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한정식 전문점 ‘해오름 한정식’

배는 채우고, 마음은 든든해지는 행복한 식당

이필혁 기자 / 2013년 06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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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오름의 정성 어린 밥 한 끼로 배가 든든해지고 노인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마저 든든해진다.
ⓒ (주)경주신문사


3번 찐 연잎 밥에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 밥상엔 어떤 조미료보다 맛있어 보이는 어머니들의 손맛이 깃든 요리들. 엄마의 마음으로 담아내 투박하면서도 정성이 담긴 재료에 다시 찾게 되는 손님. 손님이 많으면 많을수록 일하고 싶은 이들의 행복한 직장이 되는 곳. 거기다 일하는 행복이 담겨 나온다면 먹지 않더라도 기쁨으로 가득 채워지는 곳이 있다. 이곳은 경주역에서 몇 발짝만 걸으며 닿을 수 있는 ‘해오름식당’이다.

↑↑ 일하는 즐거움에 빠진 ‘해오름’ 어머니들.
ⓒ (주)경주신문사


행복한 직장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은 공통점이 있다. 60세 이상 어머니들이 일한다는 표면적 공통점 이외에 더 중요한 점이 존재한다. 일하는 즐거움으로 얼굴엔 항상 미소를 머금고 있다는 것. 해오름 식당은 어르신들의 일자리 참여를 통해 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소득창출로 노후생활에 보탬을 주고자 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생애경력 맞춤 시장형사업’ 중 하나다. 60세 이상 노인 20여명이 교대로 근무하며 단순히 노동으로 얻는 급여뿐 아니라 진정한 노동의 가치를 다시금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일주일에 2번 정도 근무한다는 장국자(71) 할머니는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하고 싶은 일, 직장이라고 말한다. “이곳에 나오면 친구도 만나고, 운동도 하고 돈도 벌고 얼마나 좋아.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행복한 거지”

3번 찐 정갈한 밥상
해오름 식당은 연잎 한정식, 해오름 정식, 시래기, 된장, 김치, 동태찌개 등 다양한 메뉴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이 중에서 연잎 한정식이 가장 인기 있는 메뉴다. 연잎 밥은 찹쌀에다 잡곡, 견과류를 넣어 연잎에 싸 한 번에 쪄 내온다. 이곳도 들어가는 재료는 비슷하다. 찹쌀에다 대추, 밤, 콩, 땅콩, 잣, 호박씨, 은행 등 견과류를 좀 더 넣은 것을 제외하곤 말이다. 하지만 이곳 연잎은 특이하게 3번 쪄 내온다. 잘 익지 않는 땅콩과 콩을 먼저 쪄내고 그다음 밤, 대추 등을 쪄낸 다음 마지막으로 찹쌀과 남은 견과류를 넣어 마무리한다. 한 번에 쪄 내지 않고 여러 번 쪄내는 데는 모든 재료가 골고루 익히기 위해서다. 그리 큰 비법은 아니지만 먹는 이들이 연잎 밥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기 위한 작은 배려가 크게 다가온다. 적당히 쪄낸 재료들이 연잎 향을 머금어 정갈하게 내온다. 연잎 밥 자체를 공급받아 단순히 쪄내오는 식당과는 비교 금물.

어머니들의 손맛
연잎 밥과 함께 내오는 찬들은 한정식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지만 이곳 요리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16가지 이상의 다양한 찬들은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감칠맛은 조금 부족하다. 하지만 어머니들이 손길로 하나 만든 정성이 느껴진다. 재료는 어머니들이 공동으로 키우는 농장에서 공수한 것들로 믿음이 간다. 물론 모든 재료를 농장에서 가져올 순 없다. 고추장, 된장, 간장, 김치 등 기본재료는 어머니의 손맛으로 직접 만들고 다른 찬류는 인근 시장에서 찬을 구입해 직접 조리한다. 어머니들의 힘으로 직접 키우고, 직접 조리해 내오는 것 자체만으로 믿음을 주는 곳이다.

↑↑ 경주역과 가까워 지역민과 관광객에게 사랑받고 있다.
ⓒ (주)경주신문사


손님이 많으면 많을수록 일하고 싶은 이들의 행복한 직장이 되는 곳.
식당일이라는 것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육체노동은 기본이고 손님을 대하는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하다면 금세 지쳐버릴 수 있는 일이다. 해오름 식당은 20여 명의 어머니가 일한다. 하루에 5명씩 돌아가며 조금은 부족한 체력, 서비스 마인드 일지라도 누구보다 즐겁게 일을 해내고 있다. 즐겁게 일하는 모습에 손님도 하나 둘 늘어나면 일도 많아진다. 어머니들은 일이 많아지면 노인 일자리가 하나 더 생겨난다. 그것은 일한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이도 늘어난다는 것이기에 모두가 행복한 일이 된다.

어머니들의 정성이 담긴 밥상을 받아들면 단순히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어머니들의 즐거움, 행복을 나눠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즐거운 생각으로 밥맛이 더 좋아지는 해오름 식당에서 행복을 나눠보길 바란다.

-주소 경주시 황오동 134-1번지
-전화 054)749-6185
-동행독자 김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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