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60년 전통 콩국 전문점 ‘경주원조콩국’

60년 한결같은 콩국, ‘어처구니’로 정성을 갈아내다

이필혁 기자 / 2013년 0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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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경주신문사


지역엔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 여럿 있다. 이런 ‘맛집’은 각종 방송에 노출되기도 하고 블로거에 올려진 사진과 맛 평가들로 ‘자의 든, 타의 든’ 손님들로 북적인다.
지역을 대표하는 맛집으로 손꼽히지만 지역민에게 조금 생소한 곳이 있다. 이곳 역시 마찬가지다. 60년 가까이 장사한 음식점이라 젊은이들에겐 거리감이 느껴지고 대릉원에 인접해 지역민보다는 관광객을 위한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관광지 음식점 중 조금 유명한 곳?’ 이라는 선입견으로 찾아간 ‘경주 원조콩국’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콩국이라는 한 가지 음식으로 오랜 시간 변치 않고 한 길만을 걸어왔다는 것이 첫 번째 신선함이었다면 구수하고 진한 콩국에다 달걀노른자, 들깨, 찹쌀 도넛, 흑설탕 등을 넣어 식사 대용의 든든함을 전하는 것이 두 번째 신선함이었다.

배정국(69) 대표와 이순목(65) 여사가 운영하는 ‘경주 원조콩국’의 원조는 두부공장이었
다. 배 대표의 부친이 예전 황오동 시장에서 두부공장을 운영했다고 한다. 두부를 만들면서 나오는 콩물에 소금을 넣어 먹던 것이 지금 콩국의 ‘원조쯤’ 된다며 두부공장에서 콩국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지금이야 먹거리가 많지만 50~60년 전에는 그리 많지 않았죠. 콩국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한 먹었던 서민 음식이었습니다” 콩을 갈 때 나오는 콩물을 받으러 두부 공장엔 손님들이 저마다 큰 대접을 들고 줄을 서곤 했다며 배 대표는 기억을 떠올렸다. 부친이 하는 두부공장 일을 도왔던 배 대표는 일이 힘들어 도망칠 때가 한두 번이 아녔다고 한다. “온종일 맷돌을 돌리는 게 힘들기도 하고 그렇게 싫었었죠. 그렇게 싫어하던 일을 아버지를 이어 제가 하고 있죠. 힘은 들지만 딸 아이가 도와줘 힘이 됩니다”

경주 원조콩국은 배 대표를 이어 차녀 배은숙(35)씨가 ‘어처구니’를 잡으려 한다. “부모님이 고생하시는 데 아이를 키운다는 핑계로 많이 도와 드리지 못해 죄송하죠. 그래도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 (좌)콩국수-콩국의 진득함이 느껴지는 시원한 콩국수는 여름철 별미. (우)콩국-고소한 콩국수 한 그릇이면 허기는 물론 건강까지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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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콩국이라면 콩을 삶아서 맷돌 등에 갈아 짜낸 물로 단순히 콩국으로 즐기기보단 국수 등을 넣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곳 콩국수는 특이하게 달걀노른자, 들깨, 찹쌀 도넛을 넣어 마시는 콩국이 아닌 떠먹는 콩국이다. 콩국에 직접 만든 찹쌀 도넛을 넣어 식사대용으로 찾는 손님에게 든든함을 전하기 위해서다. 담백하고 구수한 콩국에 쫄깃한 식감까지 느낄 수 있어 간편한 식사로도 그만이다. 예전엔 콩국에 소금, 설탕, 달걀 등으로 맛을 내곤 했지만 현재는 ‘웰빙’을 생각해 몸에 좋은 꿀, 들깨와 찹쌀까지 넣어 구수함과 든든함을 채웠다. 콩국에 사용되는 콩은 충남에서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하고 부족한 양도 100% 국산 콩을 사용해 믿음을 준다.

이곳은 아침 6시에 문을 연다. 간단한 아침으로 즐겨 찾는 손님과 함께 숙취 해소를 위해 콩국을 즐기는 손님이 많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해장 음식으로 얼큰한 국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 이곳은 얼큰한 국물 대신 걸쭉한 콩국으로 애주가들의 속을 달래준다.

6시에 장사를 하기 위해 배 대표 부부는 새벽 4시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이른 새벽부터 그날 쓸 콩을 갈기 위해서다. 매일매일 하루 치 사용할 만큼의 양을 만드는 것은 미리 갈아 놓으면 맛이 부족해진다고 말한다. “장사를 오래 하다 보니 하루에 어느 정도 팔리는지 알 수 있다”면서 “예전엔 새벽 4시부터 장사했어. 이젠 조금 편하게 장사 해”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8시간 정도 불린 콩을 삶고, 갈고, 다시 끓여야 콩국이 완성된다. 간단하지만 그리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콩으로만 맛을 내기에 자칫하면 느끼한 맛이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이런저런 방법으로 콩 특유의 비린 맛을 제거할 수도 없어 그 경계를 지키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콩 특유의 비릿한 맛을 조금 줄이면서 구수한 맛을 살리는 게 비법 아닌 비법이죠”

‘경주 원조콩국’은 지금껏 취재했던 많은 음식점 가운데서도 기억에 남는 곳이다. 오랜 시간 한길만을 걸어온 전통 덕분이기도 하지만 콩국처럼 구수한 주인장과의 성격이 크게 작용했다. 오래된 음식점은 단순히 음식을 먹으러 오는 손님도 있지만 주인장과의 간단한 대화를 나누며 추억을 맛보려는 이들도 많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다른 데로 이사했거든” 주인장이 건넨 인사에 나이 지긋한 손님의 짧은 대화지만 그들의 연륜과 추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좋은 음식은 건강을 채우고 반가운 말 한마디는 마음을 가득 채운다. 경주원조콩국에서 따뜻한 마음을 채워가길 바래본다.


-주소 황남동 142-2번지
-전화 054)743-9644
-동행독자 김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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