손님이 이곳에서 느끼는 가장 큰 행복인 것 같습니다”

양심을 지키자!
‘외바우’는 이 대표의 부모가 안강장터에서 운영하는 일성식육점에서 이어져 온 곳이다. 1968년 일성식육식당을 시작으로 일성숯불로 8년 전부터 외바우로 상호를 변경했다. 45년이란 시간동안 이름만 대면 “아! 00의 아들, 00의 아버지”로 금세 알아버리는 크지 않은 지역에서 2대에 걸쳐 장사하고 또 성업하기란 쉽지 않다. 외바우가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역민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신뢰가 바탕이다. 질 좋은 한우·한돈만을 사용하고 고기를 직접 손질해 믿음을 심어줬기 때문일 것이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지만 무너지는 것은 하루아침이죠.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를 지키고 더욱 단단히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상호를 ‘외길로 단단하게 이어간다’는 ‘외바우’로 지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매운 요리가 생각날 때 꼭 한번 들러서 한국적인 매운맛을 맛보길 바란다.

-주소 경주시 안강읍 산대리 2402-6번지
-전화번호 054)763-7733
-동행독자 김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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